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발 'IT 통합교섭' 논의 본격화…긴장 감도는 판교

  • 노조 "연 150회 반복 협상 비효율", 기업들은 '경영권 침해' 논란 우려

  • 공통 의제는 기업집단 단위로…카카오·게임업계 확산 가능성 주목

오세윤 화섬식품노조 네이버 지회장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IT 업종 통합교섭구조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있다 사진백서현 기자
오세윤 화섬식품노조 네이버 지회장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IT 업종 통합교섭구조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있다. [사진=백서현 기자]

네이버 노동조합이 계열사별로 진행되는 단체 교섭을 기업집단별로 통합하자고 나서며 경쟁사인 카카오는 물론 게임업계 역시 긴장감에 휩싸이고 있다. 

오세윤 화섬식품노조 IT위원회 부위원장 겸 네이버지회장은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IT업종 통합교섭구조 모색을 위한 토론회'를 열고 "네이버지회는 네이버를 포함해 15개 회사와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있다"며 "연간 150회, 노사 양측 100명이 넘는 교섭위원들이 각각 1000시간 이상을 교섭에 쏟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같은 기업집단 안에서 비슷한 의제를 놓고 각각 교섭하다 보니 시간과 비용이 상당히 많이 든다"며 "동일한 근로조건임에도 법인별로 미묘한 차이가 발생하고 자회사 노동자들의 박탈감도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 지회장은 IT기업의 경영 구조상 계열사들을 사실상 지배하는 모회가와 사업은 물론 경영까지 연결돼 있다고 주장했다. 통합교섭을 통해 모든 계열사의 임금과 복지를 통일하겠다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공통으로 적용되는 노동조건은 기업집단 차원에서 교섭하고 개별회사 사안은 별도로 교섭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한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법인별로 반복되는 교섭과 조정 절차를 줄여 전체적인 교섭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계열사에 적용할 공통 원칙을 마련해 법인 간 갈등도 보다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네이버를 비롯한 주요 IT 기업들은 통합 교섭에 대한 우려가 크다. 계열사별로 다른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상황에서 흑자 계열사와 적자 계열사의 임금 보상을 차등 적용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인건비의 상향 평준화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특정 계열사에서 벌어진 갈등이 전 계열사의 공동 파업이나 업무 마비로 이어질 수도 있다.

쟁점은 지배회사가 자회사 근로조건에 실질적인 지배력을 갖고 있는지 여부다. 지배회사의 지배력을 인정할 경우 각 계열사 대표이사(CEO)의 고유 경영권을 인정하지 않는 셈이 돼 경영권 침해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특히 다수의 계열사를 보유한 카카오, 여러 개발 스튜디오와 계열사를 보유한 게임업계 역시 비슷한 계열사 구조를 갖고 있어 이번 통합 교섭 논의가 확대될 경우 노사관계가 급격히 경색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이번 통합 교섭 논의는 네이버 자회사인 네이버제트에서 불거졌다. 네이버는 임금을 5.3% 인상하는 내용의 임금협약에 합의했지만 네이버제트는 시장 불황을 이유로 연봉을 동결했다. 이후 노조는 본사 수준의 인상을 요구하며 교섭이 결렬됐다. 경기지방노동위원회가 조정에 나섰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종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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