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증시에서 가장 많은 비판을 받는 상품 중 하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레버리지 ETF가 상장된 이후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레버리지 ETF가 시장을 흔들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비판에는 일리가 있다. 레버리지 ETF는 구조적으로 기초자산 가격이 오르면 추가 매수를, 하락하면 추가 매도를 해야 하는 상품이다. 상품 구조를 단순화해 순자산 100억원을 가진 레버리지 ETF를 가정해보자. 해당 상품은 주식 100억원을 매수하고, 주식을 담보로 선물 100억원을 매수하는 방식으로 200억원을 투자한 효과의 레버리지를 만들어낸다.
주가가 10% 상승한다면 주식과 선물은 각각 110억원이 되면서 각각 10억원의 평가이익이 발생한다. 이에 따라 ETF 순자산은 100억원에서 120억원으로 증가하고 투자자는 기초자산 수익률의 2배인 20% 수익률을 달성한다.
이러한 구조를 이해한다면 "최근 변동성 확대 원인이 레버리지 ETF"라고 단정하는 것은 시장 메커니즘을 지나치게 단순화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최근 반도체 업종의 변동성은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미국에서도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를 비롯해 마이크론 등 주요 반도체 기업의 변동성이 함께 확대됐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지속성에 대한 논란과 데이터센터 투자 사이클에 대한 기대 변화가 글로벌 반도체 업종 전체의 변동성을 높인 것이 근본적인 배경이다. 한국 반도체 기업 역시 이러한 글로벌 흐름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장 후반에 변동성이 증가하는 현상은 분명 레버리지 ETF의 리밸런싱 수요 영향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장 초반 변동성 역시 크게 확대되었으며, 오히려 오후보다 오전 시간대에 변동성 증가가 더욱 두드러졌다. 만약 레버리지 ETF가 변동성 확대의 주된 원인이었다면 변동성 증가는 장 후반에 집중되어야 한다. 실제 시장은 그렇지 않았다.
레버리지 ETF는 변동성의 원인이라기보다 변동성을 증폭하는 역할에 가깝다. 기계적인 수급은 시장에 이미 존재하는 방향성을 더욱 크게 만드는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새로운 방향을 만들어내는 주체는 아니다. 상승장에서 상승 폭을 키우거나 하락장에서 하락 폭을 키울 수는 있지만 장중 상승하던 시장을 갑자기 하락으로 전환시키는 구조는 아니라는 의미다.
그렇다고 레버리지 ETF를 가볍게 볼 필요도 없다. 한국 시장의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미국과 비교해 시가총액 비중은 비슷하지만 거래대금 비중은 훨씬 높다. 미국의 대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거래대금이 기초자산의 약 5% 수준인 반면 한국은 20~30% 수준까지 올라와 있다. 레버리지 ETF의 거래대금 증가는 시장 수급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집중되는 현상을 강화시킨 요인이기 때문이다.
거래대금 비중이 높다는 사실은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는 의미다. 하지만 시장 변동성은 거시경제 변수, 글로벌 업황, 외국인 수급, 파생상품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발생한다. 특정 상품 하나로 변동성을 설명하려는 접근은 시장을 지나치게 단순하게 바라보는 것이다.
금융시장에서는 원인과 증폭 요인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레버리지 ETF는 분명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구조를 가진 상품이다. 그러나 최근 반도체 업종의 높은 변동성은 글로벌 AI 투자 사이클과 업황 변화가 먼저 있었고, 레버리지 ETF의 기계적인 리밸런싱이 그 움직임을 장 후반 일부 확대시킨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인 해석이다.
시장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특정 상품을 비난하기보다 가격을 움직이는 여러 요인의 상대적인 기여도를 냉정하게 구분하는 시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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