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위해 SK이노베이션 E&S가 들인 시간이 무려 14년이다. 개발 초기부터 가스 매장량을 추가 탐사와 평가를 통해 두 배 이상 키우고 기존 다윈 LNG(DLNG) 플랜트와 연결하면서 직접 생산한 LNG를 국내로 들여오는 공급망을 구축했다.
2012년 SK이노베이션 E&S가 바로사 가스전에 처음 투자했다. 당시 확인된 가스 매장량은 일반적인 대규모 LNG 프로젝트를 추진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이었다. 회사 역시 초기에는 소규모 '미니 LNG' 사업 정도가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총 5개의 평가정을 추가로 뚫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탐사·평가 결과 개발 가능한 가스 매장량은 3.4Tcf까지 늘었다. 당초 확인된 물량보다 두 배 이상이다.
당시 바로사는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대규모 매각 대상으로 내놓던 매력적인 자산도 아니었다. SK이노베이션 E&S가 LNG 사업 확대를 위해 전 세계 가스전을 자체적으로 검토하는 과정에서 직접 발굴한 자산이다.
이어 김종수 SK이노베이션 E&S 호주LNG사업팀장은 "광양발전소를 운영하면서 LNG 사업이 확대될 것이라 판단해 직접 가스전에 투자하기로 했다"며 "당시 시장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자산이었지만 추가 평가를 통해 매장량을 크게 늘렸다"고 설명했다.
추가 매장량이 확인되면서 투자 규모도 확대됐다. 바로사 프로젝트의 총 투자비는 약 43억 달러로, 이 가운데 SK이노베이션 E&S의 투자액은 약 16억 달러(지분율 37.5%)다. 산토스가 50%, 일본 JERA가 12.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2021년 3개 사업자는 최종투자결정을 내리고 본격적인 개발에 착수했다. 이후 생산정 6개 시추와 해저 생산설비, 약 385㎞ 길이의 파이프라인 등을 구축했고 지난해 말 바로사 가스 생산을 시작했다. 올해 1분기부터는 다윈 LNG 플랜트에서 바로사 가스 액화가 본격화됐다.
14년에 걸친 개발은 실제 국내 도입으로도 이어졌다. 지난 1월 바로사에서 첫 LNG 카고가 출항한 데 이어 2월에는 SK이노베이션 E&S가 확보한 첫 LNG 물량이 충남 보령 LNG터미널을 통해 국내에 들어왔다. 지난 8월에는 바로사에서 생산된 초경질유 약 30만배럴이 인천 북항으로 들어와 SK인천석유화학 설비에 투입되기도 했다.
SK이노베이션 E&S는 바로사를 통해 앞으로 연간 약 130만t의 LNG와 110만배럴의 초경질유를 확보하게 된다. 일반적인 가스전 생산기간을 20년으로 가정하면 LNG 약 2600만t을 확보하는 셈이다.
한국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중동에 집중됐던 LNG 수입선을 호주와 미국 등 비중동권으로 꾸준히 다변화해왔다. 특히 호주는 중동 항로를 거치지 않는 데다 정치·지정학적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아 안정적인 LNG 공급처로 꼽힌다. 올해 중동 전쟁까지 겹치면서 이 같은 호주의 전략적 가치는 더욱 부각되고 있다.
강륜권 SK이노베이션 E&S 경영기획실장은 "과거에는 공급 안정성 측면에서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던 카타르 물량조차 최근 중동 분쟁을 겪으며 상황이 달라졌다"며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라 단기적인 LNG 수급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바로사 물량이 들어오면서 국제 현물시장 의존도도 낮아질 전망이다. SK이노베이션 E&S는 약 600만t 규모의 LNG 포트폴리오를 운영하며 장기계약과 자체 가스전, 현물 조달을 병행하고 있다.
자체 가스전은 가격 변동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다. 국제유가나 미국 헨리허브 등에 연동되는 장기계약과 달리, 직접 생산한 LNG는 원가를 일정 부분 고정할 수 있어 국제 가격 급등의 영향을 덜 받을 수 있다.
SK이노베이션 E&S는 바로사를 계기로 약 20년간 구축해온 LNG 밸류체인을 사실상 완성했다는 평가다. 2006년 광양발전소에서 LNG 직도입을 시작한 이후 호주 바로사와 미국 우드포드 가스전, 미국 프리포트와 다윈 LNG 액화설비, LNG 운반선 4척을 운영하고 국내 발전소와 산업체 수요까지 생산·액화·운송·소비 전 과정을 연결했다.
강 실장은 "하나의 공급처와 하나의 발전소만 연결돼 있다면 어느 한 곳에 문제가 생겼을 때 대응하기 어렵다"며 "여러 소싱처와 운송수단, 터미널, 수요처를 확보하면 전쟁이나 설비 이상 같은 돌발 상황에서도 대체 조달할 수 있는 선택지가 늘어난다"고 말했다.
이어 "중동 전쟁처럼 시장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남들보다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는 것이 LNG 밸류체인과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가장 큰 효과"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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