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원의 글로벌 렌즈] 우크라의 방공 무기 SOS, 우리의 방공망부터 돌아봐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사진EPA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사진=EPA·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한국을 향한 구애가 갈수록 절박해지고 있다. 그는 최대 5만명의 북한군이 러시아 영토에 추가 배치될 수 있다고 경고했고, 북한이 탄도미사일까지 러시아에 지원했다며 이 무기들이 실전을 거쳐 고도화되고 있다는 우려를 전했다. 그러면서 이런 흐름이 한국·일본 등 역내 국가의 안보 위험을 키울 것이라며 한국의 방공망 지원을 재차 촉구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8일에도 "한국의 법적 제약은 알고 있다"면서도 부족한 방공 시스템 지원을 기대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 같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호소는 일리가 있다. 더욱이 러시아의 침략으로 4년 반 넘게 진행된 전쟁에 지친 나라의 지도자가 우방을 향해 거듭 손을 내미는 모습은 안쓰럽기까지 하다. 그러나 국가의 안보 정책은 감정이 아니라 냉정한 손익 계산 위에서 세워져야 한다. 지금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패트리엇과 같은 첨단 방공 무기를 지원한다면 감수해야 할 대가는 결코 가볍지 않다.

더구나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주 키이우 주재 대사들과의 회의에서 일본과의 관계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불만을 토로한 바 있다. 그는 일본의 정치적 변화에 큰 기대를 걸었지만 실제 협력 성과는 그에 미치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관계 개선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일본이 현재까지 우크라이나에 200억 달러 이상을 지원했음에도 불구하고 나온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단지 일본에 대한 서운함의 표현이 아니라 우크라이나가 아시아 우방국 전반을 상대로 방공·방산 협력을 요청하는 외교 캠페인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 일본을 향한 실망, 한국을 향한 SOS는 같은 흐름 위에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최우선적으로 생각할 것은 한국 자체의 방공 능력이다. 북한의 미사일 능력이 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해 개선되고 있다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발언은 역설적으로 한국이 자국 방공망을 최우선으로 지켜야 할 이유를 보여준다. 이미 장기화되고 있는 이란 전쟁 여파에 패트리엇 등 방공 시스템은 미국도 수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따라서 우리 방공 전력을 장담할 수 없는 시점에서 관련 결정은 신중해야 한다. 실제로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세스 존스 국방·안보국장은 10일(현지시간) "일본과 필리핀에서 괌과 한국에 이르기까지 태평양 전역 미군 기지와 기반시설은 중국과 북한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에 매우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러시아와의 관계 악화라는 현실적 비용도 생각해야 한다. 러시아는 줄곧 한국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 무기 지원'을 레드라인으로 제시하면서 예민한 모습을 보여온 만큼 방공 무기 지원 시 러시아와의 관계가 크게 악화할 수 있다. 러시아 역시 전후 우리가 관계를 회복해야 할 상대이다. 나아가 러시아는 이미 북한과 유사시 군사적 지원을 약속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조약을 맺은 상태인 만큼 한국과의 갈등이 커지면 대북 군사·기술 지원이 더욱 노골화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굳이 러시아와의 갈등을 키워 북한에 대한 군사협력을 강화할 명분을 제공할 필요가 있는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물론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과 기술 이전이 한반도 안보에 실질적 위협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고, 우리 역시 우크라이나와의 협력이 필요하다. 다만 그 대응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직접적 무기 지원이 아니라, 정보 공유 강화, 북·러 군사협력에 대한 국제사회 공동 대응 동참, 대북 감시·억지력 강화 같은 경로를 통해서도 이루어질 수 있다. 동시에 러시아 측과도 소통을 이어가며 북한과의 밀착에 대한 우려를 꾸준히 전달해야 한다.

결국 우크라이나의 안타까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타국을 위해 우리의 방어를 포기할 수는 없다. 한반도의 안보는 결국 우리 스스로 지켜야 하며, 그 계산은 누구의 호소보다 우리의 국익을 먼저 따져야 한다. 신중함은 비겁함이 아니라 국가 전략의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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