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기본·원칙·상식] 은행 연체율 10년 만에 최고, 부실 대응 늦추지 말아야

서울 시내 은행 현금인출기
서울 시내 은행 현금인출기


금융감독원이 지난 23일 발표한 8월 말 국내은행 원화대출 연체율은 0.69%였다. 한 달 전보다 0.06%포인트 올라 2016년 10월 이후 9년 10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고금리가 길어지면서 빚을 갚을 능력이 약해진 기업과 가계가 늘고 있다는 경고다. 은행과 금융당국은 부실이 더 커지기 전에 대응을 서둘러야 한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더 우려스럽다.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1.00%, 이 가운데 중소법인은 1.10%에 달했다.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도 0.86%로 한 달 새 0.09%포인트 상승했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0.45%였지만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신용대출 등은 0.91%까지 올랐다. 자금 사정이 빠듯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담보 없이 돈을 빌린 가계에 부담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새로 생기는 연체를 정리 속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8월 신규 연체 발생액은 3조원으로 전월보다 줄었지만, 같은 달 정리한 연체채권은 1조5000억원에 그쳤다. 기존 연체를 털어내는 동안 그 두 배의 연체가 새로 발생했다는 뜻이다. 연체율의 높낮이뿐 아니라 부실이 쌓이는 구조를 봐야 한다.

금감원은 현재 연체율이 코로나 이전 10년 평균인 0.78%보다 낮아 중장기적으로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연체율 상승만으로 금융위기를 거론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과거 평균을 밑돈다는 사실이 앞으로의 안전까지 보장하지는 않는다. 전체 평균에 가려진 취약 부문의 악화 속도를 살피고, 상환 부담이 더 커질 경우 은행이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 따져야 한다. ‘관리 가능’은 대응의 결과여야지 안심시키는 말에 그쳐서는 안 된다.

은행은 먼저 손실을 정확히 드러내고 그에 맞는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회수 가능성을 낙관하거나 만기를 연장해 부실 인식을 뒤로 미뤄서는 안 된다. 업종과 차주별로 현금 흐름을 다시 점검하고, 추가 부실을 가정한 자본 여력도 확보해야 한다. 연체채권 매각으로 장부상 수치를 낮추는 것과 차주의 상환 능력이 회복되는 것은 별개다. 건전성 관리를 분기 말 숫자 관리로 끝내서는 곤란하다.

그렇다고 은행들이 일제히 대출 문을 닫아도 안 된다. 일시적인 자금난을 겪는 기업까지 자금줄이 끊기면 버틸 수 있던 차주도 부실로 넘어간다. 사업성과 상환 능력이 있는 곳에는 만기 조정과 분할상환 등으로 회복할 시간을 줘야 한다. 반대로 정상화 가능성이 희박한 기업에는 손실을 인정하고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 무차별적인 회수와 무조건적인 연장 모두 부실을 키울 수 있다.

금융당국도 은행별 연체율과 충당금만 점검하는 데 머물러서는 안 된다. 여러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린 차주의 부채를 함께 살피고, 은행의 대출 축소가 취약차주를 더 비싼 대출로 밀어내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채무조정은 상환 능력을 되살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지원 이후의 회복 여부까지 점검해야 한다. 정부 역시 기업 구조조정과 자영업자의 재기를 금융회사에만 맡겨둘 수 없다.

연체율은 이미 갚지 못한 빚을 보여주는 지표다. 수치가 충분히 나빠진 뒤 움직이면 대응 비용은 더 커진다. 지금 필요한 것은 위기론을 부풀리는 일도, 과거 평균을 들어 경고를 누그러뜨리는 일도 아니다. 은행은 손실을 감당할 여력을 쌓고, 당국은 취약 부문의 부실을 조기에 찾아내야 한다. 살릴 곳을 지원하고 정리할 곳을 가려내는 일을 더 늦춰서는 안 된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