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울산시 정부광고, 이제는 '홍보의 기준'을 세울 때다

정종우 기자
정종우 기자.


울산시가 최근 언론사들에 매체 현황 자료를 요청했다.

발행 형태와 매체 특성, 온라인 영향력 등 언론사별 현황을 다시 확인해 달라는 취지다.

서류 한 장을 더 받는 일로 보면 특별할 것이 없다. 하지만 울산시의 정부광고 집행 구조를 오랫동안 지켜본 입장에서는 조금 다르게 보인다.

어쩌면 지금까지 분명하게 보이지 않았던 '기준'을 만들기 위한 첫걸음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광고는 단순히 언론사에 광고비를 나눠주는 일이 아니다. 현행 정부광고법 역시 정부광고의 효율성과 공익성을 강조하고, 광고 목적과 매체 특성 등을 고려해 홍보매체를 선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현실의 지방정부 광고는 오랫동안 다른 질문을 받아왔다.

왜 어떤 매체에는 더 많은 광고가 가고, 어떤 매체에는 적게 가는가.

그 차이는 독자 수 때문인지, 시청률 때문인지, 온라인 영향력 때문인지, 지역성 때문인지 시민이 알기 어려웠다.

본지가 울산시의 2024년부터 2026년 5월까지 정부광고 집행 내역 1963건을 분석했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었다.

문제는 어느 언론사가 얼마를 받았다는 사실 그 자체가 아니다.

왜 그렇게 배분됐는지를 설명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언론 환경은 이미 크게 달라졌다.

종이신문 발행부수 하나만으로 매체의 영향력을 판단하기 어려운 시대다. 온라인 뉴스 이용량과 검색 노출, 영상 콘텐츠, 포털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해외 플랫폼 송출 등 하나의 콘텐츠가 독자에게 도달하는 경로도 훨씬 복잡해졌다.

반대로 온라인 지표만 높다고 매체의 영향력을 단정할 수도 없다.

지역 현장을 얼마나 꾸준히 취재하는지, 지역 콘텐츠를 얼마나 생산하는지, 지역 현안을 전국으로 얼마나 확산시키는지 역시 공공홍보 매체를 판단할 때 함께 살펴볼 수 있는 요소다.

결국 중요한 것은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을 만드는 일이다.

발행·시청·이용 지표와 온라인 영향력 같은 객관적 자료를 토대로, 매체의 특성과 정책 홍보 대상, 지역성 등을 함께 고려하는 방식도 생각해볼 수 있다.

한 가지 더 중요한 것은 어떤 지표를 선택하느냐 못지않게, 그 기준이 누구에게나 일관되게 적용되느냐는 점이다.

그래야 담당자가 바뀌어도 기준이 흔들리지 않는다.

매체와의 관계나 기존 관행이 광고 집행의 보이지 않는 잣대라는 의심도 그때 비로소 줄일 수 있다.

김상욱 울산시장은 취임 이후 열린 시정과 시민 중심 행정을 강조해 왔다.

정부광고 역시 그 원칙에서 예외일 수 없다.

'공정하게 하겠다'는 말보다 중요한 것은 공정하다고 설명할 수 있는 구조다.

가능하다면 매체 유형별 평가 기준과 주요 원칙 정도는 외부에 공개하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

자료를 받는 것은 어렵지 않다.

어려운 것은 그 자료 앞에서 오래된 관행을 내려놓는 일이다.

울산시가 이번 조사를 통해 해야 할 일도 결국 그것이다.

자료를 취합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그것을 객관적인 기준으로 만드는 것.

그리고 그 기준을 기록으로 남겨 누구에게나 같은 잣대를 적용하는 것.

기준이 있어야 공정함도 설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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