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조직, 챗GPT 엔터프라이즈 도입 추진…'AI 차단'서 '관리형 활용'으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이 이달 말 기업용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인 ‘챗GPT 엔터프라이즈(ChatGPT Enterprise)’ 도입을 추진한다. 

2023년 내부 정보 유출 사고 이후 외부 생성형 AI 활용에 보수적인 태도를 유지해온 삼성전자 반도체 조직이 기업용 AI를 실제 업무에 본격 적용하는 것이다. 반도체 설계와 공정, 설비, 소스코드, 수율 등 민감한 정보를 다루는 사업 특성을 고려해 보안 통제를 강화하는 대신, 생성형 AI를 전면 차단하기보다 기업용 서비스와 내부 관리체계를 결합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22일 아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전자 DS부문은 OpenAI와 기업용 계약을 체결하고 이달 말 챗GPT 엔터프라이즈 도입을 목표로 관련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당초 도입 시점은 지난 6월로 검토됐지만, 반도체 기술과 내부 데이터에 대한 추가 보안 점검이 이어지면서 일정이 약 한 달 늦춰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당초 6월 도입을 검토했지만 일정이 7월로 조정됐다”며 “DS부문은 다른 조직보다 보안 측면에서 검토해야 할 사항이 더 많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화성캠퍼스로 출근하는 직원들/ AJP 유나현
삼성전자 화성캠퍼스로 출근하는 직원들/ AJP 유나현

삼성전자 전사 조직에서는 지난 6월 12일부터 외부 생성형 AI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외부 생성형 AI를 이용하려는 임직원은 사전에 온라인 보안교육을 이수하도록 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DS부문은 반도체 설계와 제조 공정, 생산설비, 소프트웨어 코드, 수율 등 회사 경쟁력과 직결되는 핵심 정보를 다루는 만큼 전사 조직과 별도로 보안 검토를 진행했다. 일반 소비자용 서비스가 아니라 데이터 보호와 관리 기능을 강화한 기업용 서비스를 적용하기로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도입을 추진하는 서비스는 OpenAI의 챗GPT 엔터프라이즈다.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한 언어모델을 활용하는 방식이 아니라 OpenAI와 직접 기업용 계약을 맺고 서비스를 제공받는 형태로 파악됐다. 

챗GPT 엔터프라이즈는 일반 사용자용 생성형 AI보다 조직 단위의 계정과 보안, 데이터 관리 기능을 강화한 서비스다. 삼성전자는 대용량 문서와 첨부파일 처리, 기술자료 검색과 요약, 소프트웨어 개발 지원 등에서 기존 AI 도구보다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존 서비스에서는 많은 분량의 자료를 한꺼번에 첨부할 경우 처리 속도가 떨어지거나 작업이 원활하지 않은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챗GPT 엔터프라이즈가 도입되면 반도체 엔지니어들이 다루는 방대한 기술문서와 연구자료, 소프트웨어 코드 등을 검색·분석하고 필요한 정보를 추출하는 업무에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반도체 사업은 공정 단계와 제품군별로 방대한 기술자료가 축적되는 데다 관련 정보가 개인용 컴퓨터와 사내 서버, 공용 폴더, 데이터베이스 등에 분산돼 있어 생성형 AI를 활용한 통합 검색과 분석 수요가 큰 분야로 꼽힌다. 

최병호 고려대학교 AI연구소 교수는 “과거에는 데이터베이스 안에 저장된 정보만 검색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개인 PC와 클라우드, 공용 폴더, 데이터베이스 등에 흩어진 자료를 한꺼번에 가져와 요약하고 원본 출처까지 연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생성형 AI는 단순한 검색과 요약을 넘어 축적된 정보를 기반으로 일정 수준의 추론과 분석, 예측까지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삼성전자는 임직원이 챗GPT 엔터프라이즈에 어느 수준까지 반도체 관련 데이터를 입력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된 정보나 반도체 설계·공정·설비·수율 관련 민감 자료는 내부 보안 규정에 따라 입력이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 

서비스가 어느 지역의 서버에서 처리·저장되는지, 외부망과 내부망이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는지, 사내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 별도 시스템을 구축하는지 등 구체적인 운영 구조도 공개되지 않았다. 

기업용 생성형 AI 도입의 핵심은 정보가 입력된 이후 어떤 경로로 처리되고 보관되는지를 통제하는 데 있다. 반도체 기업의 경우 기술자료 한 건이 경쟁력과 직결될 수 있는 만큼 서버의 위치와 데이터 암호화, 접근 권한, 사용기록 관리 등이 일반 기업보다 엄격하게 요구된다. 

최 교수는 “데이터 주권을 지키려면 가장 먼저 서버가 어디에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며 “서버가 조직 내부에 있는지 외부에 있는지, 데이터가 어떤 방식으로 암호화되고 누가 접근할 수 있는지가 핵심 보안 요소”라고 말했다. 

그는 “조직 내부에 서버를 구축하고 외부 통신을 차단하는 방식이 가장 안전할 수 있지만 100% 완전한 보안 기술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결국 기술뿐 아니라 접근 권한과 사용 절차, 사후 점검을 얼마나 정교하게 관리하느냐가 기업의 역량”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도입은 삼성전자의 생성형 AI 활용 전략이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2023년 DS부문 일부 임직원이 반도체 설비 관련 자료와 소스코드, 회의 내용을 외부 챗GPT에 입력한 사실이 확인되자 외부 생성형 AI 사용을 대폭 제한했다. 이후 외부 챗GPT 이용 시 별도 승인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사내 정보 유출 위험을 줄이기 위해 자체 AI 서비스도 병행해왔다. 

당시 사고는 글로벌 제조업계에 생성형 AI 보안 위험을 환기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혔다. 직원이 업무 편의를 위해 입력한 정보가 외부 AI 사업자의 시스템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삼성전자는 생성형 AI 활용보다 정보 보호에 무게를 둬왔다. 

그러나 생성형 AI가 소프트웨어 개발과 문서 작성, 데이터 분석, 연구개발 업무의 핵심 도구로 빠르게 자리 잡으면서 전면 차단만으로는 업무 효율과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기업용 생성형 AI 도입을 추진하는 것은 외부 서비스를 일률적으로 금지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보안성이 강화된 유료 서비스와 내부 통제를 결합해 활용 범위를 넓히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AI 관련 교육도 확대하고 있다. 주요 경영진을 대상으로 AI 전환(AX) 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전사 임직원은 외부 생성형 AI를 사용하기 전에 온라인 보안교육을 이수하도록 했다. 

AI 도구를 실제 업무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임직원이 입력 가능한 정보와 금지 정보를 명확하게 구분하고, 결과물의 정확성을 직접 검증하도록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기업용 AI를 도입한다고 생산성이 자동으로 향상되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사내에 축적된 데이터를 AI가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정리하고, 오래되거나 중복된 자료를 제거하는 작업이 선행되지 않으면 정확한 답변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생성형 AI를 실제 업무에 적용하려면 내부 데이터를 충분히 정리하고 가공하는 과정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며 “기업 내부 자료는 형식과 버전이 제각각이고, 같은 정보라도 작성 시점과 부서에 따라 내용이 다를 수 있어 그대로는 AI가 정확하게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이 원하는 것은 그럴듯한 답이 아니라 정확한 답”이라며 “하나라도 오류가 발생하면 결과를 다시 검증하는 데 상당한 시간과 인력이 들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생성형 AI가 사실과 다른 내용을 마치 사실인 것처럼 제시하는 ‘할루시네이션(환각)’ 문제도 여전히 과제로 꼽힌다. 반도체 설계나 생산 현장에서 잘못된 정보가 활용될 경우 단순한 문서 오류를 넘어 개발 일정과 생산성, 품질 관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최 교수는 “할루시네이션은 생성형 AI가 확률에 따라 답변을 생성하는 구조에서 비롯되기 때문에 완전히 없애기 어렵다”며 “기업과 업무에 대한 충분한 지식을 AI에 제공하고, 신뢰할 수 있는 자료 안에서만 답하도록 해 오류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AI가 충분한 정보를 찾지 못하면 모른다고 답하거나 작업을 중단하도록 조건을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며 “답변의 근거가 된 원문과 출처를 함께 제시하도록 하는 체계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챗GPT 외 다른 생성형 AI 서비스도 단계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코딩 지원 서비스인 ‘클로드 코드(Claude Code)’는 지난 5월 소프트웨어 개발 인력을 우선 대상으로 개방됐다. 

삼성전자 내부 공지에는 구글의 생성형 AI 서비스 ‘제미나이(Gemini)’를 오는 11월 도입하는 계획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해당 일정은 내부 보안 검토와 시스템 준비 상황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챗GPT 엔터프라이즈와 클로드 코드, 제미나이 등 복수의 생성형 AI를 업무 특성에 따라 선택적으로 활용하는 체계를 구축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문서 검색과 분석, 소프트웨어 개발, 연구개발 등 업무별로 각 서비스의 강점이 다른 만큼 하나의 AI에 의존하기보다 용도별로 서비스를 나눠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DS부문의 챗GPT 엔터프라이즈 도입은 생성형 AI 활용과 반도체 기술 보안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으려는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실제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서비스 도입 자체보다 입력 데이터의 범위와 접근 권한, 답변 검증, 사고 발생 시 책임 체계까지 포함한 정교한 운영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관건이다. 

 
삼성전자 서초 사옥 AJP 유나현 기자
삼성전자 서초 사옥/ AJP 유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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