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사실상 국내 정보 수집 부활…국정원법 개정 반대"

  • 직무 범위에 '경제 안보' 명시…'해킹 의심되는 경우'도 수집 가능

  • "관련 부처 컨트롤타워 역할 수행·국내 해킹 조서에 개입할 우려"

국정원감시네트워크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국가정보원의 정보 수집 권한을 확대하는 내용의 국정원법 개정을 반대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참여연대
국정원감시네트워크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국가정보원의 정보 수집 권한을 확대하는 내용의 국정원법 개정을 반대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참여연대]

국가정보원의 12·3 비상계엄 가담 의혹으로 국정원장을 포함한 고위직이 연이어 기소된 가운데 시민사회가 국정원의 정보 수집 권한을 확대하는 내용의 법 개정에 대해 강력한 우려를 표명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참여연대 등으로 구성된 국정원감시네트워크는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는 졸속적인 법 개정을 즉각 중단하고, 국정원의 권한 남용 폐해를 통제할 안전장치를 강구하는 개혁 입법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번 개정안은 국정원의 직무 범위에 방첩·대테러·국제 범죄 조직에 관한 정보의 수집·작성·배포와 함께 '경제 안보'를 명시하고, 정보 수집 범위도 기존 '국제·국가 배후 해킹 조직'에서 '국제·국가 배후 해킹 조직의 활동으로 의심되는 경우'까지 확대했다.

국정원감시네트워크는 "'경제 안보' 개념 자체가 포괄적일 뿐만 아니라 '경제 안보 품목', '경제 안보 서비스', '공급망', '국가 자원 안보', '전략 물자' 등 의미 자체가 불명확한 단어에 '등'이라는 개방형 문구까지 붙여가며 정보 수집 범위를 사실상 무제한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제 안보와 관련된 국내외 활동에 대해 확인·견인·차단 등의 이른바 대응 조치를 통해 공작이 가능하며, 국정원의 기획·조정 권한에 따라 경제 안보 관련 부처의 컨트롤타워 역할까지 국정원이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국정원이 스스로 '국가 배후 해킹 조직의 활동으로 의심된다'면서 국내 주요 해킹 사고의 조사 과정에 개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라며 "이는 2020년의 국정원법 개정으로 폐지된 국정원의 국내 정보 수집 활동을 실질적으로 부활시키는 내용에 다름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국정원이 12·3 내란에 깊숙이 관여하고, 간첩 조작과 민간인 사찰 등도 지속해 왔는데도 이재명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정부의 국정원이 마치 다른 것처럼 직무 권한을 확대해 주려 하고 있다"며 "설령 '경제 안보'의 중요성을 고려한다 하더라도 국정원의 직무 범위 확대는 항상 비밀정보기관의 국내 정치 개입과 민간인 사찰이라는 폐단과 직결돼 왔다"고 비판했다. 

앞서 조태용 전 국정원장은 비상계엄 상황에 대해 헌법재판소에서 허위로 답변한 혐의 등으로 내란 특별검사팀(조은석 특별검사)에 의해 기소됐고, 지난 19일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2차 종합 특별검사팀(권창영 특별검사)은 같은 날 조 전 원장을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를 적용해 추가로 재판에 넘겼다. 내부 고발자 역할을 한 홍장원 전 1차장을 비롯해 황원진 2차장, 김남우 기획조정실장도 기소 대상에 포함됐다. 이들은 주한 외국 정보 협력 기관에 비상계엄을 정당화하는 메시지를 설명하고, 비상계엄에 대한 국내외 반응을 수집한 혐의를 받고 있다.

종합 특검은 조 전 원장 등을 기소하면서 "정무직들 외 국정원 일반 직원들이 조직적으로 내란에 가담한 사실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지만, 이와 배치되는 정황은 계속 드러나고 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정원이 윤석열 정부 시절 별도의 조직을 만들어 정치인 등을 사찰한 내용을 2024년 총선 전 대통령실에 보고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달 19일에는 국정원이 2024년 9월 '계엄 상황시 대공수사권 행사 가능 여부 검토'라는 문건을 작성하고, 그해 12월 비상계엄 선포 후 국정원 내 여러 부서가 수행할 역할을 검토하는 문서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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