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감축의 빈틈] 또 끼이고 깔렸다…현장에 쌓이지 않는 안전 노하우 '문제'

  • 단기 지원·형식적 교육에 예방 역량 축적 한계

  • 저가수주·다단계 하도급에 안전투자 뒷순위

  • "3~5년 예방사업·지속 교육으로 현장 바꿔야"

유형별 사망자 수 자료고용노동부
유형별 사망자 수 [자료=고용노동부]
산업재해 사고사망자는 줄었지만 설비에 끼이거나 중량물에 깔려 목숨을 잃는 사고는 오히려 늘었다. 전체 감소세 속에서도 재래식 사고는 예방의 빈틈으로 남았다.

사고 감소세를 이어가려면 일회성 지원을 넘어 현장에 예방 역량이 쌓이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전교육과 위험성평가의 실효성을 높이고 저가수주·다단계 하도급 등 안전투자를 제약하는 구조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가 20일 발표한 '2026년 3분기(누적) 산재 현황 부가통계'에 따르면 올해 1∼9월 재해조사 대상 사고사망자는 366명(342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57명(440건)에 비해 91명(19.9%)이 줄었다.

그러나 사고 유형별로는 명암이 갈렸다. 대표적인 재래식 사고인 떨어짐·부딪힘이 줄어든 것과 달리 끼임 사고사망자는 37명에서 40명으로 8.1% 증가했다. 깔림·뒤집힘 사고사망자도 30명에서 41명으로 36.7% 늘어났다.

노동부는 지난해 9월 노동안전 종합대책 발표 이후 고위험 사업장 감독을 강화하고 지방정부·민간기관과 협업해 소규모 현장의 안전 사각지대를 줄인 점이 사고사망자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다만 끼임·깔림 등 재래식 사고가 늘어난 만큼 전체 사망자 감소와 별개로 현장의 예방 기반을 살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았다. 특히 예산과 인력이 부족한 중소사업장에서는 안전관리 체계를 갖추더라도 서류 작성과 형식적인 교육에 머물거나 외부 지원이 실질적인 작업환경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문제가 지적된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앞서 '중소사업장 산업안전보건 수준 향상을 위한 다층적 접근' 보고서를 통해 단기·일회성 지원으로는 정책 효과가 사업장에 축적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개별 사업장에 부족한 자원을 일시적으로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중장기적으로 예방 역량을 키워야 한다는 제언이다.

보고서는 중소사업장의 안전보건 예산과 인력이 부족하고 높은 이직률로 안전문화 형성도 어렵다고 짚었다. 대기업 중심으로 설계된 안전관리 프로그램을 영세사업장에 그대로 적용하기도 쉽지 않다. 정부 지원사업을 모르거나 지원 이후 점검·규제를 우려해 참여를 기피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와 현장 사이의 간극도 확인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조선업 사내하청 관계자 대상 심층면접에서 안전교육을 실제로 진행하는 대신 서명으로 대체하거나 교육시간을 채우지 않는 사례가 드러났다. 위험성평가와 작업환경 측정 역시 실질적인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생산비용 절감과 납기 준수 압박도 예방활동을 제약하는 요인이다. 작업을 서두르고 장시간 노동을 하는 과정에서 안전이 뒷순위로 밀리는 구조다. 원청이 안전활동에 필요한 작업시간과 비용을 충분히 인정하지 않으면 예방활동은 하청업체의 부담으로 남게 된다.

이처럼 비용과 작업기간에 대한 압박이 안전관리를 제약하는 구조는 건설업에서도 나타난다. 불법 다단계 하도급과 저가낙찰로 공사비가 줄면 실제 시공 현장은 공기를 단축하거나 저가 인력·자재를 투입할 압박을 받고, 안전조치도 뒷순위로 밀리기 쉽다.

현장 이동이 잦은 고용구조와 고령화는 안전 경험과 숙련의 축적을 어렵게 한다. 교육과 건강진단 등도 사업장 단위로 제공되다 보니 대규모 현장에서는 중복되고 소규모 현장에서는 누락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개별 사업장에 대한 단기 지원을 넘어 산업·지역 차원에서 교육과 안전보건 지원을 지속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박종식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예방사업이 1년 단위로 예산을 집행하고 종료하는 방식이다 보니 중장기 계획을 수립해 추진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끼임 사고 예방처럼 특정 과제를 놓고 3~5년 동안 체계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업장 내 위험요인에 대해 충분히 교육받은 상태에서 위험성평가에 참여해야 위험을 인지할 수 있다"며 "꾸준한 교육이 뒷받침돼야 위험성평가도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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