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철 칼럼] 세금은 무엇으로 공정해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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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세무전문대학원 교수]

정부는 이번 세제개편안에서 부동산 관련 개편을 ‘공정과세를 위한 조세개혁’이라는 표제 아래 묶었다. 종합부동산세의 과세 기준을 보유에서 거주로 옮기고, 주택 수 대신 주택 가액으로 세율을 정하며, 공정시장가액비율을 60%에서 80%까지 끌어올리는 내용이다. 개편이 마무리되면 종부세에서만 해마다 2조 1,815억 원이 더 걷힌다. 세액공제를 예산사업으로 전환한 부분을 제외한 실질 증세 2조 3,430억 원의 대부분이 이 한 세목에서 나온다.
 
공정이라는 말은 정치적 구호로 자주 쓰이지만, 세금에서는 구체적인 기준으로 따져볼 수 있다. 납세자의 동의를 충분히 구했는지, 부담이 누리는 편익과 맞는지, 담세력에 부합하는지, 목적과 수단이 비례하는지, 그리고 납세자가 자기 세금을 미리 알 수 있는지다. 이번 개편은 이 다섯 잣대에서 얼마나 공정한가.
 
과세의 정당성은 다수결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스웨덴 경제학자 크누트 빅셀은 세금과 지출을 함께 놓고 폭넓은 동의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훗날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제임스 뷰캐넌도 이 생각을 발전시켜 정부의 과세권에는 헌법적 제약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세금은 국민의 재산권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만큼 결과뿐 아니라 절차에서도 정당성을 얻어야 한다는 뜻이다.
 
종부세는 2005년 도입 이후 재산의 보유를 과세 근거로 삼아 왔다. 이번 개편은 그 기준을 거주로 옮긴다. 기본공제는 거주 1주택 14억 원, 비거주 1주택 9억 원으로 갈리고, 보유 연수에 연동되던 세액공제도 거주 연수 기준으로 바뀐다. 세율을 조정하는 일과 과세의 기준 자체를 바꾸는 일은 무게가 다르다. 앞의 것은 얼마를 낼지를 바꾸지만, 뒤의 것은 누가 더 낼지를 바꾼다. 스무 해를 지탱해 온 기준을 교체하려면 그에 걸맞은 설득이 먼저다.
 
그런데 공개 토론은 없었고, 연구용역 결과도 공개되지 않았다. 의견수렴 기간은 보름 남짓으로 행정절차법이 원칙으로 정한 40일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오래 지켜 온 기준을 손볼 때 납세자의 공감을 먼저 확보하는 것, 그것이 공정의 출발점이다.
 
다음은 편익원칙이다. 지방재정학의 오랜 연구는 재산세를 학교·치안·도로 같은 지역 공공서비스의 대가로 설명해 왔다. 미국 경제학자 찰스 티부는 주민이 세금과 공공서비스의 조합을 보고 거주지를 선택한다고 설명했다. 좋은 지역 서비스가 주택가격에 반영되고, 재산세는 그 편익의 일부를 부담하는 세금이라는 논리다.
 
이 잣대를 이번 개편에 대입하면 의문이 생긴다. 지역의 공공서비스를 직접 이용하는 쪽은 그곳에 사는 사람이다. 집을 소유하되 거주하지 않는 사람은 학교나 도로를 직접 이용하지 않는다. 지역이 좋아져 집값이 오르는 이익은 소유자에게 돌아가지만, 그 크기는 소유자가 그 집에 사느냐와 무관하다. 세를 놓은 집이라면 늘어난 세 부담 일부가 임대료로 세입자에게 넘어갈 수도 있다. 어느 경로를 보더라도 거주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몇 배의 세 부담을 더 지울 편익상의 근거는 약하다.
 
공시가격 15억 원인 아파트를 예순 살 소유자가 10년째 보유하고 있다고 하자. 그 집에서 살면 개편 후 종부세는 11만 원, 세를 놓고 다른 곳에 살면 152만 원이다. 같은 재산, 같은 나이, 같은 보유 기간인데 부담이 열네 배로 벌어진다. 정부는 이를 정상화라 부르지만 어떤 원리에 비추어 정상인지 설명이 필요하다.
 
응능부담의 관점에서도 마찬가지다. 집을 소유하되 거기 살지 않는 사람이 그 집에 사는 사람보다 경제적 능력이 더 크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더 싼 집에 살면서 자기 집을 세 놓는 사람도 있고, 직장·취학·봉양 때문에 다른 곳에 사는 사람도 있다. 정부가 취학과 전근, 장기 치료와 요양, 직계존속 봉양, 재개발·재건축 등 여러 예외를 따로 둔 것 자체가 비거주가 반드시 선택이나 여유의 결과만은 아님을 보여준다.
 
능력을 소득으로 보면 문제는 더 또렷해진다. 보유세는 현금소득이 없어도 부과된다. 소득이 끊긴 고령 보유자에게는 담세력과 세 부담이 크게 어긋날 수 있다. 프랑스가 부동산부유세에 소득 대비 상한을 두는 것도 이런 이유다. 우리 제도에는 그와 같은 완충장치가 없다. 오히려 전년 대비 세 부담 증가를 제한하던 상한은 150%에서 200%로 높아진다.
 
비례성도 따져봐야 한다. 개편안은 주택 수 기준 세율표를 주택 가액 기준으로 통합한다. 방향 자체는 옳다. 문제는 높은 쪽의 세율표를 기준으로 통합했다는 점이다. 한 채만 가진 사람도 과세표준이 높으면 최고 5%의 세율을 적용받는다. 프랑스 부동산부유세 최고세율 1.5%의 세 배를 웃돈다.
 
차이는 세율에 그치지 않는다. 프랑스는 담보대출을 과세표준에서 빼고, 실거주 주택에는 평가액의 30%를 공제하며, 소득세와 합친 세 부담에도 상한을 둔다. 우리 제도에는 이런 장치가 없다. 시가 70억 원 주택을 거주 없이 보유하면 개편 후 재산세를 합한 보유세는 5,799만 원에 이른다. 임대수익률을 연 2%로 잡으면 세전 임대수입의 41%다. 임대소득세는 별도다.
 
헌법재판소도 2008년 종부세 사건에서 주거 목적으로 한 채를 장기간 보유한 사람의 사정을 별도로 고려하지 않는 데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담세력에 비해 지나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취지였다. 그 논점은 지금도 유효하다.
 
마지막은 예측 가능성이다. 국부론에서 애덤 스미스는 좋은 세금의 조건 가운데 하나로 ‘확실성’을 꼽았다. 누가 얼마를 언제 내야 하는지가 분명해야 하고, 세금이 정부의 자의에 좌우돼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종부세는 도입 이후 스무 해 남짓 동안 아홉 차례 손질을 거쳤다. 평균 두 해에 한 번꼴로 강화와 완화가 반복됐다. 이번 개편도 세율표가 해마다 달라지고, 공정시장가액비율은 60%에서 70%, 다시 80%로 변한다. 세액공제 한도와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도 몇 해에 걸쳐 다시 달라진다. 납세자는 앞으로 몇 년 동안 해마다 다른 규칙을 적용받는다. 게다가 세액을 좌우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은 법률이 아니라 시행령에 있어 국회 의결 없이 바뀔 수 있다. 납세자가 자기 세금을 예측하기 어려운 제도는 공정하다고 하기 어렵다.
 
보유세 정상화의 기본방향은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멀리스를 중심으로 영국의 조세 전문가들이 만든 권위 있는 조세개혁 보고서인 ‘멀리스 리뷰’와 OECD가 제시해 온 방향도 크게 다르지 않다. 과세 기반은 넓게 잡고 실효세율은 완만하게 높이되, 주택 거래를 가로막는 세금은 낮추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부동산 거래세 부담이 OECD에서 가장 무거운 나라에 속한다.
 
이번 개편은 그 반대에 가깝다. 과세 대상을 좁히고 높은 세율을 집중했다. 국회가 따져야 할 것은 세금을 얼마나 더 걷느냐가 아니다. 그 부담이 어떤 원리 위에 서 있는가다. 세금의 공정은 많이 걷느냐 적게 걷느냐가 아니라, 국민이 그 기준과 이유를 납득할 수 있느냐에서 판가름 난다.

필자 주요 이력

▲미국 예일대 경제학 박사 ▲서울시립대 세무학과·세무전문대학원 교수▲한국재정학회 회장 ▲ 전 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
▲국회예산정책처 조세분석심의관▲전 지방규제혁신위원회, 재정개혁특별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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