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소위원회에 보고된 부과체계 개편안의 핵심은 보험료 상한선과 하한선의 연동 및 인상이다. 현재 직장가입자의 월 보험료 상한액은 약 848만원, 하한액은 약 1만9700원 수준으로 동결되어 있었으나 정부는 이를 임금 상승률 및 수수가격 등과 연동해 정기적으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번 조치로 인해 고소득 직장인의 부담 증가는 피할 수 없게 됐다. 통계적으로 상한액 적용을 받는 월 소득 1억1000만원 이상의 초고소득 직장인(전체 직장가입자의 약 0.02~0.03%)의 경우 상한선 인상에 따라 연간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달하는 건강보험료를 추가로 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동시에 최저 보험료를 적용받는 하위 소득층 직장인 역시 하한선 인상에 따라 다소간 부담 증가가 불가피해졌다. 수치상 전체 가입자 대비 영향을 받는 대상의 비율은 일부에 집중되어 있지만 고소득층에 대한 징수 강화로 재정 수입을 즉각 확충하겠다는 정부의 계산이 깔려 있다.
문제는 5조원이라는 막대한 적자가 발생한 본질적 원인이다. 건보 재정 악화는 단순한 징수액 부족 때문이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초고령화로 인해 65세 이상 고령층의 의료비 지출이 전체 건보 수가 지출의 40% 이상을 차지할 만큼 급증했다. 여기에 보장성 확대 정책에 따른 비급여의 급여화, 과잉 진료와 도덕적 해이, 매년 반복되는 국고 지원금의 한시적 유효기간 논란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수입(Revenue)의 미세 조정만으로는 지출(Expenditure)의 폭발적 증가를 감당할 수 없는 구조다.
합리적 대안은 수입 확대와 지출 효율화를 동시에 추진하는 ‘근본적 구조개혁’이다. 우선 피부양자 자격 요건을 실질 소득 및 재산 기준으로 대폭 강화해 ‘소득 있는 곳에 보험료 있다’는 원칙을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 또한 행위별 수가제의 한계를 극복하고 가치 기반 의료 및 성과 중심 수가제로의 전환을 서둘러 과잉 진료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건보 재정에 대한 정부의 국고 지원 비중을 법적으로 명확히 하고 항구화하여 재정 예측 가능성을 확보하는 일도 시급하다.
건강보험은 국민 건강권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이자 사회안전망이다. ‘지출 구조개혁 없는 보험료 상한선 인상’은 국민의 반발만 부를 뿐이며 지속 가능한 해법이 될 수 없다. 정부와 국회는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을 넘어 지출 통제와 구조개혁을 포함한 거시적 판짜기에 즉각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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