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희 국제언어대학원대학교 총장]
‘학교답지 못한 학교’ 현장을 고발한 넷플릭스 드라마들이 교육계와 사회에서 관심을 끌었다. 2022~23년에 공개된 드라마「더 글로리」는 학교가 학생을 ‘보호’하지 못하여 벌어지는 참상을 고발했고, 이번에 공개된「참교육」은 학교가 학생을 ‘지도’하지 못하여 교권이 붕괴된 교육 현장들을 드러내 보였다.
「더 글로리」는 학교 폭력에 초점을 맞춘 데 비해 「참교육」은 다양한 방법으로 교권을 붕괴시키는 현장을 보여주었다. 드라마「참교육」에서 교육부는 가상의 조직인 교권보호국 감독관들이 교권 붕괴의 주범인 폭력 학생, 갑질하는 학부모, 비리 교사 등을 통쾌하게 응징하는 활약상을 그리고 있다. 이에 부응하여 올해 6·3지방선거에서 선출된 교육감들은 교권보호단과 교권보호전담관 제도를 도입할 것이다.
2023년 서울 서이초교 교사가 학부모의 악성 민원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저버린 사건이 발생한 이후 초·중·고등학교뿐만 아니라 대학에서도 학부모에 의한 교권 침해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시절을 지나 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매를 들어서라도 내 아이를 지도편달(指導鞭撻)해달라’고 교사에게 부탁하는 학부모도 많았다. 예전에는 자녀에게 목적이나 방향을 올바르게 가르치기 위해 매를 들어도 되는 것이 허용되었지만, 요즘은 ‘사랑의 매’는 물론이고 언어 훈계마저 아동 학대로 고발당하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이로 인해 학교에서 학생 지도와 교육이 사라지고, 학생인권조례의 보호를 받으며 성장한 세대가 학부모가 되면서 교권 붕괴는 가속화되고 있다.
교권 침해는 교사에게 개인적 피해를 줄 뿐만 아니라 학생과 학교 교육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첫째, 교권 침해로 인해 교사의 자존감이 상실되면 이직이나 명예퇴직을 고려할 만큼 정신적 상처가 크고, 정서적 학대로 고발당할 것을 우려하여 정상적 교육활동을 포기하면 다른 학생들에게 손해로 돌아간다. '교육(시스템)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어설 수 없다'는 말이 있는데, 앞선 교총의 조사에서 우수 교원의 교직 이탈과 신규 교직 기피 원인으로 '무분별한 아동 학대 신고 및 학부모 민원 노출'(28.9%)과 '생활지도 무력화 및 교권 침해 보호장치 부재'(23.5%)가 지목된 것은 큰 문제다. 둘째, 학부모의 민원 때문에 운동회, 체육대회나 수학여행 등이 취소되거나 단축 운영되면 교육과정의 정식 교육활동인 창의적 체험활동을 정상적으로 이수하지 못하는 것이다. 오늘날 자녀 한두 명을 기르는 가정이 대부분인데, 일부 가정에서 과보호로 아이가 학교에서 단체활동을 경험하지 못하면 ‘금쪽이’나 ‘소황제’로 성장하여 성인으로서 사회생활에 적응하는 데 어려울 수도 있다.
앞에서 언급한 실천교육교사모임 조사에서 교권보호국이 담당하기를 바라는 기능으로 ‘악성 민원 전담’(35.9%), ‘아동학대 허위 신고 대응’(30.3%) 등을 꼽았다. 또한 교권 침해에 가장 효과적인 개입 방안은 ‘징계 등 처분 내실화’(67.9%)라고 했으며, 교권 보호를 위해 필요한 조치로는 ‘아동학대법 개정’(78%)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같은 현장 의견을 반영하여 교권을 회복할 수 있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첫째, 교권 침해를 방지하거나 해결할 방안을 법률과 제도에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 서이초교 교사 사망 이후 교권 보호 3법(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교원지위법) 개정을 통해 ‘정당한 교육활동은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는 원칙은 마련되었으나, 교육 현장에서는 여전히 아동학대 신고 불안 때문에 학생의 수업 방해, 수업 중 취침 또는 휴대폰 사용 등에 속수무책이라고 한다. 이에 초중등 교육계는 서이초교 교사 순직 3주기를 맞이하여 아동학대 관련 3법(아동복지법, 아동학대처벌법, 교원지위법) 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들의 요구는 ‘정서적 아동학대’ 개념과 ‘정당한 교육활동’ 요건을 법에 명시하고, 교사에 대한 폭력은 학생부에 기재하라는 것이다.
둘째, 학부모의 악성 민원과 무고성 신고를 교사가 감당하도록 방치하지 말고 교육청이 대응하여 해당 교사를 지원해야 한다. 교총은 이를 ‘교육활동 관련 소송 국가책임제’로 추진하고, 명백한 악성 민원과 무고에는 엄정 대응하여 손해 배상까지 끌어내려고 한다. 또한 교육활동 중인 교사를 폭행하는 학생과 학부모는 가중처벌하도록「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을 개정해야 한다. 이는 현행법상 공공의 안전과 복지를 책임지는 경찰과 소방공무원, 의료인 등에 대한 폭행 행위에는 가중처벌 규정을 적용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드라마 「참교육」에서 교권 추락을 초래하는 학생, 학부모, 교사를 감독관들이 응징하는 방식이 통쾌감을 주기는 하지만 비현실적 비교육적이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이번에 선출된 대부분의 교육감들은 교권보호국 성격의 기구를 설치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실질적 권한이 없는 형식적 기구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교육부, 시도교육청, 학교는 교권 붕괴의 원인인 학부모의 악성 민원, 학생의 수업 방해와 교사에 대한 폭력, 저질 교사의 일탈 행위 등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방안을 법률과 제도에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
지금 교육 현장에서 교사는 교권 추락으로 무기력하고, 학생은 인권이 신장되었지만 입시 등으로 여전히 불안하며, 학부모는 공교육이 기대에 못 미쳐서 불만이다. 앞으로의 학교는 교사의 교권이 회복되어 소신껏 교육권/수업권을 행사하는 교사다움을 되찾고, 학생은 적성과 능력에 맞게 학습권을 즐기는 학생다움을 지키며, 학부모는 자기 자녀와 다른 학생도 함께 사랑하는 학부모다움을 보여주는 ‘학교다운 학교’가 되기를 기대한다.
이재희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사범대학 영어교육과 졸업 ▷서울대 대학원 교육학박사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원 ▷미국 텍사스대(오스틴) 연구교수 ▷한국초등영어교육학회 회장 ▷경인교육대학교 6대 총장 ▷국제언어대학원대학교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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