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 "한미FTA 지혜롭게 풀 것"

정부, 조속한 의회비준 촉구 강조...美, 자동차 등 추가협의 필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가 16일 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미 대통령간 정상회담에서 마무리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는 이번 회담을 계기로 한미FTA의 의회 비준에 진전을 이루겠다고 단언한 상태지만 결과는 원론적인 합의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고 자동차산업 보호 등 추가협의를 원하고 있어서다.

◆이 대통령 “FTA 지혜롭게 풀겠다”

이명박 대통령은 15일 미국 방문에 앞서 “한미정상회담에서 튼튼한 한미동맹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한미 FTA 등 현안도 지혜롭게 푸는 계기로 만들곘다”며 “아울러 오바마 대통령과도 마음과 마음이 통하는 신뢰를 쌓고 돌아오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적어도 한미FTA에 대한 양국 의회 비준 일정 등을 구체적으로 조율하겠다는 목표다. 한미 통상관계가 지난 1980년대 이후 갈수록 위축되는 상황을 설명하면서 오바마 행정부와 미 의회를 적극 설득할 계획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한국의 대미 무역 비중은 지난 1986년 31%를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하락해 2008년 현재 한국 총 무역 규모의 10%에 그쳤다. 1980년~2003년 기간 중 1순위를 차지했던 대미국 무역 비중은 2008년에는 중국, 유럽, 일본에 이어 4위로 순위가 밀려난 것이다. 또 미국의 대한국 무역 비중 역시 지난 1988년 4.1%에 달했던 것이 지난해에는 2.4%로 1.7%p나 하락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위축되는 양국의 통상관계에 대한 현주소를 명확하게 미국측에 전달하고 조속한 의회비준을 촉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오는 26일 파리에서 통상장관회담을 재개하는 한EU FTA 타결까지 관세환급 문제만 남았다면서 미국을 거듭 압박한다는 전략이다. 한EU FTA 협정이 먼저 발효돼 관세가 철폐되면 유럽산 자동차와 한국에서 경쟁해야 하는 미국산 자동차의 가격 경쟁력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에 미국의 입장에서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채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이와 관련, “한EU FTA는 한미FTA 비준에도 긍정적 효과를 나타낼 것”이라며 “우리가 EU와 먼저 타결한다고 해도 한미FTA 가치는 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미국내 무역관련업계는 조속한 비준처리를 의회에 요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기부양에 빠진 美, FTA 후순위로 밀릴 듯

문제는 미국측의 태도다. 유례없는 글로벌 위기가 닥치면서 신속한 경기부양에 매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 의회는 당장 시급한 자국 현안들의 처리에 몰두하고 있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시급성이 떨어지는 한미FTA 비준안은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또 이번 정상회담에서 북한 핵실험과 세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양국 공조방안이 더욱 시급한 현안으로 꼽히고 있다. 이로 인해 정상회담의 논의는 FTA보다 안보동맹 쪽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특히 미 민주당 소속 의원 대다수는 자동차산업 보호 및 쇠고기 시장 완전 개방 등 추가협의를 원하고 있어 양정상이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게 외교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정부 관계자는 “FTA 문제가 양국 정상 간의 주요 의제에는 포함됐지만 원칙적인 것 외에 기대할 수 있는 건 없을 것 같다”며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측 간에 별도의 사전협의도 없이 ‘비준을 위한 공동노력’ 정도의 원론적 합의에 그칠 것”이라고 피력했다.

송정훈 기자 songhdd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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