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기본·원칙·상식]21개월째 공석인 경찰청장, 결국 '청와대 낙하산'으로 채우나

경찰청 로고 DB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경찰청 로고 DB[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정부가 경찰 고위직 인사를 단행했다. 경찰청 차장과 서울·인천경찰청장(이상 치안정감) 등 수뇌부를 대대적으로 교체했다. 그런데 정작 최고 책임자인 경찰청장은 또 비워뒀다. 김종철 신임 차장이 세 번째 청장 직무대행을 맡게 됐다. 2024년 12·3 비상계엄 사태로 조지호 당시 청장이 직무에서 배제된 후 약 21개월째다. 청장 한 명이 임기(2년)를 마칠 만한 기간이다.

이런 와중에 최근 경찰 안팎에서는 차기 청장에 대한 ‘청와대 시나리오’가 돌고 있다. 충북청장(치안감)에서 청와대 국민안전비서관으로 이동한 이종원 비서관이 향후 치안정감으로 경찰에 복귀한 후 청장으로 직행한다는 것이다.

선례는 얼마든지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 치안비서관-사회안전비서관(국민안전비서관 전신) 자리는 경찰 고위직으로 가는 대표적인 등용문이었다. 강신명·이철성 전 청장과 구은수 전 서울청장은 모두 청와대 치안비서관-사회안전비서관을 거쳐 경찰 수뇌부에 올랐다. 청와대의 경찰 직통 라인, 이른바 ‘핫라인’이 만들어진 것이다.

청와대와 경찰의 밀착은 결국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2016년 제20대 총선을 앞두고 경찰 정보조직은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과 친박계 후보들의 선거에 활용될 수 있는 정보를 수집했다. 청와대에서 경찰청 정보국으로 지시가 하달돼 ‘전국 판세분석 및 선거대책’, ‘지역별 선거 동향’ 등의 문건이 작성됐다. 강신명·이철성 전 청장과 박화진 전 치안비서관은 공직선거법 위반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2024년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받았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정부 시절 검찰개혁위원으로 활동했던 김종민 법무법인 MK파트너스 변호사는 “과거 치안비서관은 경찰 인사를 사실상 총괄해 대통령이 인사권을 통해 경찰을 직접 통제하는 구조였는데, 이것이 (국민안전비서관으로) 되살아난 것”이라며 “국민안전비서관이 경찰청장, 서울청장 등 경찰 수뇌부로 가는 사다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99%도 아닌 100%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경찰은 과거 어느 때보다 강력한 권한을 갖게 됐다. 검찰의 직접수사권 폐지와 형사사법체계 개편으로 수사의 대부분을 경찰이 담당한다. 지금 경찰에 가장 요구되는 것은 경찰의 ‘정치적 독립’이다.

검찰이 ‘정권의 시녀’라는 비판을 받았던 것은 인사권을 가진 권력에 종속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경찰은 어느 조직보다 인사에 민감하다. 순경부터 치안총감(경찰청장)까지 단일 계급체계로 구성된 경찰에서 어느 보직을 거쳐야 승진할 수 있는지는 조직 전체에 강력한 신호를 보낸다. 청와대 근무가 청장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는다면, 경찰 고위직의 시선은 국민보다 청와대를 향할 수밖에 없다.

21개월 동안 청장 자리를 비워놓은 끝에 청와대 국민안전비서관을 낙점한다면 ‘낙하산’이라는 비판은 이재명 정부 스스로 자초한 것이다. 그때는 청장 한 사람의 인사 문제가 아니다. 경찰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에 대한 정부·여당의 약속이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경찰청장은 대통령의 경찰청장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경찰청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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