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훈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
잘나가던 미국ㆍ일본을 비롯한 선진국 증시가 경기회복에 대한 의구심과 2분기 실적에 대한 부담으로 조정을 받고 있다. 반대로 두 달 동안 제자리 걸음만 하던 국내 증시는 조심스럽지만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증시는 지난 9일 장중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최근까지 움직임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국내 증시가 글로벌 증시 대비 디커플링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타진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달 들어 거론되는 디커플링 요인은 무엇일까.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는 돋보이는 어닝 모멘텀이다. 둘째는 밸류에이션 매력 부활. 마지막은 해외시장에서 재평가다.
먼저 차별적 어닝 모멘텀을 보자. 미국은 지난 8일 알루미늄 업체 알코아를 시작으로 실적시즌이 시작됐다. 우린 9일 신세계부터 실적시즌에 들어간다. 톰슨로이터사 S&P 500기업 2분기 실적 전망치에 따르면 미국 기업 실적은 순이익 기준으로 전년동기대비 -35.5%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비해 에프앤가이드가 조사한 것을 보면 우리 기업은 전분기대비 298.9%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지난 7일 이례적으로 2분기 실적 예상치를 발표한 삼성전자만 봐도 어닝서프라이즈가 확인됐다. 2분기 실적시즌에선 국내 기업이 해외 기업 대비 확연히 돋보이는 실적을 확인시키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1분기 실적 호전이 환율과 재고조정 효과를 통한 실적 개선이라고 애써 폄하됐던 것과 2분기 실적은 다르다. 두 효과가 어느 정도 제거된 상태에서 달성된 실적이란 측면에서 질적으로도 높은 평가가 기대된다.
두번째 디커플링 요인은 실적 호전에 의한 밸류에이션 매력 부활을 들 수 있다. 사실 5월 이후 두 달 동안 기간조정에도 증시 주가수익비율(PER)은 2009년 예상실적 기준 14.8배로 고평가 논란을 낳았다. 이는 증권가 실적 전망치가 크게 둔화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2분기 실적시즌을 눈앞에 둔 이달 초부터 전망치는 가파르게 뛰기 시작했다. 덕분에 시장 PER도 빠르게 하향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증시에 대한 밸류에이션 시각을 국제적으로 넓혀 살펴보면 또다른 투자 포인트도 얻을 수 있다. 국제적 비교가 가능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지수 기준으로 7월 현재 MSCI 한국 예상 PER은 14.8배다. 이에 비해 MSCI 선진국과 이머징 아시아는 각각 15.6배와 17.2배로 더 높다. 선진국에 비해 5.1%, 이머징 아시아보다 13.9% 정도 할인돼 있는 것이다. 향후 12개월 주당순이익(EPS) 개선 속도 역시 선진국과 이머징 아시아보다 훨씬 가파른 속도로 나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런 사실은 국내 증시 밸류에이션 부활을 의미한다. 외국인 투자자가 '바이코리아' 행진을 이어갈 것이란 뜻이기도 하다.
세번째 요인은 해외시장에서 재평가를 들 수 있다. 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 휴대전화 부문에서 약진이 가장 두드러졌다. ITㆍ자동차산업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며 해외시장에서 재평가를 끌어냈다. 삼성전자는 2분기 실적 예상치에서 경쟁업체와 감히 비교할 수 없을 보여 줬다. 차별적인 제품ㆍ가격 경쟁력으로 일본과 대만, 미국 경쟁사를 멀찌감치 따돌린 것으로 평가된다. LCD분야 역시 아직 뚜껑이 열리진 않았으나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가 해외시장에서 보여 준 약진을 고려할 때 해외 경쟁사를 크게 제쳤을 것으로 보인다. 휴대전화는 더욱 드라마틱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1분기에 세계 1위업체인 노키아까지 시장점유율이 감소한 반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유일하게 최종소비자 판매량을 늘렸다. 2분기에도 터치스크린폰으로 대표되는 프리미엄폰 시장을 국내 업체가 선점했다. 더욱 가파른 점유율 상승이 기대되는 것이다. 현대ㆍ기아차 역시 현재 주력시장인 미국과 미래 주력시장인 중국 모두에서 시장점유율을 크게 높였다. 품질평가 역시 기존 해외 상위 브랜드를 제치고 중소형차 부문에서 최고 평가를 받았다.
2분기 실적시즌을 맞아 시장 열기가 뜨거워 지고 있다. 한동안 쉬었던 증시가 약진할 기회다. 위기 국면이 모두에게 위험한 것은 아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면 오히려 독보적인 시장지위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증시 재평가와 디커플링은 2분기 실적시즌을 통해 확인될 것으로 기대된다. 개구리는 멀리 도약하기 위해 움츠려야 한다. 최근 기간조정은 오히려 3분기 도약을 위한 좋은 보약으로 여길 수 있다. ITㆍ자동차 부문에선 한국시장에서 최고가 세계 최고로 대접받는 시기가 곧 도래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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