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중동 지역 각국의 방공무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잇따라 미사일 공격을 받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선 한국 방공무기 조기 인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앞서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2023년 11월 한국과 32억 달러(약 4조원) 규모의 천궁Ⅱ 10개 포대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첫 인도 시점은 2028년으로 예상되지만 전쟁 장기화에 따른 조기 인도 가능성이 제기된다. 사우디는 지난 4월 국내 방산업체에 인도 일정을 앞당길 수 있는지 문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동 국가들이 방공망 확충에 속도를 내는 배경에는 요격미사일의 공급 부족도 자리하고 있다. 전쟁이 길어지면서 요격탄 소모가 이어지고 안정적인 무기 확보가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지난 7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패트리엇 요격미사일 재고는 이란과의 전쟁 이전 약 2330발에서 7월 말 759~827발 수준으로 감소한 것으로 추정됐다. 약 5개월 만에 전체 재고의 65% 가량이 소진된 셈이다.
문제는 패트리엇 요격탄이 생산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데다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에서 수요가 몰리면서 수급 불안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중동 국가들이 방공 무기를 적기에 확보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최근 미국 외 다른 우방국에 방공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방산업계도 중동 시장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2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2026 세계방산전시회'에는 국내 방산기업 39곳이 참가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AI와 KF-21·FA-50에 탑재할 항공무장 공동 개발과 수출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LIG디펜스&에어로스페이스 역시 같은 전시회에서 천궁Ⅱ와 장거리 지대공유도무기 L-SAM 등을 선보이며 현지 방산기업들과 협력을 모색했다.
추가 수주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UAE를 국빈 방문해 방산 분야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당시 양국은 공동 개발과 현지 생산, 제3국 공동 수출 등을 통해 한국 기업의 150억 달러 규모 방산 물자 수주를 지원하기로 했다.
다만 늘어나는 수요가 실제로 잔고로 쌓이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각국의 재정 여건과 예산 집행 우선순위가 달라질 수 있는 데다 무기 도입을 위한 협상도 계속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동 국가들과 방산 협의는 계속 진행하고 있지만 전쟁 이후 상황이 계속 변화하면서 실질적인 성과가 나오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며 "각국도 예산을 어디에 우선적으로 사용할지 고민하고 있어 협상이 막바지 단계에 이르기 전까지는 계약 시점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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