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움직임은 시장의 방향을 가늠하는 대표적인 지표로 꼽힌다. 외국인이 순매수에 나서면 투자심리가 살아나고, 순매도가 이어지면 증시를 떠나는 신호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렇다면 개인투자자도 외국인을 따라 사고팔면 수익을 낼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답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이다. 외국인 수급은 시장의 큰 흐름을 읽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지만, 순매수와 순매도 숫자만으로 투자 판단을 내리기에는 부족하다. 중요한 것은 외국인이 얼마나 사고팔았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왜 사고팔았는지다.
최근 한 달간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750억원을 순매도했다. 숫자만 놓고 보면 국내 증시에서 자금을 빼는 모습이다. 반면 개인투자자는 3조1578억원을 순매수하며 외국인의 매도 물량을 받아냈다. 수급만 보면 '외국인은 떠나고 개인만 남았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하지만 종목별로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외국인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삼성전기였다. 이어 LG이노텍과 한미반도체, NAVER, 현대로템, SK텔레콤, 두산, LG에너지솔루션, LG 등이 순매수 상위에 이름을 올렸다. AI와 반도체, 방산, 플랫폼 등 중장기 성장성이 기대되는 업종을 중심으로 선별적인 매수세를 이어간 것이다.
이는 외국인이 국내 증시를 외면했다기보다 투자 대상을 재편하고 있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시장 전체 비중은 줄이더라도 성장성이 높은 기업은 꾸준히 담는 전략을 택한 셈이다.
외국인 투자자는 개인과 투자 방식부터 다르다. 기업 실적은 물론 환율과 금리, 글로벌 자금 흐름, ETF 리밸런싱, 국가별 자산 배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지수는 매도하더라도 특정 산업이나 기업은 오히려 적극적으로 매수하는 이유다.
최근 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에도 이러한 특징이 고스란히 나타난다. AI 투자 확대의 수혜가 기대되는 반도체와 부품주, 글로벌 수주가 이어지는 방산주,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플랫폼 기업 등이 대거 포함됐다. 단순히 '한국 증시'를 사고판 것이 아니라 산업과 기업의 경쟁력을 보고 투자한 것이다.
외국인 수급에도 변화의 조짐이 감지된다. 유안타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외국인 순매도 강도가 이전보다 둔화하고 있으며 현재는 펀더멘털을 중심으로 분할매수를 고려할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현재 밸류에이션 수준에서는 투매의 실익이 크지 않고 반도체 업종의 펀더멘털도 여전히 견조하다는 분석이다.
물론 외국인의 선택이 언제나 정답인 것은 아니다. 외국인이 산 종목이라고 반드시 오르는 것도 아니고, 판 종목이라고 반드시 하락하는 것도 아니다. 외국인 역시 시장 상황과 투자 전략에 따라 끊임없이 포트폴리오를 조정한다.
개인투자자들이 따라야 할 것은 외국인의 매매 자체가 아니다. 외국인이 어떤 산업을 주목하고, 어떤 이유로 종목을 담았는지를 읽는 것이다. 숫자는 결과일 뿐이다. 투자의 방향은 그 결과를 만든 이유에서 나온다.
외국인을 따라 사는 것이 답은 아니다. 하지만 외국인이 왜 사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분명 좋은 투자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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