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기본·원칙·상식] 비정규직 867만명 '역대 최대'… 소득 양극화 경고음 커졌다

AI를 활용해 제작한 이미지 챗GPT
AI를 활용해 제작한 이미지 [챗GPT]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가 역대 최대인 월 194만원으로 벌어졌다. 비정규직 근로자 수와 비중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60세 이상 고령층이 비정규직 증가를 주도했다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고용지표상 일자리는 늘고 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저임금·불안정 노동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고용의 양적 성장에 가려진 일자리의 질적 악화와 소득 양극화의 민낯을 보여주는 통계다.

국가데이터처가 최근 발표한 '2026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에 따르면 비정규직 근로자는 867만1000명으로 1년 전보다 10만3000명 늘었다. 전체 임금근로자 중 38.5%에 달한다. 같은 기간 정규직 근로자는 1만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새로 늘어난 임금근로자 11만3000명 가운데 91%가량이 비정규직인 셈이다. 고용 증가를 마냥 반길 수 없는 이유다. 

임금 격차는 더욱 심각하다. 정규직의 월평균 임금은 405만2000원으로 지난해보다 15만6000원 증가했지만 비정규직은 211만2000원으로 2만4000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차이는 지난해 180만8000원에서 올해 194만원으로 더욱 확대됐다. 물론 근로시간이 짧은 시간제 근로자와 고령층 비중이 높아진 영향도 있다. 시간제를 제외한 비정규직의 월평균 임금은 309만8000원으로 격차가 줄어든다. 그렇다고 노동시장 내부의 소득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는 경고마저 가볍게 볼 일은 아니다. 

무엇보다 주목할 대목은 고령층의 비정규직 증가다. 60세 이상 비정규직은 318만명으로 전체 중 36.7%를 차지했다. 1년 새 증가한 인원만 13만5000명이다. 정년 이후에도 생계를 위해 노동시장에 남아야 하는 고령층이 늘어나는 현실을 반영한다. 노후 소득보장 체계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고령층이 선택할 수 있는 일자리마저 저임금 단기·시간제에 집중된다면 노후 빈곤의 악순환은 끊어지기 어렵다. 고령층 고용률 상승을 곧바로 노후 생활 안정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소득 양극화는 단순히 임금 차이에 그치지 않는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는 고용 안정성은 물론 퇴직급여와 상여금, 사회보험 등에서 적지 않은 차이가 존재한다. 실제 이번 조사에서 비정규직의 국민연금 가입률은 36.5%, 고용보험 가입률은 54%에 머물렀다. 퇴직급여와 상여금 수혜율도 각각 45.7%, 39.2%에 불과했다. 현재의 소득 격차가 미래의 연금과 자산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소득 격차 확대는 우리 경제의 성장 기반도 약화시킨다. 저소득층의 구매력 약화는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고 내수 부진은 다시 기업의 투자와 고용 여력을 떨어뜨린다. 안정적인 소득과 고용을 확보한 계층과 그렇지 못한 계층 간에 소비·저축·자산 형성 능력도 갈수록 벌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제 일자리 숫자를 늘리는 데 치중한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 고령층에 대해서는 단기 재정지원 일자리 확대에 머물지 말고 경험과 숙련을 활용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 직무 중심의 계속고용과 재취업 지원을 강화하고 노후 소득보장 체계도 보완해야 한다.

일하는 사람이 늘어도 근로소득만으로 안정적인 생활과 노후를 준비하기 어렵다면 건강한 고용시장이라고 할 수 없다. 특히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우리 사회에서 저임금 비정규직 증가를 불가피한 현상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정부와 정치권은 역대 최대 임금 격차가 보내는 경고를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일해도 빈곤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노동시장으로는 소득 양극화도, 저성장의 굴레도 극복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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