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칼럼] '중국 제조업 버블 붕괴', 가능한 시나리오인가?

  • 주력 시장에서 중국산 진입 철퇴… 공급 과잉으로 대규모 구조조정 불가피

김상철 글로벌비지니스연구센터 원장
[김상철 글로벌비지니스연구센터 원장]

미국과 중국의 AI 선점 경쟁이 날이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Open AI 중심의 미국의 첨단 AI 생태계와 딥시크(DeepSeek) 중심 중국의 효율화와 확산이 양국 간 경쟁의 본질이다. 미국이 여전히 근소한 우위를 보이고 있기는 하지만 실질적 격차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미국이 첨단 AI와 기업용 플랫폼에서 우위를 유지하고 있으나 중국은 저비용 AI와 공개 가중치 생태계를 확대로 경쟁 구도를 형성하면서 시장을 분화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최근 AI 기술 확산 과정에서 두드러지고 있는 사회적 반발은 양국에 공통으로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정치·경제·사회 시스템이 현저히 다른 미국과 중국의 체제의 관점에서 보면 현재 나타나고 있는 여러 도전을 누가 더 슬기롭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승부가 엇갈릴 수 있다.
 
지난달 하순에 열린 미국과 중국의 정상회담도 화려한 겉모습과는 달리 별 성과 없이 종료되었다. 양국 간의 첨예한 대립은 세계를 양분시키고 주변국들의 부담을 크게 늘리고 있기도 하다. 미국은 동맹국으로부터, 중국은 주변국의 신뢰를 잃고 있다. 미국의 동맹국들은 미국의 궤도를 벗어나 선택지를 다양화하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보인다. 중국의 주변국들은 탐욕적이고 이기적인 중국의 두 얼굴에 싫증을 낸다. 제3국의 양자택일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게 표출되면서 다양한 현상들이 곳곳에서 보인다. 양극 체제가 아닌 다극 체제라고 평가하기엔 아직 섣부르긴 하지만 기존의 EU(유럽연합), CC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에 더해 중견국 연대,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등이 수면 위로 부상한다.
 
세계가 하나의 패권국 또는 두 강대국의 의사만으로 움직이기를 거부하는 것이 다극화가 핵심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양강 구도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아니면 한쪽이 경쟁에서 패하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예측이다. 과거 냉전 구도에서 백기를 든 구(舊)소련이나, 경제 패권을 넘봤던 일본의 사례를 빗대어 보기도 한다. 하지만 중국은 러시아와 일본과 달리 정치 체제나 경제적 기반이 다르고, 중국 당국의 이에 대한 대비가 철저해 쉽사리 무너질 것 같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중국 경제의 장래에 대해 장담할 수 없는 불안한 요소들이 상당수 존재한다. 중국 경제의 고질적 뇌관이던 부동산 버블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부채 리스크·고용 불안·공급망 갈등 등이 새로운 쟁점으로 부각하고 있다.
 
일본 경제의 쇠퇴를 되돌아보면 대체로 1990년대 초반에 닥친 부동산 버블로 인식한다. 그러나 보다 근원적으로 접근해 보면 1985년의 플라자 합의와 1986년의 미·일 반도체 협정에서 찾아야 한다. 이 두 개가 도화선이 되어 부동산에 이은 일본 산업의 공급 과잉으로 이어졌다. 내수가 침체하고 주력 시장인 미국에 수출길이 막히면서 장기적인 침체의 길로 들어섰다. 미국의 통상 압력과 엔화 절상이라는 외부 충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중국이 일본과 다른 점은 미국의 다양한 통상 압력에도 버틸 힘이 있고, 심지어 맞불을 놓을 수 있는 대응 카드가 많다는 것이다. 세계 시장에 공급하는 거대 제조업 생산기지인 동시에 미국이 단기간에 대체하기 어려운 글로벌 공급망과 산업 생태계라는 완충 장치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 등이 미국과 EU 대체 시장으로 부각, 해외시장 반사이익은 제대로 못 챙겨
 

최근에는 내수 시장의 침체 극복을 위해 해외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해 혈안이다. 이미 포화상태에 달한 과잉 설비에 대한 구조조정은 지연되고 밀어내기식 저가 수출이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다. 이로 인해 세계 시장이 중국 상품이 넘쳐나면서 마침내 각국이 중국 상품에 자국 내수 시장 잠식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단순히 시장 교란에만 그치지 않고 각국 주력산업에 위기가 닥치고 이는 산업 생태계가 붕괴하면서 결국 대량 실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산에 대한 관세 인상 등 자국 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각종 대책을 다각적으로 준비하는 중이다. 이제 시작 단계이지만 점진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 제조업의 공급 과잉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는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이른바 중국의 ‘제조업 버블’우려다. 내수 시장에 이어 수출 시장까지 막히면서 생겨나는 현상이다. 실제 수요와 수익성 대비 공장·설비·생산능력에 과도해 공급 과잉, 가격 하락, 낮은 이익률, 부실 대출이 발생한다. 거대한 중국 제조업 전체가 하루아침에 무너지지는 않겠지만 경제 침체의 장기화로 성장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 AI 인프라, 로봇, 첨단 전자제품 등 일부 분야에서는 실제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전통 산업 부문이 타격을 받으면 내부 불균형 심화로 중국 제조업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 이를 중국 제조업의 ‘붕괴(Collapse)’가 아니라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이동하는 구조적 ‘대전환(Transformation)’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각국의 진입 무역장벽 강화가 어느 정도의 공급망 재편으로 갈 것인가가 중국 제조업 버블 위기의 범위를 결정해 줄 것으로 보인다.
 
생산성 감소를 정부 보조금으로 버티는 중국 제조업에 해외 수출길이 막히면 설비 과잉을 해소하기 위한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중국 상품 수입 규제는 미국에 이어 EU로 확대되고 있고, 호주·캐나다·영국 등 대부분 큰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종의 도미노 효과다. 자동차를 비롯해 국가 인프라에 투입되는 상품에 대한 중국산 진입을 최대한 억제한다.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로 애로를 겪는 국가들이 중국 자본을 경계하듯 이제 상품·기술 등으로 번지는 추세다. 반면 꿩 대신 닭이라고 중국 기업은 한국 시장을 정조준한다. 가장 만만한 시장인 셈이다. 중국과의 FTA(자유무역협정)도 점점 한국에게 불리한 상황이 되고 있다. 다른 나라들은 중국산에 빗장을 걸고 있지만 우리는 속수무책이다. 더군다나 중국산이 거부당하고 있는 시장에서 우리가 누릴 반사이익도 크게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하물며 중국 제조업 버블 붕괴 대비 시나리오까지 주문하는 것은 무리수 같다.

김상철 필자 주요 이력

△연세대 경제대학원 국제경제학 석사 △Business School Netherlands 경영학 박사 △KOTRA(1983~2014년) 베이징·도쿄·LA 무역관장 △동서울대 중국비즈니스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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