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정신건강 문제가 사회적 부담으로 커지고 있다. 불안과 우울, 만성 스트레스가 확산되는 가운데, 청소년과 고령층에서도 문제가 두드러지자 베트남 의료계는 조기 발견과 예방 중심의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호찌민시 의학협회는 18일(현지시간) '정신건강: 다학제 접근'을 주제로 연례 학술회의를 열고 베트남 내 정신건강 문제의 증가세와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는 베트남 인구의 약 15%, 약 1500만 명이 10가지 주요 정신장애 가운데 최소 하나를 겪고 있다는 추정치가 제시됐다.
응우옌 티 응옥 융 호찌민시 의학협회장은 현대사회의 변화가 정신건강 부담을 키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사회적 변동과 업무·생활 압박, 빨라진 생활양식이 맞물리면서 불안장애와 우울증, 만성 스트레스가 흔해졌고, 발병 연령도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제때 인식하고 진단해 개입하지 않으면, 이런 장애는 환자의 삶의 질뿐 아니라 의료체계와 사회에도 부담을 준다"고 말했다.
대응 방식 역시 치료 중심에서 예방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응우옌 회장은 정신건강이 더 이상 정신과만의 문제가 아니고, 임상 현장에서 다양한 신체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의사와 간호사는 물론 치과의사, 약사까지 모든 보건의료 인력이 이상 신호를 조기에 알아챌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트남의 주요 지표에서는 우울과 불안의 비중이 뚜렷했다. 이날 제시된 추정치 기준으로 우울증은 2.8%, 불안장애는 2.6%, 조현병은 0.4%였고, 약물 등 물질 남용은 4~5% 수준으로 언급됐다. 쭈 과장은 현재 자주 나타나는 정신장애로 범불안장애, 우울장애,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적응장애, 양극성장애 등을 꼽았다.
청소년은 특히 주의가 필요한 집단으로 지목됐다. 앞서 2022년 조사에서 베트남 청소년의 21.7%가 최소 하나의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안이 18.6%로 가장 많았고, 우울이 4.3%로 뒤를 이었다. 쭈 과장은 학업 부담과 가족의 기대, 업무 압박, 빠른 생활 속도, 부족한 휴식이 배경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고령층에서는 우울·불안과 함께 치매 문제가 제기됐다. 70세 이상 인구의 약 14%가 우울과 불안을 중심으로 한 정신장애를 겪고 있고, 약 8.8%는 치매를 안고 살아간다. 쭈 과장은 인구 고령화가 노년층의 우울과 치매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신건강 위험은 사회적 취약성과도 맞닿아 있다. 쭈 과장은 여성과 고령자, 저소득층, 학력이 낮은 사람, 음주 남용자, 가정폭력 피해자가 상대적으로 위험이 높은 집단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여성은 불안과 우울의 비율이 높아 남성보다 위험이 크고, 임신부와 산후 여성의 약 10%가 정신장애 증상을 보인다고 언급했다.
생활환경의 변화도 위험 요인으로 거론됐다. 경제 위기와 감염병, 자연재해는 장기적인 불안과 스트레스를 부를 수 있다. 직접적으로 사람과 만나서 하는 대화 대신 SNS에서 이뤄지는 상호작용이 늘면 비교 심리가 커지면서 자신감 저하와 불안, 우울, 불면, 외로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빈곤과 음주 남용, 가정폭력, 사회적 지지 부족, 마약·금지약물 접근성 역시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혔다.
정신장애는 감정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일상 기능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수면장애와 집중력 저하, 사회적 위축이 나타날 수 있고 학업과 업무 능률, 대인관계 유지도 어려워질 수 있다. 아울러 쭈 과장은 "현재의 치료가 증상 완화에 머물지 않고, 약물치료와 심리치료에 가족·지역사회의 동행까지 결합한 전인적 돌봄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학술회의에는 호찌민시 보건국과 호찌민시 정신병원, 호찌민시 의약학대학병원 등 여러 기관의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회의는 정신건강을 정신과만의 과제가 아니라 여러 진료과가 함께 살펴야 할 문제로 보고, 진단과 치료, 돌봄 방식의 변화 흐름을 공유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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