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사설ㅣ기본·원칙·상식] '시범 케이스'로 캐나다 겨냥한 트럼프, 오히려 '주적' 中에 기회 될 수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사진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사진=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올해 중간선거를 앞두고 캐나다를 관세 정책의 '시범 케이스'로 삼은 모습이다. 미국과 캐나다의 무역협상이 결렬된 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2일부터 약 200억 달러 규모의 캐나다산 제품에 50% 관세를 부과했고, 내년 1월부터는 캐나다산 자동차·부품·철강에 대한 관세도 50%로 올리겠다고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로부터 상당한 양보를 끌어낸다면 중간선거를 앞두고 성과를 내세울 수 있다. 하지만 캐나다 역시 미국산 제품에 대한 보복관세를 발표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이 현실화될지는 미지수다.

더 큰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통해 미국의 경제적 우위를 강화하려는 과정에서 오히려 미국의 '주적'인 중국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동맹국이자 최대 교역 상대 중 하나인 캐나다와의 경제적 갈등이 깊어질수록 중국이 그 틈을 파고들 여지가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캐나다 입장에서도 선택지가 점점 다양해지고 있다. 미국 시장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감안하면 단기간에 미국을 대체할 수는 없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반복적으로 관세를 무역협상의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캐나다가 중국을 비롯한 다른 시장과의 경제 관계를 확대할 유인은 커지고 있다. 캐나다가 중국과 마냥 가까운 국가는 아니지만 미국과의 관계가 불안정해질수록 특정 국가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줄이고 교역 상대를 다변화하려는 움직임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

미국 산업계 역시 캐나다와의 무역전쟁에서 자유롭지 않다. 캐나다는 철강과 에너지 등 미국 산업에 필요한 핵심 원자재의 주요 공급처인 동시에 미국 주요 자동차업체들의 생산기지가 자리 잡은 곳이다. 북미 자동차 산업은 국경을 넘나드는 공급망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캐나다산 자동차와 부품에 높은 관세가 부과되면 캐나다 기업뿐 아니라 미국 자동차업체의 생산비와 소비자 가격에도 부담이 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 생산을 유도하기 위해 관세를 활용한다지만 공급망을 단기간에 미국으로 옮기는 것은 쉽지 않다.

더 큰 문제는 미국이 스스로 경제적 영향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달러와 거대한 소비시장, 첨단기술, 그리고 동맹 네트워크라는 강력한 경제적 수단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를 관세와 제재의 형태로 반복적으로 활용하면 동맹국들은 미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망과 교역 상대를 다변화하려 할 수밖에 없다. 중국은 바로 그 틈을 노릴 수 있다. 미국이 관세를 통해 동맹국과 거리를 벌리는 동안 중국이 자유무역을 내세워 새로운 시장과 외교적 공간을 확보한다면 미국의 경제적 압박은 오히려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돕는 결과가 될 수 있다.

결국 트럼프의 관세 공세가 정말 미국을 강하게 만들 것인지는 중국을 상대로 한 전략적 결과를 감안해야 한다. 미국 입장에서는 캐나다와의 무역에서 얼마만큼의 양보를 얻어내느냐를 넘어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막는 것이 더 큰 전략적 목표가 돼야 한다. 반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관세를 휘두르다가 오히려 동맹국들을 중국 쪽으로 밀어낸다면, 이는 관세로 얻는 단기적 성과와 비교할 수 없는 전략적 손실이 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동맹국을 굴복시키는 관세가 아니라,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동맹국을 묶어 세우는 경제전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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