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달 째 빈자리' 노태악 후임…조희대 대법원장, 이흥구 후임과 동시 제청하나

  • 대법원, 오는 4일 후보추천위 열어 이흥구 후임 후보 선정

  • 윤성식·김민기·박순영·손봉기 중 선정...국회 인사청문회 거친 뒤 임명

노태악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14일 국회에서 열린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 국민 참정권 침해 진상규명 및 선거관리 개혁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제1차 청문회에서 머리카락을 만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노태악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이 14일 국회에서 열린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 국민 참정권 침해 진상규명 및 선거관리 개혁을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제1차 청문회에서 머리카락을 만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노태악 전 대법관이 지난 3월 퇴임한 이후 5개월 가까이 후임 대법관 자리가 공석으로 방치되고 있다. 대법관 제청권자인 조희대 대법원장이 후임자 임명 제청을 미루는 가운데 오는 9월 7일 퇴임하는 이흥구 대법관의 뒤를 이을 대법관 후보가 이번 주 추려진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관 후보추천위원회(추천위)는 오는 4일 회의를 열고 대법관 후임 후보 28명 중 3명 이상을 조 대법원장에게 추천한다. 조 대법원장은 추천위가 제시한 제청 후보 중 최종 1명을 이재명 대통령에게 임명 제청한다. 이후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친 뒤 최종 임명된다.

대법원은 지난 5월 22일부터 6월 2일까지 대법관 제청 대상자를 천거받았다. 당시 대법관 후보 87명(법관 81명·변호사 4명·교수 2명) 중 28명(법관 27명·교수 1명)이 심사에 동의했다. 대법원은 심사 동의자에 대한 학력·경력·재산·병역·형사 처벌 전력 등을 공개하고 이들에 대한 국민 의견을 지난달 3일까지 받기도 했다.

당연직 위원 6명(이흥구 선임 대법관, 정성호 법무부 장관, 김정욱 대한변호사협회장, 최봉경 한국법학교수회 회장, 홍대식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이사장, 노경필 법원행정처장)과 비당연직 위원 4명으로 구성된 추천위는 지난 1월 윤성식 서울고법 부장판사, 김민기·박순영 서울고법 판사,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 등 4명을 후임 후보로 추천했다.


김민기 고법판사는 1997년 판사로 임관해 서울행정법원·대전지법·서울고법 등을 거쳤고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지냈다. 박순영 고법판사도 1996년 판사로 임관한 뒤 서울고법·대전고법 등을 거쳐 대법원 재판연구관 등을 역임했다.

손봉기 부장판사 역시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지냈고 대구지법, 울산지법에서 판사로 근무한 뒤 2019년엔 대구지법원장을 지냈다. 윤성식 부장판사는 1998년 서울지법 동부지원을 시작으로 사법연수원 수석교수 등 주요 보직을 거친 뒤 지난해 법원행정처 기조실장을 역임했다.

통상 추천위 추천 이후 2주 안팎이면 최종 후보 1명이 대통령에게 제청되는 것이 관례이지만, 올해는 6개월이 지나도록 후보자가 선정되지 못했다. 청와대는 김민기 고법판사를 지정했으나 조 대법원장은 다른 후보를 추천하면서 임명에 진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헌법상 대법관은 대법원장의 제청과 국회 동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임명권과 제청권을 나눠 가진 두 기관의 의견이 맞설 때 이를 중재하기 위해 추천위가 3명 이상의 후보를 추천하지만 이번엔 제 역할을 못했다는 평가다.

만약 청와대 뜻을 따르면 독립적인 제청권을 포기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고, 청와대 의사와 다른 후보를 강행할 경우 여당 과반인 국회에서 임명동의안이 부결되거나 대통령이 임명을 거부할 위험이 크다. 이에 법조계에선 진퇴양난에 빠진 조 대법원장이 대법관 추천을 미루고 장기전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이 대법관 후임 추천을 계기로 대법원이 노 전 대법관 후임 제청까지 한 번에 해결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조 대법원장이 노 전 대법관 후임과 이 대법관 후임을 동시에 제청하면서 청와대와 1명씩 선호 후보를 나누어 반영하는 동시 제청 가능성도 거론된다.

만약 오는 9월 7일 후임이 지정되지 못한 채 이 대법관이 퇴임하면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대법관 2명이 비어 있는 상태로 파행 운영된다. 이에 따라 연간 4만건이 넘는 상고심 사건 처리 지연도 불가피하다.

다만 지난달 조 대법원장이 노경필 대법관을 법원행정처장에 임명하며 사법부 공백을 장기화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옴에 따라 향후 어떤 선택을 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법조계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근데 사실 원래 (지명)했어도 진작에 하셨어야 할 일인데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와 함께 우리 사법 체계가 바뀌는 이 타이밍에 왜 추천위가 가동되는 건지 모르겠다"며 "이재명 대통령 사건도 대선 전에 파기환송했는데 본인은 그게 아니라고 하지만 딱 오해받기 좋은 행동들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 생각은 장기간 임명을 미뤄오며 비판을 받으셨기에 이번에 두 명 다 재청할 수도 있다고 본다"며 "지금 검찰이 사라지고 사법부도 동시에 압박을 받는 상황이기에 정치적인 고려에서 나온 결정이 아닌가 싶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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