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실적에 연동해 이익 중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지급하라는 요구가 주요 제조업으로 확산하면서 노사 갈등 양상도 복잡해지고 있다. 기업과 노동조합 간 임금협상을 넘어 사업부별 성과배분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같은 회사 노조끼리 대립하는 사례까지 나타났다. 성과에 따른 보상 확대가 노동계 내 새로운 갈등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8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발표한 '자동차·조선 등 주요 제조업 노사 관계 현황'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노사분규는 8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9건)보다 감소했다. 반면 근로손실일수는 33만6800일에서 48만9190일로 45.2% 증가했다.
경총은 올해 노사 관계에서 주요 특징으로 기업 이익 중 일정 비율을 근로자에게 배분하는 'N% 성과급' 요구 확산을 꼽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 부각된 성과배분 방식이 자동차와 조선업계로 번지면서 현대차 노조는 전년도 순이익 중 30%,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영업이익 중 30%, HL만도 노조는 영업이익 중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요구했다.
문제는 기업 이익을 기준으로 한 보상체계가 사업부별 실적 차이에 따라 구성원 간 이해충돌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삼성전자다. 올해 임금·단체협약 교섭 과정에서 성과급 지급 기준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과 스마트폰·가전 등을 맡는 디바이스경험(DX)부문 간 이해충돌로 번졌다. DS부문 실적 개선으로 성과급 격차가 벌어지자 DX부문 직원들은 보상 형평성을 요구하며 집회에 나섰다.
최근에는 여섯 번째 노동조합 설립이 추진되면서 노노 갈등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지난 4일 고용노동부 구미지청에 '삼성전자 유니온샵 노동조합' 설립신고서가 접수됐다. 새 노조 설립에는 DS 중심의 초기업노조와 DX 중심의 동행노조 출신 간부들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기존 노조 내부 갈등이 새로운 노조 설립을 촉발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이 다른 제조업으로 확산하면 노사 관계에 불확실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 완성차와 부품, 조선과 기자재 등 생산과정이 긴밀하게 연결된 산업에서는 기업별 수익성과 임금 지급 여력이 서로 다르다. 특정 사업장의 성과배분 요구가 다른 기업의 임금협상에도 영향을 미치면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기 어려운 사업장 간 보상 격차가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
경총은 개별 사업장의 갈등이 협력업체의 생산과 매출, 고용, 납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HL만도는 국내 사업장과 거래하는 협력업체가 292개, 고용인원은 약 4만명에 이른다. 핵심 부품사의 생산이 중단되면 해당 기업의 임금협상 문제가 산업 공급망 전반에 걸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광호 노사관계지원팀 수석위원은 "노사는 개별 기업의 단기 실적뿐 아니라 산업의 경기 변동성, 글로벌 경쟁, 미래 투자 필요성, 협력업체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합리적인 교섭 관행을 형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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