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국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생산체제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AIDC) 확산으로 에너지저장장치(ESS)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오는 8월로 예정된 제3차 ESS 중앙계약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SK온은 올해 4분기 충남 서산공장의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라인을 ESS용 LFP 배터리 라인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마치고 시운전에 들어갈 예정이다.
SK온은 서산 2공장에 있는 4개 생산라인 가운데 2개를 ESS용으로 전환한다. 전환이 완료되면 연간 3기가와트시(GWh) 규모의 LFP 배터리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현재 배터리 3사가 국내에서 추진 중인 ESS용 LFP 생산라인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삼성SDI는 울산사업장에 ESS용 LFP 배터리 등 중대형 배터리를 위한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삼성SDI는 올해부터 2040년 말까지 울산에 약 16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힌 바 있다. ESS용 LFP 배터리 생산, 로봇용 전고체 배터리 세계 생산 거점 조성 등이 목적이다.
그동안 삼성SDI는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기반의 삼원계 배터리를 중심으로 ESS 시장에 대응했지만, 가격 경쟁력과 장수명이 강점인 LFP 제품군으로도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도 충북 오창 에너지플랜트에서 ESS용 LFP 배터리 국내 생산을 준비하고 있다. 당초 2027년부터 연간 1GWh 규모로 생산을 시작할 계획을 밝혔으며, 수요가 증가하면 생산 규모를 단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 난징과 미국 미시간 등 해외 공장에서 이미 ESS용 LFP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다. 해외에서 축적한 LFP 배터리 생산기술을 오창 공장에 적용해 국내 ESS 입찰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3사가 국내 LFP 생산기지를 마련하는 것은 AIDC를 중심으로 ESS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AI 데이터센터는 대규모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아야 해 전력 사용량이 갑자기 변하거나 정전이 발생할 경우에 대비한 ESS 구축 필요성이 크다.
특히 LFP 배터리는 삼원계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는 낮지만 가격이 저렴하고 수명이 길며 열적 안정성이 높다. 공간과 무게보다 경제성과 안전성이 중요한 전력망·데이터센터용 ESS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부와 전력거래소가 추진하는 제3차 ESS 중앙계약시장도 배터리 3사의 국내 생산 확대를 이끌 전망이다. 전력거래소는 이르면 이달 중순, 늦어도 오는 9월 제3차 중앙계약시장 입찰을 공고할 예정이다. 가격과 비가격 평가 비중은 기존과 마찬가지로 각각 50%씩 적용될 전망이다.
중앙계약시장은 전력계통 안정화를 위해 구축되는 대규모 ESS의 사업자를 선정하고 일정 기간 전력거래를 보장하는 제도다. 비가격 평가에서는 배터리의 안전성과 국내 산업 기여도, 공급망 안정성 등이 주요 요소로 반영된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생산한 LFP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지가 수주 경쟁력을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 중국산 LFP 배터리보다 가격은 높더라도 안정적인 공급망과 사후 대응, 국내 산업 기여도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진행된 ESS 중앙계약시장에서는 1·2차 누적 기준으로 삼성SDI가 약 56%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SK온이 약 25%, LG에너지솔루션이 약 19%로 뒤를 이었다. 1차 시장에서는 삼성SDI가 전체 물량의 약 76%인 465MW를 수주하며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고, LG에너지솔루션이 나머지 약 24%를 확보했다. 반면 2차 시장에서는 SK온이 284MW를 따내며 점유율 50.2%로 선두에 올랐고, 삼성SDI가 202MW로 약 35.7%, LG에너지솔루션이 79MW로 약 14%를 각각 확보했다.
SK온이 4분기 국내 최대 규모인 3GWh 생산라인의 전환과 시운전을 마치면 배터리 3사의 국내 LFP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수요 둔화로 배터리 업체들이 기존 생산라인의 활용도를 높여야 하는 상황에서 ESS가 새로운 수요처로 떠오르고 있다"며 "AIDC와 중앙계약시장을 중심으로 국내 LFP 생산이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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