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1일(현지시각) 미국 국채시장이 세계 주요국 가운데 가장 좋은 성과를 냈다고 강조했지만, 정작 미국 국채금리는 다시 뛰고 있다. 지난달 베선트 장관의 국채 매입 확대 발표 이후 일시적으로 진정됐던 장기금리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당시 수준으로 되돌아가면서 국채 매입만으로 금리 상승세를 막을 수 있을 지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트럼프 취임일 기준 ‘선방’ 주장에...CNBC '반박'
미국 CNBC 등에 따르면 베선트 장관은 1일(현지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슈빌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은 세계 주요국 가운데 가장 성과가 좋은 채권시장”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날 미국 장기 국채금리는 다시 상승했다. 30년물 국채금리는 5.27%까지 올라 베선트 장관이 국채 매입 규모 확대를 발표하기 직전인 지난달 19일 수준으로 돌아갔다. 글로벌 시장 벤치마크인 10년물 국채금리도 약 4.8%까지 올라 2025년 1월 이후 약 20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베선트 장관은 최근 금리 상승에도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날 “한 달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전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도 “미국 국채시장에 문제가 있다면 사람들이 미국 국채를 팔고 다른 나라 국채를 사야 할 것”이라며 미국 채권시장이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CNBC는 베선트 장관이 미국 국채시장의 성과를 평가하는 기준점을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일인 2025년 1월 20일로 잡은 점에 주목했다. 채권시장은 실제 정책이 시행되기 전에 향후 변화를 미리 반영하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커진 2024년 대선 전부터 감세와 관세, 재정지출 확대에 따른 물가 상승과 국채 발행 증가를 예상했다. 이에 미국 국채를 매도하면서 국채금리가 이미 크게 올랐다.
실제로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2024년 9월 중순 저점에서 트럼프 대통령 취임일까지 약 1%포인트 상승했다. 따라서 트럼프 취임 이후의 금리 움직임만 보면 취임 전부터 시장에 반영된 트럼프 정책에 대한 우려를 놓칠 수 있다는 게 CNBC의 지적이다. 이를 감안하면 최근 2년간 미국 국채시장의 성과는 주요국 가운데 중간 정도라는 분석이다.
국채 매입만으론 어려워...'구조적 문제' 해결해야
사실 미국의 금리 상승은 트럼프 행정부만의 문제도 아니다. 최근에는 유가 상승에 따른 물가 불안과 각국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에 대한 우려가 전 세계 채권시장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날 독일 30년물 국채금리는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고, 영국 30년물 금리도 199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블룸버그가 집계하는 글로벌 국채금리 지수 역시 약 2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전 세계적으로 국채금리가 급등하면서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와 비슷한 상황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에서는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통화정책 불확실성에 이란발 지정학적 긴장까지 겹쳤다. 호르무즈 해협 주변 군사작전 재개로 유가가 상승하면 물가 우려가 커져 연준의 금리 인하를 어렵게 하고 국채금리에도 상승 압력을 줄 수 있다.
베선트 장관은 국채금리를 안정시키기 위해 재무부가 사용할 수 있는 “큰 정책 수단(big toolkit)”을 갖고 있다며 지난달 국채 매입 규모를 최소 두 배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확대된 매입은 오는 9일부터 시작될 예정인 만큼 현재의 금리 움직임만으로 정책 효과를 판단하기는 이르다.
다만 대규모 재정지출과 국채 발행 증가, 관세와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등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오히려 금리 상승 압력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판테라캐피털의 댄 모어헤드 창업자 겸 공동대표는 블룸버그TV에 베선트 장관의 시장 개입을 두고 “블러핑이 통하려면 포커 테이블에 있는 누구도 당신이 블러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서는 안 된다”며 “결국 역효과가 났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국채 매입만으로는 재정적자와 국가부채, 인플레이션 등 장기금리 상승의 구조적 요인을 해결하기 어렵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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