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노조는 조합원들의 의사가 반영된 내용을 담아 재협상에 나서겠지만, 61.21%라는 역대 사상 최대치에 달하는 반대율을 고려할 때 앞으로 노사협상이 어떻게 전개되어 나갈 지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노조는 8일 오전 울산공장 노조사무실에서 교섭위원 회의를 갖고, 향후 재협상 여부와 시기를 논의했다.
이에 앞서 지난 4일 2008단체협상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투표율 95.35%(4만2886명/총원 4만4976명)를 보인 가운데 찬성 1만6034명(37.4%), 반대 61.2%(2만6252명)로 압도적인 표차로 부결됐다.
지난 2001년 부결시 반대율 45.66%, 2002년 부결 당시 49.5% 보다 10%포인트 이상 높은 역대 최대치다.
윤해모 현대차지부장은 합의안이 부결되자 쟁대위 소식지를 통해 “임단협의 조속한 마무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지만, 사측이 조합원의 의지를 꺾으려 하면 조급해 하지 않고, 추석을 넘겨서라도 조합원의 기대에 부응할 것”이라며 이번 협상이 장기전에 들어갈 수 있음을 내비쳤다.
찬반투표 부결 후 아이디 ‘쇠뚝이’란 조합원은 노조 홈페이지에 “또 다시 돈 몇 푼하고 문구 몇 자 고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된 협상을 하라”며 “추석휴가전 타결 안해도 된다. 천천이 꼼꼼이 연말까지 가도 좋으니 제대로된 안을 도출하라”고 집행부를 압박했다.
이처럼 올 현대차 노사협상은 노노갈등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노사간의 대립보다 현 집행부측 현장노동조직과 집행부 반대편에 선 현장조직간의 노노갈등을 얼마나 잘 봉합하느냐에 따라 협상타결 시기도 결정될 수 있다는 얘기다.
현 노조집행부는 지난 2005년 지부장 선거에서 창사 41년만에 밤생근무를 없애는 주간연속 2교대제 시행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된 후 지난해는 10년만에 무분규 임협 타결이라는 의미있는 성과를 내면서 노조사상 처음으로 연임됐다.
이에 현대차지부의 집행부에 오르기 위해 서로 경쟁하고 있는 현장노동조직간의 세력다툼이 심각한 상태다.
노노갈등은 현 집행부를 배출한 현장조직 ‘민주노동자투쟁위원회’(민투위)가 잠정 합의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힌데다, 민투위를 견제하려는 나머지 5개 현장조직들이 찬반투표에 앞서 공식 기구를 만들어 조직적인 부결운동에 나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 집행부의 반대편 선 현장노동조직들이 이번 찬반투표에서 나타난 집행부의 추락한 지도력을 이유로 집행부를 강하게 압박, 불신임운동까지 펼칠 경우 올 임단협은 장기화의 수렁으로 빠질 수도 있다.
이런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노조가 잠정 합의된 성과급 수준(기본급 8만5000원 인상, 성과급 300%+300만원 지급)에서 좀 더 인상된 안을 갖고 이번주초 재교섭에 나서 일정 금액이 추가될 경우 이르면 추석전에 다시 찬반투표를 벌일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조합원은 “판매, 정비 조합원들이 이번 투표에서 반대표를 던진 것은 대부분 주간연속 2교대보다 임금에 대한 불만이 높기 때문이고, 공장에서도 임금 때문에 반대표를 찍은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추가적인 임금인상을 요구했다.
이처럼 조합원마다 부결의 의미가 각자 다른 가운데 61.21%라는 역대 최고치의 달하는 반대율을 현 집행부가 어떤 방법으로 잠재우고 조합원들을 설득해 나갈 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재붕 기자 pj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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