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방산업계가 글로벌 시장에서 잇따라 수주 성과를 거두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입찰 비리 의혹과 지배구조 논란, 무인기 시연 실패 등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 수출 확대에 걸맞게 산업 내부의 신뢰와 기술 완성도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방위사업청은 전날 방위사업계약심의위원회를 열고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LIG D&A·옛 LIG넥스원)에 대해 2년간 입찰 참가 자격을 제한하는 제재를 의결했다. 무기체계 개발 입찰 과정에서 방사청 직원에게 뇌물을 제공하고 원가를 부정하게 산정했다는 의혹에 따른 것이다. 앞서 방사청 소속 사무관은 LIG D&A 등 방산업체 임직원들로부터 4억6000만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이번 제재는 국가계약법상 최고 수준이다. 검찰이 수사한 뇌물공여 관련 사업은 모두 6개로, 나머지 5개 사업에도 추가 조치가 나올 수 있다. 제재가 실제 적용되면 신규 수주와 일부 무기체계 개발 일정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LIG D&A는 기소 사실만으로 제재를 결정한 데 유감을 표하며 집행정지 신청 등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이와 함께 사업·경영 부문장 4명을 교체하고 준법감사실을 신설하는 등 내부 통제 강화에도 나섰다.
한편,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민영화 논란에 휩싸였다. 최대 주주인 한국수출입은행(지분 26.41%)이 우주·항공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컨설팅 용역을 발주하고, 2대 주주인 한화그룹(15.89%)이 지분을 늘리면서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이 제기됐다.
KAI 노조는 전날 청와대 앞에서 한화그룹의 인수 가능성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18억원 규모의 컨설팅 용역에 지배구조 개편 검토가 포함됐는지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같은 날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해당 문제가 쟁점이 됐다. 김종출 KAI 대표이사는 구성원 동의 없는 지배구조 변경은 없을 것이라며 한화그룹의 실질적인 경영 참여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황기연 수출입은행장도 현재 KAI 매각 계획이 없으며, 컨설팅 용역 역시 민영화를 전제로 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국산 무인기의 기술적 완성도도 과제로 떠올랐다. 지난달 16일 국방부 행사에서 KAI가 개발한 제트엔진무인기가 이륙 직후 추락했고, 8월 25일에는 해군과 국방과학연구소(ADD)가 마라도함에서 진행한 중형 자폭무인기 전투실험 도중 무인기가 바다로 떨어졌다.
시험 과정에서의 실패가 곧 무기체계 전체의 결함을 뜻하는 것은 아니지만, 무인기가 미래 전장의 핵심 전력으로 꼽히는 만큼 정확한 원인 규명과 운용 안정성 검증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K방산이 수출 성과를 이어가려면 해외 수주 못지않게 국내 방위사업의 투명성과 안정적인 지배구조, 무기체계의 신뢰성을 함께 다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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