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미세 핀셋' 부동산 대책…'고가·비거주' 세금 조이고 신축 잔금만 숨통

  • 실거주 1주택 부담 유지·초고가 공제 제한 검토

  • 기존주택 매수자 잔금 지원 제외…LTV 완화도 선 그어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월 23일 서울 여의도 KBS 별관에서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월 23일 서울 여의도 KBS 별관에서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의 부동산 후속 대책이 전면적인 규제 강화나 완화가 아닌 ‘초미세 핀셋’ 방식으로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세금은 주택 수뿐 아니라 가격과 실거주 여부까지 따져 초고가·비거주 주택의 부담을 높이고, 금융은 대출 총량 규제를 유지하면서 입주를 앞둔 일부 신축 아파트의 잔금대출에만 숨통을 틔워주는 방향이다.
 
2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재정경제부의 세제개편안과 금융위원회·국토교통부의 주택금융·공급 보완책은 일정한 시차를 두고 발표될 전망이다. 금융·공급 대책은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이르면 이달 중순께 공개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세제 개편의 핵심은 ‘몇 채를 보유했느냐’에 집중됐던 과세 기준을 ‘얼마짜리 주택을 어떤 목적으로 보유했느냐’로 세분화하는 것이다. 일정 가격 이하의 실거주 1주택자는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부담을 현행 수준으로 유지하거나 낮추고, 초고가·비거주 1주택과 다주택자의 부담은 높이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지난달 27일 열린 부동산정책 국민 대토론회에서는 초고가 1주택자의 종부세 공제에 한도를 설정하고, 비거주 1주택자의 세액공제를 단순 보유보다 실제 거주 중심으로 바꾸는 방안이 제안됐다. 다주택자는 기본공제와 공정시장가액비율, 세율을 조정해 부담을 차등화하는 방안도 거론됐다. 다만 이는 전문가 제안 단계로 구체적인 기준과 세율은 확정되지 않았다.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도 실거주 중심으로 손질될 가능성이 크다. 현행 제도에서는 1세대 1주택자가 주택을 장기간 보유하면 실제 거주하지 않아도 보유 기간에 따라 양도차익의 최대 40%를 공제받는다. 거주 기간 공제를 합치면 전체 공제율은 최대 80%에 달한다.
 
정부는 단순 보유 기간에 대한 공제를 축소하거나 폐지하고 실제 거주 기간의 공제 비중을 높이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 다만 세 부담이 한꺼번에 급증하지 않도록 중저가 주택보다는 초고가·비거주 주택을 중심으로 단계적으로 제도를 개편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금융정책은 세제보다 보수적인 기조가 유지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은행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로 잔금대출을 받지 못하는 신축 아파트 수분양자를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기존 아파트 매수자의 잔금대출은 지원 대상에 포함하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원 대상은 대출 규제가 본격적으로 강화된 지난해 6·27 대책 이전에 분양계약을 체결하고 현재 입주를 준비 중인 수분양자가 중심이다. 금융당국은 규제 이전에 청약해 수년간 입주를 준비한 수분양자와 규제를 인지한 상태에서 올해 기존 아파트 매매계약을 체결한 매수자를 동일하게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28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에 입주를 앞둔 신축 아파트 실수요자의 잔금대출이 차질 없이 집행되도록 협조를 요청했다. 일부 신축 단지에서는 은행권의 자율적인 판단에 따라 집단 잔금대출이 집행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잔금이 원활히 공급돼야 신축 아파트 입주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청년·신혼부부나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일괄적으로 높이는 방안에는 선을 그었다.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대출 한도를 확대하면 늘어난 자금이 집값에 전가돼 매수세를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다.
 
집값 상승 기대가 여전히 높은 점도 대출 규제 완화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7월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27로 전월보다 7포인트 올라 2021년 9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향후 1년 뒤 집값이 오를 것으로 보는 소비자가 그만큼 늘었다는 뜻이다.
 
은행권이 올해 관리해야 하는 가계대출 증가율도 1.5%로 묶여 있다. 신축 아파트 잔금대출 지원 규모가 커질수록 은행들이 다른 주담대나 신용대출을 줄이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금융당국은 현재 하반기 잔금대출 수요와 이에 따른 가계대출 순증 규모를 추계하고 있다.
 
정부는 수요자의 주택 구입자금을 폭넓게 풀어주기보다는 공급자 금융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비아파트와 임대주택 사업에 대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공적 보증 규모를 늘려 착공과 공급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개인에게 집을 살 돈을 더 빌려주기보다 사업자가 주택을 지을 수 있도록 자금을 공급하는 편이 집값 자극을 줄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정부 대책은 세제에서 실거주 여부와 주택 가격을, 금융에서는 계약 시점과 실제 공급 효과를 기준으로 지원과 규제 대상을 구분하는 방식이 될 것”이라며 “실거주 중저가 1주택자는 보호하면서 초고가·비거주 주택에는 세 부담을 높이고, 신축 입주는 지원하되 기존 주택 매매 수요를 자극할 수 있는 대출 완화는 차단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다만 정책의 기준이 세분화될수록 경계선에 놓인 실수요자의 형평성 논란도 커질 수 있다. 직장이나 자녀 교육 때문에 일시적으로 거주하지 못하는 1주택자를 어떻게 구분할지, 같은 무주택자인 기존 주택 매수자를 신축 수분양자와 다르게 취급하는 것이 타당한지가 쟁점이다.
 
강성훈 한양대 정책학과 교수는 “초고가 주택의 기준은 다양한 논의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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