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종 숙명여대 글로벌서비스학부 교수]
지난 몇 달 동안 지속되어온 쿠팡 사태가 해결은커녕 점차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느낌이다. 대규모 개인 정보 유출 사태로 시작된 한국 정부와의 갈등은 이제 한국과 미국 양국 간 첨예한 외교 문제로 발전하며 동맹 관계를 흔드는 상태로 발전하고 있다. 지난주 버니 모레노(Bernie Moreno) 미 공화당 상원의원은 한국 정부가 쿠팡을 차별한다고 주장하며 무역법 301조를 통한 보복을 요구했다. 한국 전쟁 당시 도와준 미국에 대해 한국이 은혜를 모른다(ungrateful)고 공격했다. 또한 지난달 쿠팡은 불공정 사례 관련 공정거래위의 현장 조사를 거부해 한국 정부와의 정면 대결을 예고했다. 쿠팡은 이 밖에도 그룹 총수 지정 등 여러 사안에 있어 한국 정부와 대립하고 있지만 쉽게 해결될 전망은 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현재 쿠팡 사태가 한·미 간 통상·투자·안보 현안과 맞물려 더욱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점이다. 안 그래도 불안정한 오늘의 한·미 관계의 장래를 어둡게 하고 있다. 한국으로서는 지난해 합의된 3500억 달러 상당의 미국 투자에 대해 구체적인 조치를 취해야 할 상황이지만 아직 최종 협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아울러 한국 제품에 대한 미국의 최종 관세의 향방도 불투명하다. 지난번 합의에서 15%로 관세를 낮춘 바 있지만 연방법원의 제동으로 이를 다시 조정해야 할 상황이다. 안보 면에서 있어서도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으로 한·미 군사 훈련이 축소되었고 북·미 간 정상회담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소위 말하는 한국 패싱이 우려되기도 한다.
이러한 복잡한 환경 속에서 한국 정부는 쉬운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한국 내 여론은 쿠팡에 대한 보다 강경한 조사와 제재를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을 외국, 특히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난감한 처지에 놓여 있다. 결국은 정부가 쿠팡에 대해 정당한 조치를 취하면서도 이것이 국민 여론에 휘둘린 민족주의적 차별이 아니라는 점을 미국에 인식시켜야 한다. 감정적인 대응을 자제하고 철저하게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외국 기업이 아니라 거대 기업, 특히 국민의 일상 생활을 좌지우지하는 대규모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해야 한다.
정부로서는 한·미 간 문화적 차이는 인정하면서도 법과 규제 준수에 있어서는 철저히 원칙을 지켜야 한다. 정부는 지난 6월 정보 유출과 관련해 쿠팡에 사상 최대 규모인 624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이 결정과 함께 기타 규제에 대해 J D 밴스 부통령을 비롯한 미국 정부 관계자들은 쿠팡이 미국 기업이라는 이유로 부당하게 표적이 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한다. 그러나 정부로서는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무려 3000만명이 넘는 한국인의 개인정보가 유출되었고 사건 발생 이후에도 쿠팡의 대응이 느리고 미흡했다는 점을 들고 있다. 과거 SK텔레콤과 같은 국내 대기업들도 개인정보 유출 사건으로 비슷하게 강도 높은 과징금과 국회 조사, 영업정지 조치를 받은 바 있다. 당국에 따르면 이번 과징금은 영향을 받은 이용자 수와 기업의 매출 규모에 따라 산정되었다.
또 다른 쟁점은 쿠팡 코리아를 누가 대표하는가 하는 문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김 의장을 쿠팡 코리아의 '동일인', 즉 총수로 지정했다. 이는 김 의장이 훨씬 강화된 규제를 적용받게 된다는 뜻이다. 공정위의 결정은 김 의장 동생이 경영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있다는 판단에 근거했다. 쿠팡은 현재 법원에서 이 지정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이 결정으로 김 의장이 한국과 미국 양국의 법률을 모두 적용받게 되면 쿠팡의 미국 투자자들이 불리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보도에 따르면 쿠팡은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과징금도 이의제기할 예정이다. 해당 피해가 과징금을 정당화할 만큼 심각하지 않았다는 것이 그 근거다. 쿠팡은 피해를 신속하게 통제하기 위해 조치를 취했으며, 영향을 받은 고객들에게도 충분한 보상을 제공했다고 주장한다.
이 사건들은 결국 법원이 판단하게 되겠지만, 법적 공방에 앞서 쿠팡에 대한 국민 여론은 싸늘하다. 쿠팡이 매출 대부분을 한국에서 올리면서도 한국의 법과 규제를 회피하고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특히 김 의장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김 의장은 개인정보 유출 사건과 관련한 국회 청문회 참석을 거듭 거부했다. 뒤늦게 내놓은 서면 사과 역시 진정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와중에 올해 2분기 쿠팡은 대규모 과징금과 소비자 불매운동의 여파로 창립 16년 만에 가장 큰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탈팡', 즉 '쿠팡에서 탈퇴하기'라고 불리는 불매운동은 다소 진정됐지만 대중의 감정은 여전히 냉랭하다. 이럴수록 정부로서는 여론과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정당하고 합리적인 조치를 통해 한·미 관계 악화를 방지해야 할 책무가 있다.
필자 주요 이력
▷연세대 언론정보학 박사 ▷AP통신 특파원 ▷뉴스위크 한국지국장 ▷서울외신기자클럽 회장
▷연세대 언론정보학 박사 ▷AP통신 특파원 ▷뉴스위크 한국지국장 ▷서울외신기자클럽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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