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지는 토허제①] 연장기엔 억제 약화, 해제 뒤엔 반등…47년 된 규제의 딜레마

  • 장기 규제 연구서 억제 효과 축소…해제 이후 가격 상승 반응도 관찰

  • 비규제 지역 풍선효과·거래 위축까지…연장 판단 기준 재점검 필요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 20260930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 [사진=유대길 기자]


정부가 올해 말 지정 기간이 끝나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의 연장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규제의 실효성이 다시 쟁점으로 떠올랐다. 거래 위축과 비규제 지역으로의 수요 이동, 임대차시장 불안 등 부작용도 지적되면서 규제의 실효성을 재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8일 아주경제가 과거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의 지정·연장·해제 사례를 다룬 논문들을 분석한 결과, 규제가 장기화하면서 집값 억제 효과가 약해지는 양상이 나타났다. 해제 이후에는 가격 상승 반응도 관찰돼 연장과 해제 모두 부담을 안고 있다. 

1979년 도입된 토허제는 매수자가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받고 직접 거주하도록 해, 세입자를 둔 채 집을 사는 갭투자를 제한하는 제도다.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7일 국정감사에서 “토허제에 대한 어느 정도 수요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15일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으로 토허제를 확대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같은 달 20일부터 시행된 해당 규제의 지정 기간은 올해 12월 31일까지다.

 

초기엔 집값 억제…연장 거듭하자 효과 약화


삼성·청담·대치·잠실동은 2020년 6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뒤 매년 지정 기간이 연장됐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이 2025년 1월까지 분석한 결과 토허제 지정 지역의 아파트 가격은 규제가 없었을 경우보다 평균 9.6% 낮게 형성된 것으로 추정됐다. 가격 억제 효과는 2022~2023년 평균 11.1%로 가장 컸지만 2024년 1월~2025년 1월에는 7.9%로 축소됐다. 지정 전후 평균 거래량은 규제지역에서 62.6%, 비교지역에서 50.6% 감소했다.

규제지역을 피해 다른 지역으로 수요가 이동하는 이른바 ‘풍선효과’를 시사하는 결과도 나타났다. 양 전문위원의 연구에서는 당시 비규제 비교지역으로 설정한 성수동1가(26.86%), 반포동(8.92%), 신사동(5.92%), 잠원동(5.12%) 등에서 규제가 없었을 경우를 가정한 가격 대비 추가 상승이 추정됐다. 단순히 규제지역과 가까운 곳이 아니라 입지와 개발 기대감이 높은 지역에 수요가 집중된 것으로 연구는 해석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2월 13일 삼성·청담·대치·잠실동의 일부 정비사업 단지를 제외한 아파트를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해제했다. 그러나 집값 과열 우려가 커지면서 3월 24일부터 강남3구와 용산구 아파트로 지정 범위를 넓혀 다시 규제했다.

임대차 안정 효과는 불분명…전문가들 “토허제 연장, 한계 있을 것”


토허제는 매매 거래를 위축시키는 효과를 보였지만 임대차시장 안정에 미치는 영향은 뚜렷하지 않았다. 문 연구원의 논문에 따르면 토허제 해제·재지정 과정에서 매매가격과 거래량은 변화했지만 전월세시장에서는 일관된 가격 반응이 확인되지 않았다.

전문가들도 토허제를 통한 거래 규제만으로 집값과 임대차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강남3구 등 특정 지역에 적용할 때는 시장 억제 효과가 있었지만 서울 전역으로 확대되면서 핀셋 규제로서의 의미가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 지역으로 수요가 이동하는 풍선효과도 나타난다”며 “정부는 규제를 해제할 경우 시장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올해 말에도 토허제를 연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양 전문위원은 “규제 확대에 따른 실거주 의무로 임대 물량이 줄면서 전셋값 상승과 외곽 지역으로의 매수 수요 이동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며 “최근 서울 외곽과 경기 일부 지역의 가격 상승은 투기 수요보다 전세 물량 부족에 따른 실수요의 영향이 크다”고 강조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전월세 매물 부족의 심각성을 강조하며 “토허제 연장으로 집값과 임대차 시장을 안정시키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비거주 1주택자 과세와 등록임대사업자 제도 등 주택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규제 완화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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