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의 새 단원제 의회 쿠룰타이가 지난달 28일 문을 연 지 나흘 만에 나라의 지휘부를 새로 짰다. 의장을 뽑고, 새 헌법으로 생긴 부통령 자리를 채웠으며, 총리 유임까지 처리했다. 의원 145명 가운데 109명은 중앙 정치 무대에 처음 들어온 사람들이다.
31일 부통령에 오른 인물은 에를란 카린이다. 재적 145명 중 141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2019년부터 토카예프 대통령을 보좌해 왔고 국가고문을 지낸 측근이다. 같은 날 올자스 벡테노프 총리의 유임도 의회를 통과했다.
앞서 의장으로 뽑힌 아이베크 다데바이 역시 대통령이 직접 추천한 사람이다. 그는 대통령 행정실장을 그만둔 지 며칠 만인 지난 5월 아딜레트를 창당했고, 그 아딜레트가 이번 선거에서 145석 중 110석을 쓸어 담았다.
득표율 71.17%로 개헌에 필요한 3분의 2를 훌쩍 넘겼다. 6월 1일에야 정식 등록한 신생 정당이지만, 직전 하원 최대 세력이던 아마나트를 흡수하며 몸집을 키웠다.
나머지 35석은 네 정당이 나눠 가졌다. 카자흐스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집계로 아울이 6.26%를 얻어 10석, 레스푸블리카가 5.56%로 9석, 아크졸이 5.21%로 8석, 전국사회민주당이 5.11%로 8석이다. 의석을 받으려면 유효 투표의 5%를 넘겨야 했다.
문턱을 못 넘은 정당도 둘 있다. 2023년 총선에서 6.8%를 얻었던 카자흐스탄 인민당이 3.11%로 주저앉았고, 바이타크는 1.07%에 그쳤다. 어느 정당도 찍지 않겠다는 모두 반대 항목이 2.51%로, 두 정당 어느 쪽보다 표를 많이 받았다.
쿠룰타이는 7월 1일 발효된 새 헌법이 상원 세나트와 하원 마질리스를 없애고 만든 기구다. 지난달 23일 치러진 선거는 새 헌법 아래 처음 열린 전국 단위 투표였다.
투표율은 74.08%로, 2023년 총선의 54.21%보다 20%포인트 가까이 뛰었다. 등록 유권자는 1262만3289명이었다.
카자흐스탄 정부가 내놓은 자료를 보면 여성 의원은 49명으로 전체의 33.8%다. 옛 마질리스에서는 98명 중 18명이었다. 청년으로 분류된 의원은 18명이고, 나이는 27살부터 65살까지 걸쳐 있다.
선거를 지켜본 국제 참관단은 유럽안보협력기구(OSCE) 민주제도인권사무소와 OSCE 의회연맹, 유럽평의회 의회연맹으로 꾸려졌다. 참관단은 선거가 기술적으로는 잘 준비됐지만 정치적 다원성이 없는 환경에서 치러졌다고 평가했다. 후보를 낸 7개 정당이 하나같이 대통령의 정책을 지지해 유권자가 고를 것이 없었고, 아딜레트가 부당한 이점을 누렸다는 지적이다. 다만 선거운동은 질서 있게 진행됐고 각 정당에 동등한 조건이 주어졌다고도 했다.
개원식 연설에서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대통령은 의원들에게 "지금은 빈 약속과 거짓된 말, 포퓰리즘 구호가 통하는 시기가 아니다"라며 "우리 사회는 성숙해지고 있다"고 했다. 아딜레트를 향해서는 "가장 많은 유권자의 지지를 얻은 정당이 승리해 쿠룰타이에서 개헌 가능 의석을 확보했다"며 "그만큼 높은 책임이 지워졌고, 우리는 여기에 특별한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첫 회기에 처리할 입법 목록도 함께 내놨다. 분야별 법률을 새 헌법에 맞추는 작업이 먼저고, 16살 미만 아동의 사회관계망서비스 가입을 막는 정부 법안, 해외 전문 인력과 자본을 끌어들이는 골든 비자, 이민 정책 손질, 에너지 안정성과 대체 에너지 법안, 장애 아동 종합 지원법이 뒤를 잇는다. 입법 과정에 AI를 쓰고 전자의회 시스템(E-Parliament)을 들이라고도 주문했지만, 기술이 법률 전문성을 대신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큰 나라들이 서로를 신뢰하지 않게 됐고, 이것이 유엔과 그 기구들의 활동에 해로운 영향을 미쳤다"고 그는 말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세계와 지역의 평화, 안정, 안보를 보장하라는 사명을 더는 수행하지 않고 있다." 지역 국제기구의 역할이 커지고 이른바 중견국으로 불리는 나라들이 국제 무대에서 눈에 띄게 됐다며 카자흐스탄을 그 범주에 넣었고, 머지않아 AI 도구가 핵무기를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도 꺼냈다.
개혁의 속도와 규모가 되돌릴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면서 "간단히 말해 후진 기어는 없다"고 했다. 연설 끝머리에서는 "우리의 역사와 문학은 끝없는 희생과 고통, 비극의 기록이 아니다"라며 "우리 민족이 겪은 고통이 우리 국가 정체성의 토대가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토카예프 대통령은 9월 하반기에 입법 발의권을 가진 최고 자문기구 카자흐스탄 국민회의(할릭 케네시)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카자흐스탄에서는 처음 만들어지는 기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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