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이재명 정부 1년 특별기획 ③] 선진국은 경제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 법치·교육·언론·정치개혁이 대한민국의 미래다

대한민국은 세계 10위권 경제 규모를 가진 나라가 됐다. 반도체와 조선, 자동차, 배터리 등 첨단 제조업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있고, 문화와 콘텐츠 산업은 국경을 넘어 새로운 국가 브랜드를 만들고 있다. 이제 경제력만 놓고 보면 누구도 대한민국을 개발도상국이라 부르지 않는다. 그러나 국민이 체감하는 국가의 품격과 사회 시스템은 경제 성장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선진국은 경제 규모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법과 제도, 교육과 정치, 사회적 신뢰가 함께 성숙할 때 비로소 진정한 선진국이 된다.

취임 1년을 맞은 정부 앞에 놓인 과제도 여기에 있다. 앞으로의 국정 운영은 단순히 성장률을 높이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경제를 떠받치는 국가 시스템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개혁이 병행돼야 한다. 법치와 교육, 연금과 저출산, 언론과 정치 개혁은 서로 다른 과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하나의 축이다.

무엇보다 법치주의는 국가 경쟁력의 출발점이다. 기업은 예측 가능한 법과 제도를 신뢰할 때 투자하고, 국민은 공정한 법 집행을 믿을 때 사회를 신뢰한다. 법이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적용되고 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될 때 시장도 안정된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제도가 흔들리거나 법의 예측 가능성이 낮아진다면 기업은 투자를 주저하고 국가는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교육 혁신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AI 시대에는 과거의 암기식 교육만으로 세계와 경쟁하기 어렵다. 창의성과 문제 해결 능력, 디지털 역량을 키우는 교육으로 과감히 전환해야 한다. 대학은 산업과 함께 연구하고, 기업은 교육 현장과 연결되며, 정부는 미래 인재를 길러낼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인재는 국가가 보유한 가장 중요한 전략 자산이다.

저출산과 고령화 역시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문제다.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생산가능인구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연금 개혁과 노동시장 개혁, 청년 주거와 일자리 정책은 따로 추진할 사안이 아니다. 청년이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근본적인 접근이다.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는 일도 중요하다. 디지털 시대에는 정보가 넘쳐 나지만 신뢰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가짜뉴스와 자극적인 정보가 사회 갈등을 키우고, 확인되지 않은 주장들이 여론을 흔드는 일이 반복된다. 언론은 사실에 기반한 보도와 책임 있는 공론장을 만들어야 하며, 정부와 정치권도 투명한 정보 공개와 소통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신뢰는 민주주의의 기반이자 경제의 자산이다.

정치 역시 변화해야 한다. 기업은 정권이 바뀌는 것보다 정책이 자주 바뀌는 것을 더 두려워한다. 경제는 예측 가능성을 먹고 자란다. 여야가 정쟁에만 몰두한다면 개혁은 지연되고 국민의 피로감만 커질 뿐이다. 협치는 정치적 타협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필수 조건이다. 정권의 성패를 넘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공통의 목표를 만들어 가는 정치가 필요하다.

경제 성장만으로는 선진국이 완성되지 않는다. 세계가 대한민국을 높이 평가하는 것은 수출 규모 때문만이 아니라 민주주의와 법치, 시민의식, 사회적 신뢰를 함께 갖춘 나라일 때 가능하다. 앞으로의 10년은 얼마나 더 많이 생산하느냐보다 얼마나 더 품격 있는 국가를 만드느냐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새정부 출범 1년은 새로운 출발점이다. 이제 대한민국은 성장의 속도만이 아니라 성장의 질을 고민해야 한다. 법치가 바로 서고 교육이 미래를 준비하며 언론이 신뢰를 회복하고 정치가 협치의 문화를 만들어 갈 때 비로소 경제도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 국가의 품격은 경제의 결과가 아니라 경제를 가능하게 하는 가장 강력한 기반이다. 대한민국이 다음 단계의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경제를 넘어 국가 시스템을 혁신하는 용기와 지혜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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