다시 고개드는 중동 리스크…식품업계 가격 인상 압박 커진다

  • 호르무즈 긴장에 유가·물류 상승 전망

  • 나프타·포장재 가격 다시 오를까 우려

  • 롯데칠성 44개·오뚜기 29개 품목 인상

이란 반다르아바스 근처 호르무즈 해협에 정박해 있는 상선들사진AP연합뉴스
이란 반다르아바스 근처 호르무즈 해협에 정박해 있는 상선들[사진=AP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긴장이 다시 고조되면서 식품업계의 원가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미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상황에서 국제유가와 해상운임을 둘러싼 불확실성까지 커지면서 하반기 가격 인상 압력이 한층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의 충돌이 격화되면서 세계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감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12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선언했고, 미국도 이란 군사시설에 대한 공습을 재개하며 중동 정세가 다시 악화하는 양상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27%가 통과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등 중동 주요 산유국의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가 이곳을 거쳐 아시아와 유럽으로 운송된다. 업계에서는 해협 봉쇄가 현실화하거나 군사적 긴장이 장기화할 경우 국제유가와 해상운임이 다시 상승 압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변수는 이미 누적된 원가 부담을 더욱 키울 가능성이 높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발표한 '2026년 2분기 식품산업 경기동향조사'에 따르면 원자재 구입가격지수는 133.9로 전분기(120.5)보다 13.4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출고가격지수는 103.8로 같은 기간 2.5p 오르는 데 그쳤다.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면서 기업들이 상당 부분 비용을 자체적으로 흡수하고 있는 셈이다.

업계는 국제 정세 악화가 이러한 부담을 더욱 키울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같은 조사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 요인으로는 '물가·금리·환율 등 국제경제 변동'을 꼽은 응답이 63.9%로 가장 많았고, 경기 악화 요인으로도 '국제정세 악화에 따른 경제 불안'이 32.2%를 차지했다.

식품 제조업은 유가 변동에 민감한 산업이다. 음료용 페트병과 식품 포장 필름 등은 석유화학 원료인 나프타를 기반으로 생산되며 제조 공정에 필요한 에너지 비용과 제품 운송비 역시 국제유가와 밀접하게 연동된다. 유가가 오르면 포장재와 물류비, 공장 운영 비용이 동시에 상승하는 구조다.

업종별 부담도 적지 않다. 음료업계는 페트병과 알루미늄 캔 등 포장재 가격 변동을, 라면업계는 팜유와 대두유 등 수입 유지류 가격과 포장재 비용 상승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포장재 원료 수급도 아직 완전히 정상화되지 않았다. 한국식품산업협회에 따르면 중동 분쟁 여파로 한때 평시 대비 70% 수준까지 떨어졌던 나프타 공급량은 최근 90% 수준까지 회복했지만,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회복 흐름이 다시 둔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부 기업은 이미 원가 부담을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달 26일부터 칠성사이다와 펩시콜라·밀키스·칸타타·핫식스 등 12개 브랜드 44개 품목의 출고가를 평균 5.3% 인상했다. 오뚜기 역시 오는 16일부터 카레·당면·케챂·후추 등 29개 품목의 출고가를 올리기로 했다. 인상률은 카레류·케챂류 6.1%, 당면류 10%, 후추류 17%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유가와 환율이 통상 시차를 두고 제조원가에 반영되는 만큼 이번 중동 리스크가 장기화할 경우 하반기뿐 아니라 내년까지 부담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당장 공급 차질이 발생한 것은 아니지만 국제 정세에 따라 유가와 해상운임이 다시 오를 경우 포장재와 물류비, 수입 원재료 비용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원가 부담이 누적된 기업일수록 대응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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