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해외 투자자금을 국내 증시로 돌리기 위해 각종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효과가 점점 미약해지는 추세다. 국내시장 복귀계좌(RIA)의 세제 혜택이 단계적으로 축소되는 가운데 국내 증시가 급락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은 다시 미국 증시로 향하고 있다.
1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1~10일)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수액은 7억1648만달러로 집계됐다. 열흘 만에 지난 6월 한 달간 순매수액인 6억3295만달러를 넘어섰다. 올해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수는 4월과 5월을 제외하고 매월 이어지고 있는데 특히 7월에는 순매수액이 46억4241만달러까지 급증했다.
최근 국내외 증시의 수익률 격차가 벌어진 것이 직접적인 배경으로 꼽힌다. 국내 증시는 최근 급락과 높은 변동성을 겪은 반면 미국 증시는 상대적으로 선방하면서 투자자들이 세제 혜택보다 수익률을 우선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주식에 세금을 내더라도 국내 증시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면 굳이 국내로 자금을 옮길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RIA에서도 정책 효과가 둔화하는 모습이 뚜렷하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RIA 잔고는 2조1292억원으로 전월보다 5268억원 감소했다. 지난 3월 출시 이후 월간 잔고가 감소한 것은 처음이다. 월별 순유입액도 3월 4140억원에서 4월 9249억원, 5월 1조2450억원으로 늘었지만 6월 721억원으로 급감한 뒤 7월에는 감소로 돌아섰다.
문제는 RIA의 세제 유인이 앞으로 더 약해진다는 점이다. 해외주식을 매도한 뒤 국내 주식 등에 투자하면 양도소득세를 감면해주는 RIA는 당초 100%였던 공제율이 6~7월 80%로 낮아졌고 이달부터 연말까지는 50%가 적용된다. 가장 강력했던 세제 혜택이 단계적으로 줄어드는 만큼 국내 증시로 자금을 돌릴 유인도 갈수록 약해질 수밖에 없다.
ISA 개편안도 비슷한 논란을 낳았다. 정부는 국내 주식 등에 투자하는 '생산적 금융 ISA'를 신설하는 한편 기존 ISA의 납입한도 이월을 폐지하고 계약기간을 최대 5년으로 제한하는 방안을 내놨다. 그러나 국내 상장 해외지수 ETF 등을 선호하는 투자자들의 반발이 커졌고, 결국 이재명 대통령이 개편안의 원점 재검토를 지시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투자자금을 붙잡겠다며 새로운 제도를 만들고 기존 혜택을 줄였다가 반발이 커지면 다시 수정하는 방식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가 국내 자본시장의 경쟁력을 높이기보다 세제 혜택이나 투자 제한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투자자의 자금 흐름을 바꾸려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레버리지 상품 정책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정부는 국내 레버리지 상품 시장의 경쟁력을 높이고 다양한 투자 수요를 국내 시장에서 흡수한다는 취지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도입했다. 그러나 증시 과열과 손실 위험을 이유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신규 출시를 잠정 중단하고 기본예탁금을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올리는 등 규제를 강화했다.
결국 국내 투자 확대를 위해 필요한 것은 해외투자를 어렵게 만들거나 기존 혜택을 조정하는 방식의 땜질식 처방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국내 기업의 성장성과 주주환원, 시장의 안정성 등 근본적인 투자 매력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 증시가 미국 증시보다 매력적인 수익률을 제공한다면 세제 혜택을 내걸지 않아도 개인투자자의 자금은 자연스럽게 돌아올 수 있다"라며 "본질적인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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