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균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명예교수]
작금의 한국 사회에서 검찰개혁 이슈는 ‘반란세력’(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에게 ‘단물 빠진 껌’이 되어 버렸다. 정부는 새로운 제도의 실행과 안착에 온힘을 기울이는데 반해 ‘적군’으로 전환된 세력은 검찰개혁 의제를 내려놓지 않고 ‘단물이 나오지 않아도 껌은 껌’이라고 외치면서 ‘민주당의 무혈 점령’을 넘어 ‘이재명 정부 타고넘기’를 겨냥하고 있다. 수사권(중수청)과 기소권(공소청)의 조직적 분리는 이루어졌지만 중수청에 검사가 수사관으로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인적 청산’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을 두고 “우리가 생각한 검찰개혁과 대통령의 구상이 완전히 달랐다”고 외치면서 대통령이 “국민을 속였다”고 무고한다. 청와대는 “대통령의 검찰개혁 의지를 왜곡한 것”이라고 유감을 표명했지만 윤석열의 ‘황태자’ 한동훈 의원은 대통령이 “유시민을 못이긴다”고 응원하고 나섰다. 유시민작가가 대통령의 구상이 자신들의 것과 다르다고 주장한다면 그것을 ‘같을 것’이라고 오해했던 사람이 ‘스스로 속은 것’이지 대통령이 속인 것이 아니다. 그래서 “국민을 속였다”는 비방은 유작가의 자기중심적인 거짓말이다. 또한 국민으로부터 검찰개혁의 권한을 부여받은 것은 정부와 대통령이지 반란군이나 ‘적군’이 아니다. 평론가는 결과에 대해 책임지지 않지만 정부와 대통령은 주권자인 국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적군’은 개혁의 중심에 자신을 두려는 오만에 빠져 있지만 정부와 대통령의 개혁에서는 주권자 국민이 중심이자 주체이다.
이재명 정부를 공격하는 ‘적군’의 결정적인 약점은 ‘철학의 빈곤’이다. 유시민작가의 정치철학의 기본이 되는 ABC론은 창안자의 의도와 목적으로 가득차 있어 자의적일 뿐만 아니라 비현실적인 허구이다. 인간의 행동을 결정하는 요인으로 가치와 이익을 구분하고 두 기준에 대해 우열관계를 설정함으로써 이미 구도 안에서 B는 “기회주의적 집단”으로 낙인찍혀 있다. 유작가는 “객관적 분석을 위한 도구”임을 강조하지만 그의 주관적 선호에 따라 얼마든지 ‘부족한 개혁’은 맹비난의 빌미가 되기도 하고(이재명 정부처럼), 상황논리에 의해 정당화되기도(문재인정부처럼) 한다. 지금은 검찰개혁이라는 가치가 ‘이재명정부 흔들기’라는 정치적 이익의 수단이 되고 있다.
현실에서 가치와 이익 사이에는 독립적이 아니라 서로 밀접한 연관관계가 있다. 특히 유작가가 가장 경멸하는 경제적(물질적) 이익은 인류보편적 가치를 구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인간생활에 필수적이다. 누구에게나 물질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생존투쟁이다. 다른 한편으로 자유, 정의, 연대, 평등 등을 포함하는 가치의 추구는 더불어 사는 사회적 인간의 당연한 덕목이다. 이들 가치를 구현하려면 경제성장을 해야 하고 개인은 노동이나 투자를 통해 소득을 달성해야 한다. 그러므로 가치와 이익의 밀접성을 부정하는 ABC론은 허구이다. 아마도 소수의 성직자를 제외하고 모든 인간은 A이면서 동시에 B이다. B는 A를 추구하기 위해 충족되어야 하는 전제조건이다. 그래서 맹자는 “무항산 무항심(無恒産 無恒心)”이라고 했고 우리의 조상들은 “사흘 굶어 담 넘지 않을 사람 없다”고 했다.
허구적인 ABC 그림은 유작가의 왜곡된, 거짓 기반 정치행태를 포장하는 기능을 하고 있다. 1984년 ‘서울대 민간인 감금 폭행 고문 사건’이래 ‘항소이유서를 둘러싼 성공’의 경험은 그의 정치역정에서 허위사실을 구성요소로 만든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검찰개혁 관련한 대통령의 발언을 앞뒤 잘라 인용하면서 “대통령이 국민을 속였다”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대통령이 국민을 속였다고 유작가가 국민을 속이는 것이다.’ 나영석PD가 유작가를 옆에 두고 방송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유시민 작가가 하는 말 중에 나중에 찾아보면 다 틀린 정보가 많다.” 이렇게 해서 30년 쌓은 ‘명성’이 이제는 본격적으로 팩트체크에 노출되어 ‘악명’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ABC 그림은 마침내 창안자의 의도와는 반대로 ‘자기소개’와 ‘거울치료’에 활용되기에 이르렀다. 당대표 선거가 “반란세력의 진압”(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으로 끝나자 반란군의 ‘책사’는 한편으로는 ‘엄청난 성과’로 자찬하면서도 패배의 원인을 호남 당원들이 ‘3대 메가 프로젝트’를 받고 김민석 후보를 지지했기 때문이라고 호남을 비하하는 촌평을 던졌다. 본인은 “정치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부자”(박선원 국회의원)가 되었으면서 호남 반도체 산단은 자신의 ABC그림에 따르면 “기회주의적 이익”을 탐하는 정치적 선택으로 분류되는 것이다. 그가 신간을 발표할 때마다 방송에 출현해서 노출시키는 것처럼 모든 청년은 새롭게 자격증을 따면 이력서에 한 줄 추가한다. 유작가의 ‘자기소개’와 ‘거울치료’는 이어진다. “이재명 대통령은 ‘문조털래유’를 말하는 신발 속 돌멩이를 털어내야 한다”는 발언은 전형적인 ‘자기소개’이자 ‘거울치료’이다. 이 발언에 대한 “촉법평론가들”(유시민)의 즉각적인 반응은 “신발 속 돌맹이는 본인 얘기 아닌가?”였다. 2019년 조국사태 당시 조국을 감싸던 당내 흐름에 반기를 들었던 조응천, 금태섭, 박용진, 김해영 의원을 ‘조금박해’로 멸칭하던 당사자가 유작가였다. 그가 자신이 포함된 ‘문조털래유’에 대해서 멸칭으로 반발하고 나선 것은 ‘거울치료’이다. 대통령을 향해 “왕이 아니고서는 할 수 없는 말을 했다”는 뜬금없는 비난은 정치를 하면서도 책임은 지지하지 않아도 되는 왕으로 등극하려는 자의 ‘자기소개’이다.
지지율 하락의 원인이 ‘적군’의 선동에만 있는 것은 분명 아니다. 향후 대응에서는 ‘코어’를 참칭하는 ‘적군’의 난동은 ‘상수’로 두고 최소한 대응하고 정책실패에서는 국민 모두를 바라보는 주권자 정치가 이재명정부의 브랜드임을 재확인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인사문제에서는 우경화를 지양하고 청년정책처럼 부족했던 부분는 새롭게 추가하는 것이 지지율 회복에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부동산정책에서는 어쨌든 주택이 한국인에게는 여전히 ‘주거문제 해결’을 넘어 핵심적인 노후대책이라는 현실을 직시하는 정책보완이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합당을 명분으로 ‘트로이목마’를 끌어들여 당을 ‘난장판’으로 만드는 것은 당의 지지율을 높이는데 도움되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무엇보다도 당장 아쉬운 것은 대통령과 당 대표에 대한 공격은 곧 당에 대한 공격이고 결국 자신에 대한 공격이기도 하다는 명확한 인식 하에 적극 대응에 나서는 국회의원들의 능동적인 공격과 수비이다.
철학의 빈곤은 거칠고 단정적 수사학이 대신할 수 없다. 지식인과 선동가는 양립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상호 적대적이다. 선동가는 즉석에서의 효과에만 관심을 가지지만 지식인에게는 사실에 기초하면서 일관성 있는 논리가 생명이다. 세기의 선동가들인 괴벨스, 히틀러, 무솔리니 누구도 지식인을 자임한 적도 없고 그렇게 평가되지도 않는다. 멸칭과 거짓말이 난무하는 선동의 언어는 사회 갈등과 분열을 조장할 뿐이다. 더욱이 철저한 사익추구형 평론가는 공익추구형 대통령과는 공생할 수 없으므로 정치공론장에서 퇴출되어야 한다. 이 퇴출이 지속가능하려면 그 주체는 이 분열의 언행에 열광하면서도 농락당하는 대상뿐이라는 사실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가치와 동시에 이익에 기반하는 논리와 실천으로 선동에 오염되지 않은 중간지대를 향한 호소와 설득의 언어는 무한대로 필요할 것이다. 당내 민주주의의 확립을 위해서 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의 극우화 경향을 차단하기 위해서도 종파주의는 척결되어야 한다.
김호균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경제학과 ▷독일 브레멘대 경제학 박사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 이사장
▷서울대 경제학과 ▷독일 브레멘대 경제학 박사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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