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일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추진을 반대하는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의 모습 [사진=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
정부가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출연을 검토하고 새로운 통상 협의체 가입에 나서면서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추진이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농업계를 중심으로 시장 개방에 따른 피해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19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가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출연과 함께 통상 협의체 가입에 나서자 농업계는 이를 CPTPP 가입을 위한 사전 작업으로 보고 경계하고 있다. CPTPP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이 참여하는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이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6일 농림축산식품부 업무보고에서 "일전에 한·중 FTA 체결 등을 계기로 상생협력기금 1조원을 만들지 않았나"라며 "목표액 1조원은 매우 적은 금액인데 현재도 3000억원가량밖에 조성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농민들에게 1조원 보전을 약속했으니 정부도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이는 신뢰의 문제"라며 "7000억원 정도 부족하다면 현재 세수 상황도 괜찮은 편이니 정부가 대신 책임지는 방안도 강구하면 좋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에 상반기 증시 활황으로 늘어난 농어촌특별세 세수를 투입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문제는 FIT-P 가입국 가운데 6개국이 이미 CPTPP 회원국이라는 점이다. CPTPP 가입에는 기존 회원국 동의가 필수적인데 FIT-P 가입이 이에 유리한 발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번 FIT-P 가입을 CPTPP 가입을 위한 초석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농어촌상생협력기금 출연 역시 농가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농업계가 CPTPP 가입을 우려하는 이유는 기존 FTA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시장 개방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관세 철폐율이 높고 예외 조항을 설정하기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또한 CPTPP 체제에서는 기존에 농산물 수입을 제한하는 근거로 활용됐던 동식물 위생·검역 조치(SPS) 대응 역량도 기존 FTA 때보다 약화할 수 있다.
CPTPP 가입 시 쌀·사과와 축산 농가를 중심으로 피해가 예상된다. 호주·베트남 등이 자국산 쌀에 대해 한국 수출 물량 확대를 요구할 수 있고 뉴질랜드·일본산 사과가 수입될 가능성도 있다. 호주·멕시코산 쇠고기가 한국에 더 싼값으로 들어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농업인 단체와 농가를 중심으로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노만호 한국종합농업단체협의회 상임대표는 "CPTPP는 단순한 통상협정이 아니라 국내 농업 기반과 식량안보에 직결되는 사안"이라며 "정부는 가입 추진을 중단하고 농산물 가격 안정과 생산비 부담 완화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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