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는 3년 9개월 만에 내는 솔로 앨범이에요. 그동안 군대도 다녀왔고 몬스타엑스로 복귀해서 앨범도 내고 투어도 하는 와중에 솔로 앨범을 준비해 발매하게 됐습니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많은 분들이 솔로 앨범을 기다려주셨고, 팬이 아닌 분들도 제 앨범을 많이 들어주신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래서 박차를 가했고 기간을 여유롭게 두고 양질의 퀄리티를 뽑아냈습니다. 퀄리티에 있어서는 어떤 앨범보다 자신 있어요."
타이틀곡 '쏘 굿(So Good)'은 끊임없이 정답을 강요하는 외부의 목소리들 속에서 결국 자신의 선택을 믿기로 결심하는 순간을 담아냈다. 흐릿해진 확신과 끝없는 질문 사이를 방황하면서도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자유를 찾아가는 서사다.
"이번 앨범은 총 7곡인데, 그중 3곡 정도를 제외한 4곡이 모두 타이틀곡 후보였어요. 놓치고 싶지 않은 곡들을 모아보니 원래 타이틀곡 후보였던 곡이 네 곡 정도 됐죠. 색깔이 강하고 '이게 수록곡이야?' 싶을 만큼 다이내믹한 곡들이 많아서 타이틀을 고르기가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 타이틀곡은 앨범 전체 메시지를 관통하고 다른 곡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으면서 제 색깔을 확고하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데드라인 하루 전까지도 정하지 못하다가, 이 곡을 타이틀로 하지 않으면 정말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곡이 '쏘 굿'이었습니다. 제 보컬의 색깔을 확정 지어줄 수 있는 곡이라고 생각해서 요청하게 됐어요."
솔로 아티스트 기현의 행보는 몬스타엑스의 색채와 의도적인 거리 두기에서 출발한다. 그룹 안에서 강렬한 퍼포먼스와 에너지를 폭발시켰다면, 솔로 앨범에서는 그가 가장 자유로움을 느끼는 록 기반의 밴드 사운드를 전면에 세웠다.
"고의적으로 몬스타엑스의 색깔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가는 것도 맞아요. 몬스타엑스에서는 세고 강렬하고 춤도 격한 모습을 많이 보여줬다면 제 솔로 앨범에서는 저만 할 수 있고 제가 좋아하는 록 기반의 색깔, 밴드 음악에 기반을 둔 앨범을 계속 유지하고 있습니다. 1집, 2집, 3집까지 이어오고 있는데 하면 할수록 두 가지 색깔을 같이 가지고 간다는 게 좋고 재미있어요."
몬스타엑스의 메인 보컬과 솔로 보컬리스트. 두 자리는 기현에게 전혀 다른 질감의 책임감을 요구한다. 팀 안에서는 곡의 정점을 찍고 완성도를 끌어올리는 역할이라면 솔로로서는 한 곡의 시작부터 끝까지 온전한 기승전결을 만들어야 했다.
"메인보컬로 있을 때는 정점을 찍어주는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긴 노래 안에서 제 짧은 파트가 노래를 완성시키는 역할이죠. 반면 솔로로 오면 한 곡의 처음부터 끝까지 기승전결을 제가 다 요리해야 합니다. 부담감이 있는 반면 제 마음대로 요리해도 되는 자유도 있어요. 설정할 수 있는 폭이 많이 다르지만 둘 다 매력이 있습니다. 그룹에서는 다른 친구들과 함께 있으면서 끝을 딱 쳐주는 느낌이고, 솔로에서는 온전히 한 곡을 끌고 간다는 점이 달라요."
전작 '유스'가 청량한 에너지에 방점을 찍었다면, 이번 앨범은 한층 성숙한 결로 나아간다. 앞선 두 장의 앨범이 억눌린 강박을 벗고 무대 위에서 자유롭게 뛰어놀고 싶었던 내면의 발현이었다면, '보더라인'은 아티스트로서 '증명해야 할 것'을 내보이는 결과물에 가깝다.
"솔로 데뷔곡 '보이저'는 시원하게 지르고 즐길 수 있는 곡이었어요. '유스'도 가사는 교훈적이고 제 청춘을 나타내는 따뜻한 말들이었지만 사운드는 신나고 즐길 수 있는 곡 위주였죠. 두 앨범이 그렇게 나온 건 제가 많이 밀어붙인 결과였어요. 20대 때는 틀에 갇힌 사고도 있었고 강박도 있었고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가 많았습니다. 록 음악을 하면서 그런 것이 많이 해소됐어요. 다시 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고, 솔로 앨범을 할 때만큼은 무대에서 뛰어놀고 자유롭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3집도 똑같이 내려고 하니 피로감이 있었어요. 이번 곡도 록 기반, 밴드 기반이지만 섬세하고 서정적인 분위기로 시작하고 마냥 뛰놀면서 신경 쓰지 않고 부를 수 있는 곡은 아닙니다. 목도 많이 풀어야 하고 컨디션에 의존해야 하는 곡을 해야 할까 고민했지만, 이제는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밀린 숙제를 이제 하자는 느낌으로 고르게 됐습니다."
그가 말하는 '증명'의 본질은 결국 보컬이다. 단순한 청량감을 넘어 서정성과 폭발력을 촘촘히 엮어낸, 오직 기현만이 부를 수 있는 곡이 필요했다.
"즐기는 것도 좋지만 이제는 기승전결이 있고 서정적인 모습부터 지르는 모습까지 같이 보여줄 수 있는 곡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다른 사람도 부를 수 있는 곡이 아니라, 제가 불렀을 때 온전히 기현의 곡이 되는 노래를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쏘 굿'을 타이틀로 정하는 데 컸습니다."
음악적 성장은 기현 삶의 궤적과도 자연스레 맞물린다. '보이저'가 솔로로서의 닻을 올린 시작이었고 '유스'가 청춘의 순수를 돌아보는 회고록이었다면, '쏘 굿'은 30대에 접어들어 자신의 선택에 온전한 책임을 지게 된 현재의 기현과 정확히 겹쳐진다.
"'보이저'부터 세 번째 앨범까지 오면서 제 삶과 잘 맞아떨어진다는 느낌을 자주 받아요. '보이저'는 솔로의 시작이었고, 에너지 넘치는 록 기반 음악이었습니다. '유스'는 제가 어떤 순수한 감정을 가진 사람이었는지 이야기하면서 '보이저'보다 발전한 모습을 보여줬다면, '쏘 굿'은 지금 제 나이에도 맞고 인생에서 성숙해지는 단계와도 맞는 것 같아요. 30대가 되면서 생각도 깊어지고 제 결정에 책임을 지게 되는 나이라고 느끼거든요. '쏘 굿'의 메시지는 주변에서 정답을 강요하는 목소리와 방향이 많아도 내 선택을 믿고 나아갔을 때 주어지는 자유로움입니다. 그게 제 삶과도 연결돼 있어서 의도한 건 아닌데 맞아떨어지는 게 신기했어요. 그래서 노래할 때도 잘 이입됩니다. 제 삶을 계속 이야기하는 느낌이에요."
치열하게 빚어낸 만큼 성적에 대한 일말의 기대도 숨기지 않았다. 다만 기현이 정의하는 '성공'의 기준은 차트 위 숫자에만 머물지 않는다. 더 많은 대중에게 가닿아 솔로 아티스트 기현의 선명한 색을 각인시키는 것, 그것이 이번 활동의 진짜 목표다.
"기대를 하면 안 되는데 확신이 있다 보니 저도 모르게 상상을 조금씩 하게 되더라고요. 회사 분들도 '이거 잘될 것 같다'는 말을 많이 해주셨습니다. 잘된다는 게 단순히 순위가 높은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아요. 어느 정도 높은 곳에 오래 머무르면 많은 분들이 들을 수 있는 빈도가 높아지고 제 음악을 퍼뜨릴 수 있는 기회가 되죠. 상업적으로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음악을 들은 분들이 '얘 이런 음악 진짜 잘한다'는 인식을 갖게 된다면 좋겠습니다. 성공했으면 하는 마음 반, 음악을 알아주셨으면 하는 마음 반이에요."
기현은 '보더라인'을 가리켜 "애정과 확신을 갖고 스스로 선택해 만든 앨범"이라고 단언했다. 상업적 성패를 넘어 자신의 음악 세계에 가장 선명한 방점을 찍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앨범은 이미 그에게 충분한 의미를 지닌다.
"굉장히 애정을 갖고 확신을 갖고 제 선택으로 만든 앨범입니다. 노래와 가사처럼 제 선택을 넣어 만든 앨범이에요. 이 앨범과 활동이 상업적으로 성공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제 음악 세계관에 정확한 색깔을 찍은 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 그만큼 애정 있게 보는 앨범이니까 많은 분들이 더 들어주셨으면 좋겠어요. 제가 이런 음악을 하고, 이런 것을 잘하는 사람이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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