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탐사선이 화성의 위성 포보스에서 모래와 암석을 가져오기 위한 약 5년간의 여정을 시작했다. 탐사선은 2029년 포보스에 착륙해 시료를 채취한 뒤 2031년 지구로 돌아올 예정이다. 성공하면 인류가 화성권에서 채취한 시료를 지구로 가져오는 첫 사례가 된다. 일본은 소행성 탐사에서 축적한 시료 회수 기술을 살려 포보스의 탄생 과정을 규명하고, 향후 화성 탐사를 위한 기술 확보에도 나선다.
21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는 전날 오전 4시 41분 가고시마현 다네가시마 우주센터에서 화성 위성 탐사선 'MMX'를 실은 일본의 주력 대형 로켓 'H3' 10호기를 발사했다. MMX는 발사 후 약 1시간 11분 만에 로켓에서 분리돼 화성권으로 향하는 궤도에 투입됐다.
일본이 겨냥한 곳은 화성 본체가 아니라 직경 약 20~30㎞의 작은 위성 포보스다. 미국과 중국이 앞서 온 화성 본체 탐사와 대상을 달리해 세계 최초의 성과를 노리는 선택이다. 요미우리는 미국이 비용 급증으로 화성 시료 회수 계획을 중단했고, 중국은 2028년 무렵 탐사선을 발사해 2031년 무렵 시료를 회수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전했다. 반면 포보스는 옛 소련이 여러 차례 탐사선을 보냈지만 모두 실패해 아직 본격적인 탐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MMX의 핵심 목표는 포보스의 모래와 암석을 10g 이상 채취해 위성의 기원을 규명하는 것이다. 요미우리에 따르면 유력한 가설은 두 가지다. 우주를 떠돌던 소행성이 화성의 중력에 붙잡혀 위성이 됐다는 '소행성 포획설'과 거대한 천체가 화성에 충돌하면서 튀어나온 파편이 뭉쳐 위성이 됐다는 '거대 충돌설'이다.
시료에 물을 함유한 광물이나 유기물이 풍부하다면 소행성 포획설에 힘이 실린다. 반대로 화성 지각 성분과 충돌한 천체의 물질이 섞여 있다면 거대 충돌설이 유력해진다. MMX의 과학 연구를 총괄하는 구라모토 기요시 홋카이도대 교수는 요미우리에 "두 가설에서 예상되는 화학 조성과 광물의 조합은 완전히 다르다"며 "시료를 조사하면 기원을 확실히 가릴 수 있다"고 말했다. 포보스 같은 위성은 태양계 형성 초기에 많이 생겨난 것으로 여겨져 그 기원을 규명하면 당시 태양계의 모습을 파악할 단서도 얻을 수 있다.
포보스 표면에 쌓여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화성 유래 물질도 관심사다. 화성에서는 미국 탐사차가 암석을 채취해 분석하고 있지만 지구로 가져온 적은 아직 없다. 아사히는 포보스에서 채취한 시료에 화성에서 날아온 입자가 포함돼 있다면 이를 지구로 가져오는 첫 사례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MMX는 내년 8월 화성 주위를 도는 궤도에 진입한 뒤 관측을 거쳐 2029년 초 포보스에 두 차례 착륙할 계획이다. 로봇팔 등을 이용해 시료를 채취하고 화성의 또 다른 위성 다이모스를 가까이 지나며 관측하는 임무도 수행한다. 2030년 11월 화성권을 떠나 2031년 7월 지구로 돌아와 시료가 담긴 캡슐을 호주 사막에 투하한다. 편도 비행거리만 5억㎞가 넘는다.
발사 성공 이후에도 난관은 남아 있다. 일본은 1998년 발사한 화성 탐사선 '노조미'가 화성 궤도 진입에 실패한 경험이 있다. 요미우리에 따르면 이번 MMX 탐사의 최대 고비는 포보스 착륙이다. 포보스의 중력은 지구의 약 2000분의 1에 불과하다. 연료를 아끼는 데는 유리하지만, 착륙 충격으로 탐사선이 튀어 오르거나 넘어질 위험이 있다. MMX에는 충격을 흡수하는 다리 4개가 달렸다. 촬영한 지형 영상으로 현재 위치를 파악하고 궤도를 자동으로 수정하는 기술도 적용했다. 2024년 일본의 달 탐사선 '슬림'이 착륙 과정에서 실증한 기술이다.
이번 여정은 향후 유인 화성 탐사를 위한 준비라는 의미도 있다. 요미우리에 따르면 JAXA는 화성권을 왕복하고 지구와 통신하는 기술을 확보하는 한편, 화성의 위성이 향후 유인 탐사와 물자 수송의 중계 거점으로 쓰일 수 있을지도 검증할 계획이다. 야마카와 히로시 JAXA 이사장은 발사 당일 기자회견에서 "미래 탐사 활동의 토대가 될 기술을 확보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사히에 따르면 MMX는 당초 2024년도에 발사할 예정이었지만 H3 시험기 1호기 발사 실패 등으로 2년 미뤄졌다. 지구와 화성의 위치 관계상 화성권으로 향할 기회는 약 2년에 한 번뿐이다. MMX를 우주로 보낸 H3는 이번 발사로 성공률이 80%로 올랐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문부과학성과 JAXA는 이번 성공을 계기로 발사 업무를 2027년까지 미쓰비시중공업에 넘기는 것을 목표로 협의에 들어간다. 제조부터 발사까지 한 기업이 맡아 비용을 낮추고 해외 위성 발사 수요를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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