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지부장 윤해모)가 결국 19일 대의원대회에서 파업 결의를 강행하자 세계적 불황에 따른 회사의 경영위기에도 불구하고 연초부터 무리수를 둔다는 안팎의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GM과 포드, 크라이슬러 등 ‘빅3’ 업체가 파산 직전에 몰린데다 쌍용자동차도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등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도요타 역시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적자를 예상할 만큼 어려운 상황이다.
노조는 이날 울산공장 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전체 대의원 496명 중 4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제102차 임시 대의원대회를 열고 ‘쟁의발생 결의안건’을 만장일치로 가결시켰다. 앞으로 노조는 설 이후 중앙 노동위원회의 10일간 조정신청을 거친 후 이르면 다음달 초 파업 돌입 여부를 결정하는 전체 조합원 찬반투표를 개최할 예정이다.
하지만, 노조원들 사이에서 파업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높아 실제 파업으로 연결될지는 알 수 없다.
이날 파업 결의안이 통과되는 과정에서 일부 사업부 위원회 대표와 대의원이 ‘지금 시기에 파업은 무리’라면서 반대 목소리를 높이는 등 논란을 빚기도 했다.
또 울산공장 9개 사업부 위원회 대표(공장별 노조 대표)는 대의원대회에 앞서 이날 오전 “조합원의 피로도를 고려해 지금은 동력을 결집하기보다는 신중하게 전략적으로 투쟁할 필요가 있다. 투쟁만 밀어붙이지 말고 지금의 정세를 정확히 판단해야 한다”고 노조집행부를 비판하는 대자보를 붙이기도 했다.
자신을 ‘조합원’이라고 밝힌 이는 노조 게시판에 “의식 좀 바꿔보자. 지금은 고용안정이 우선이니, 좀 양보할 줄도 알고, 그 대신 확실한 고용보장을 쟁취하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게 순서 아닌가?”라며 노조의 파업 강행을 비판했다.
한편, 현대차는 전주공장에서 주간 2교대제 시범 시행에 대해 최근 예상치 못한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생산 물량이 줄어 주간 8시간 외에 추가로 8시간을 보탠 2교대제를 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지난해 임단협에서 주간2교대 시행에 합의해 놓고도 회사가 이를 지키지 않아 쟁발결의를 하게 됐다”며 “설 이후 조정신청과 조합원 찬반투표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세계자동차시장이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가 파업을 결의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회사 생존이 가장 중요한 때 노조의 파업은 즉시 철회돼야 한다”
고 말했다.
현대차 노조가 올해도 파업하게 되면 1987년 노조 설립 이후 1994년 한해를 제외하고 21년간 파업을 하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지난 21년 동안 파업일수만 1년여에 가까운 361일이나 된다. 이로 인해 현대차는 108만대의 생산 차질과 11조원의 매출 손실을 봤다.
한편, 지난해 7월 불법 정치파업을 주도한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윤해모 지부장은 12일 보석으로 풀려난 이후 또 다시 파업수순을 밟고 있어 향후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김훈기 기자 bo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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