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만신창이가 된 메릴린치를 '억지' 인수한 것으로 알려진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잇딴 인재 유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메릴린치의 핵심 인재들이 최근 경쟁사로 대거 이동하면서 메릴린치가 '속 빈 강정'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스위스 투자은행 UBS가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의 투자은행(IB)팀 운영을 위해 메릴린치의 키스 매그너스를 영입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27일 보도했다. 매그너스를 통해 아시아 투자은행팀을 유지하려고 노력해온 BOA로서는 상당한 타격이 아닐 수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싱가포르는 아시아 투자은행 시장의 요충지다. 싱가포르는 테마섹홀딩스와 싱가포르투자청(GIC) 등 두 개의 거대 국부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싱가포르 증시 역시 올해 투자은행들의 실적 강화에 크게 한몫했다. 상장 기업들이 대거 유상증자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매그너스는 상당한 실적을 올려 BOA의 아쉬움을 더하고 있다. 그가 최근 몇 달 새 수수료를 챙긴 싱가포르 기업들의 유상증자 규모만 18억4000만 싱가포르달러(약 12억8000만 달러)에 달한다.
BOA는 매그너스 외에도 최근 아시아지역 기업 인수합병(M&A) 부문 대표였던 칼파나 데사이와 중국 투자은행 부문을 이끌었던 마가렛 렌, 아시아 투자은행 대표를 지낸 셸든 트레이너 등 메릴린치의 핵심 인재들을 경쟁사에 빼앗겼다.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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