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 자체에 큰 의미를 둔 건 아니에요. 다만 시나리오가 재미있었고 사이파이를 다룬 한국 영화에 부침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 도전 의식에서 출연을 결심한 부분도 있습니다. 배우에게는 시나리오에 담긴 것을 구현해내야 하는 몫이 있잖아요. 대단한 마음보다는 시나리오에 담겨 있는 것을 구현하려는 배우의 일련의 과정으로 봐주시면 될 것 같아요."
출연 결정은 간단하지 않았다. 무릎 부상으로 수술까지 겪은 상태였던 만큼 조인성은 작품에 대한 끌림과 몸 상태 사이에서 오래 고민했다.
"처음에는 시나리오를 먼저 주셨어요. 읽어보고 '감독님이 이제 우주까지 가시는구나'라는 생각을 했죠. 감독님의 전작들을 생각해보면 쉽지 않은 촬영이 예상됐고, 시나리오를 보면 더더욱 그런 점을 유추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스스로에게 많이 자문했습니다. '할 것이냐, 도전해볼 것이냐, 내 몸 상태가 그게 되느냐, 작품을 위해 내 몸을 던질 수 있느냐'는 질문을 많이 했어요. 하고 싶은 마음과 몸의 상태는 다를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바로 대답할 수 없었고 지방에 다녀오는 기차 안에서 많이 고민했습니다. 올라오는 길에 출연 결정을 내렸죠."
"성기 무리와 있을 때는 개구쟁이 같고 천진난만한 모습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친구들 사이에서는 가장 갑옷을 벗고 있는 상태죠. 냄새를 맡으며 킬킬거리는 짧은 장면들이 있는데, 저는 그게 우리의 관계 설정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후에는 전쟁통과 같다고 봤어요. 전쟁 중 동료나 전우가 죽으면 눈이 돌아간다고 하지 않나. 공포심과 살아야겠다는 욕망이 들어가면서 처절한 생존이 나온다고들 하잖아요. 그런 부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숲속 액션에서도 조인성이 중요하게 본 것은 단순한 동작보다 감정이었다. 성기와 주변 인물들의 관계가 하나씩 무너질 때, 그 두려움이 후반부의 표정으로 이어진다고 생각했다.
"사실 그런 장면이 제일 중요해요. 제가 중요하게 생각한 신은 처음 등장하는 장면이었습니다. 관객에게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황소가 놓여 있는 시퀀스를 통해 관계들이 보여져야 했어요. 그래서 성기의 무리와 밖에서 많이 만났습니다. 관계가 쌓이면 그걸 안으로 가져왔을 때 자신감이 생기거든요. 성기와 무리의 관계, 성기와 범석의 관계, 범석과 그 무리의 관계가 선후배라는 관계로도 묶여 있고 극 중 관계 설정과도 비슷한 면이 있다고 봤어요. 그런 디테일들이 쌓이고, 그 관계들이 하나씩 사라져갈 때의 무서움과 공포가 마지막의 두려운 표정으로 도래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나홍진 감독의 디렉션도 긴장감을 유지하는 데 맞춰져 있었다. 겉으로는 걷는 장면처럼 보여도, 현장에서는 끝까지 긴장을 붙들고 있어야 했다.
"액션은 본능적으로 나오는 부분도 있고 계산하는 부분도 있지만 캐릭터 구축의 연기적인 부분은 반드시 획득하고 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감독님도 무전으로 계속 '긴장감, 긴장감 유지해주세요'라고 디렉션을 주셨습니다. 보는 분들은 쉽게 걸어간다고 느낄 수 있지만 우리는 긴장감을 계속 유지하면서 걸어야 했어요."
후반부 성기는 여러 차례 죽을 뻔한 위기를 넘긴다. 조인성은 그 생존을 과학적으로 설명하기보다, 살고자 하는 욕망이 만들어내는 초인적인 힘으로 받아들였다.
"과장된 부분은 있겠지만 그렇다면 그가 죽었어야 하느냐, 심하게 다쳤어야 하느냐의 문제로 갈 수 있잖아요. 저는 인간의 초인적인 힘, 기적 같은 일로 봐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적은 일어날 수도 있고 안 일어날 수도 있지만, 많이 아팠던 사람들이 기도 끝에 일어나기도 하지 않나. 그런 기적은 살려고 하는 간절한 기도와 욕망 때문인 것 같기도 해요. 부모가 아이를 지켜내려고 할 때 나오는 초인적인 힘도 있고요.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힘들이 기적적으로 일어나는 거죠. 왜 안 아팠겠어요. 살려고 하니까 아픔을 무릅쓰고 도망다니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고난도 액션 가운데 특히 말을 타고 이동하는 장면은 조인성에게도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안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장면이 실제로 구현되는 순간도 있었다.
"제가 말을 타고 경찰서로 넘어가는 것 자체가 완벽주의라고 생각해요. 보통 시나리오를 써도 안 될 것 같으면 포기하잖아요. 당연히 타협은 하죠. 안 되는 건 할 수 없으니까요. 그런데 해내지 않나. 저도 그게 될 줄 몰랐어요. 무술팀에게 '이거 해본 적 있냐'고 물었더니 이렇게까지는 안 해봤다고 하더라고요. 대신해줄 수 있냐고 물었더니 안 해봐서 못 할 것 같다고 했고, 승마팀에게도 '이렇게 타느냐'고 물었더니 이렇게는 안 탄다고 했어요. 될지 안 될지 모르는 상태에서 그냥 한 건데, 안 될 줄 알았던 게 기적처럼 됐습니다."
말을 타고 도로를 달리는 장면은 날씨와 안전 문제까지 겹치며 더 어려운 촬영이 됐다. 눈이 내리면 아스팔트가 얼고, 말이 제대로 달릴 수 없는 상황이 이어졌다.
"한 달을 예상하고 들어갔다가 한 달 반 만에 빠져나온 걸로 기억해요. 중간에 눈이 왔습니다. 눈이 오면 아스팔트가 얼고, 말은 뛸 수가 없어요. 편자가 철로 되어 있어서 그냥 슬라이딩을 한다고 봐야 하거든요. 고무로 바꿔도 마른 아스팔트 위에서 타면 안 됩니다. 녹을 때까지 기다려야 했죠. 뒤에 눈이 쌓이면 그 눈을 지울 수도 없었고요. 우리가 그걸 '점호'라고 불렀는데, 아침에 풀 세팅을 해놓고 날씨가 열리거나 촬영할 수 있는 여건이 되면 언제든 들어간다는 마음으로 상시 대기했습니다. 풀 세팅으로 있다가 못 찍고 내려오는 날도 많았어요."
그는 이 장면을 두고 "사고가 나면 죽는 장면"이라고 표현했다. 배우와 스태프 모두가 긴장할 수밖에 없는 현장이었다.
"싫거나 한 건 아니었어요. 잘 찍어내는 게 우리의 문제였으니까요. 테크닉적으로도 어렵고, 사고가 나면 죽는 장면입니다. 그래서 더 긴장했어요. 아비규환이었습니다. 감독님도 누구보다 스태프들이 긴장하기를 원하셨고, 실제로 긴장해야 했습니다. 대체 요원이 없는 상황이었으니까 감독님도 불안하고 부담이 컸을 거예요."
조인성에게 '호프'는 새로운 장르에 뛰어드는 도전이기도 했다. SF와 크리처 장르에 대한 한국영화의 부침을 알고 있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머무르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도전이라는 건 이 장르가 어렵기 때문이에요. 한국 영화에서 사이파이 장르가 부침이 있었고, 태생적으로 부침이 있을 수밖에 없잖아요. 그것을 극복해야 하는 숙제가 있습니다. 안전하게 할 것이냐, 도전할 것이냐의 문제도 개인적으로 있었어요. 저는 활동이 지루하고 싶지 않습니다. 새로운 것을 하면서 그것이 비록 안 좋은 결과로 끝날 확률이 크더라도 머무르고 싶지는 않았어요. '무빙'을 할 때도 사람들이 하늘을 나는 설정을 두고 불안한 시선으로 봤지만, 어찌 됐든 좋은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한 번 더 해보자는 생각도 하게 됐어요."
한국영화가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는 만큼 '호프'를 향한 기대도 크다. 조인성은 이를 장마와 태풍 속에서 피어나는 능소화에 비유했다.
"능소화라는 꽃이 있어요. 장마와 태풍 속에서 피어나는 꽃이라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핀다는 것이겠죠. 우리 영화계 안팎의 힘든 부침과 어려움, 또 '호프'가 크리처, SF, 사이파이라는 장르로서 극복해야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런 것들이 장마와 태풍 같은 것이라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의 품속에서 꽃이 잘 피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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