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보험 지급결제 놓고 힘겨루기

은행권과 보험업계가 보험사에 대한 지급결제 허용 여부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보험업계는 정부가 지급결제를 허용하는 내용의 보험업법 개정안을 내놓은 만큼 꼭 통과시킨다는 입장인 반면 은행권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겠다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 은행 "리스크 높다" VS 보험 "소비자 편익" = 지난 4일 금융위원회가 보험업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자 다음날인 4일 은행연합회는 '보험사 지급결제 참여 허용의 문제점'이라는 보도자료를 내고 실력 행사에 나섰다.

은행권은 보험사의 사업 특성상 천재지변과 같은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지출이 크게 늘어 지급결제 기능을 안전하게 수행하기 어렵다고 주장한다.

또 보험사가 은행보다 금리가 높은 지급결제 상품을 출시하면 예금 이탈이 발생해 은행들은 양도성예금증서(CD)나 은행채 등의 시장성 수신을 늘릴 수 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이럴 경우 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져 대출금리가 크게 높아진다는 논리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보험사에 지급결제를 허용한 사례가 없다"며 "문제가 있으니까 전례가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대해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도 보도자료를 내고 반박에 나섰다. 두 협회는 지급결제용 자산은 보함사의 고유자산과 분리해 외부에 위탁하기 때문에 리스크가 높지 않다고 해명했다.

또 증권사의 고금리 상품 때문에 은행이 대출금리를 올렸다고 보기 힘들며 오히려 보험료 납부 및 보험금 수령시 은행을 거치지 않아도 돼 소비자의 편의가 향상된다고 주장했다.

◆ 실상은 밥그릇 싸움 = 보험사에 지급결제 업무가 허용되면 은행권은 당장 타격이 불가피하다. 증권사에 이어 보험사로의 '머니무브'(예금 이탈 현상)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은행권 요구불예금은 전년 대비 1조3250억원 줄어들고 정기예금도 17조823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증권사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잔고는 27조1780억원으로 전년보다 3배 이상 급증했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수수료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보험사는 보험료 및 보험금을 은행을 거쳐 수납하고 지출하면서 연간 1000억원 가량의 수수료를 은행에 내왔지만 지급결제가 허용되면 이러한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또 만기가 돼 지급한 보험금을 지급결제 계좌로 다시 유치할 수 있고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양측 모두 이번 만큼은 절대 물러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보험업법 개정을 막을 것"이라며 "입법예고 기간 중 금융위에 의견을 제출하고 규제개혁위원회에도 입장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생명보험협회 관계자도 "은행이 의견을 낸다면 우리도 제출할 것"이라며 "소비자 편의를 위해서라도 꼭 통과돼야 하는 만큼 국회를 상대로 설득 작업에 나서겠다"고 맞받아쳤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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