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코 혁신 동력은 '탈집중'

  • 맥킨지쿼털리, 챔버스 시스코 회장 '경영과 리더십의 분산'

   
 
존 챔버스 시스코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많은 기업들이 '선택과 집중'에 나서고 있다. 사업다각화로 전선을 확대해봤자 리스크만 커질 뿐 득될 게 없다는 판단에서다. 비교우위인 소수의 사업부문에 집중 투자해야 시장을 선전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선택과 집중을 추구하고 있는 기업들의 방법론은 저마다 다르다. 여전히 상명하복 중심의 중앙집중식 리더십을 강조하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조직체계를 분산시켜 자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는 기업들도 있다. 후자의 대표적인 예로 세계 최대 네트워크 장비업체 시스코시스템스가 꼽힌다.

시스코시스템스는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가운데도 매년 30개 이상의 혁신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전 세계 기업들과 속도전을 펼치고 있다. 존 챔버스 시스코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경영과 리더십의 분산을 끊임없는 기업 혁신의 비결이라고 설명한다.

세계적인 경영컨설팅업체 맥킨지가 내는 경영저널 '맥킨지쿼털리'는 최근 챔버스 회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시스코의 혁신 비결을 소개했다.

지난해 금융위기로 불거진 경기침체가 시스코가 맞은 첫 위기는 아니다. 1984년 설립된 시스코는 지난 1993년부터 이미 4차례나 기업 존폐 위기를 겪었다.

1990년대 닷컴버블이 터지자 2001년 시스코의 매출은 18% 급감했고 주가는 90%나 폭락했다. 챔버스는 당시가 "내 생애에서 가장 암울했던 순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스코는 침착하게 대응했다. 다른 IT기업들은 대부분 비용절감을 위해 연구개발(R&D)을 중단하거나 보류했지만 챔버스는 오히려 인터넷폰 서비스, 스토리지, 무선 네트워킹 등 신규 사업 부문에 340억 달러를 투자했다. 또 전사적 차원에서 구조조정을 단행, 기업 내에 다양한 혁신 조직을 꾸려 위기를 넘겼다.

챔버스는 "2001년 시스코는 구조조정을 단행해 1인 CEO 중심의 상명하달식 경영 체계에서 벗어나 경영권과 의사 결정권을 위원회와 이사회, 팀 단위 그룹에 적절히 배분하는 분산화 시스템을 도입했다"며 "이로 인해 기업환경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챔버스는 특히 한 단위의 조직이 하나의 직무에만 몰두하는 것이 아니라 직무와 직무 사이의 상호작용하는 복합 기능(cross-functional)이 가능한 팀 리더십을 강조했다. 경계를 허문 것이다. 특히 고도로 발달한 인터넷 네트워킹 기술은 각 대륙에 흩어져 있는 팀의 유기적 통합을 가능케 했다.

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은 순식간에 전 세계 초고속 인터넷망을 타고 복제돼 팀 그룹에 전달, 실행되면서 각 팀의 리더는 회사 전체를 대표하는 역할까지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시장의 변화를 반영한 기술을 개발해 기업 경영에 적극 활용한 것도 시스코의 특징이다. 1990년 초반 인터넷은 정보를 모아 사용자에게 보여주는 역할을 하는 데 그쳤지만 최근 인터넷은 누구나 손쉽게 데이터를 생산하고 공유하거나 저장 및 출판할 수 있는 사용자 중심의 '웹 2.0' 형태로 진화했다. 네티즌들이 만들고 있는 블로그나 웹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 등이 대표적이다. 네트워크 통신장비 개발에 주력하는 시스코에게 이러한 흐름은 호재가 아닐 수 없다.

챔버스는 "현재 시스코는 다양한 업무에 웹 2.0 개념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시스코가 진행한 화상회의 건수는 4년 전에 비해 1600% 급증했다. 또 동영상 온라인 화상회의 소프트웨어인 웹엑스를 활용한 경우는 3900%나 늘었다. 시스코는 또 자체 개발한 멀티미디어 기반 원격회의 프로그램인 텔레프레전스를 도입해 지난해 출장비용을 일년 전보다 65%나 줄일 수 있었다.

챔버스는 각국 정부와 '지능형 도시화(Intelligent Urbanization)' 실현을 위한 파트너십도 강화하고 있다.

시스코는 지난 4월 인천광역시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지능형 도시화 사업을 위해 인천 경제자유무역지구(IFEZ)에 R&D센터를 설립하는 등 향후 5년간 2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또 인도와 중국에도 이미 10억 달러를 투자했으며 인도와 중국에 각각 60억 달러와 160억 달러를 추가 투자할 방침이다.

챔버스는 "녹색성장을 위해서는 전반적인 사회 인프라를 통합 구축해야 한다"며 "시스코의 다양한 협업 시스템이 한국 정부와 도시개발 업체들의 업무를 원할하게 통합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6개월 전만 해도 한국정부가 녹색성장을 위한 핵심사업으로 추진하는 스마트그리드가 뭔지도 몰랐다"며 "하지만 통합솔루션 개발이라는 공동 목표 아래 각국 정부와 기업, 단체들과의 접촉면을 넓히면서 스마트그리드는 시스코의 우선 순위 프로젝트로 올라섰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챔버스는 기업 환경의 변화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남의 의견에도 귀를 기울이는 능력이 필요하다며 자신은 최소 12개 지역의 산업 애널리스트들과 정기적으로 원격 화상회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kirimi99@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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