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생각할 때 앞서 실행한다"

  • 휴대폰 배터리서 전기차로 두각 中 왕촨푸 비야디 회장 '뚝심경영'

중국 전기차 메이커 비야디(比亞迪ㆍBYD)그룹이 연일 화제다. '투자 귀재' 워렌 버핏의 투자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가가 급등하더니 회사를 이끌고 있는 왕촨푸(王傳福) 회장은 중국 최고 갑부에 등극했다. 지난해 말에는 전기로만 100km를 달릴 수 있는 'F3DM'을 공개하며 당차게 글로벌 전기차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올해는 전기로 400km 주행이 가능한 'E6'를 선보여 또 한번 세계를 놀라게 했다.

   
 
왕촨푸 비야디그룹 회장이 올해 선보인 전기차 'E6'를 배경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최근 전기차 기술력을 바탕으로 2025년 글로벌 자동차시장을 제패하겠다는 야심을 밝혔다.
◇'배터리 대왕'에서 '전기차 대왕'으로
1995년 비야디를 설립한 왕촨푸 회장은 중국에서 '배터리 대왕'으로 통한다.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중국 전지업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왕 회장은 창업 10년만에 비야디를 중국 최대 휴대전화 배터리업체로 키워냈다.

비야디가 고속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왕 회장의 뚝심이 있었다. "나는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것을 실행하고 다른 사람이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감히 생각한다"는 말에 그의 과감한 경영철학이 담겨있다.

창업 초기 기술과 자금이 부족했던 비야디는 일본 경쟁업체들처럼 자동화된 생산라인을 구축할 수 없었다. 그러나 왕 회장은 "비야디가 만든 제품은 다른 기업에서 만든 비싼 제품보다 더 오래 쓸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자동화한 생산라인에서 로봇이 하는 일을 인력으로 채워 불량률 0%에 가까운 제품을 만들어 낸 것이다.

그는 비야디가 만든 배터리의 안전성을 알리기 위해 배터리 용액을 직접 마시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특허 전문팀도 비야디 성공의 일등공신 가운데 하나다. 다양한 정보 속에서 기술의 원천을 포착해 벤치마킹해 온 특허팀은 비야디가 전기차업체로 성장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기존 기술을 바탕으로 새 기술을 창조해 낸 비야디는 배터리시장에서 소니를 제쳤고 전기차시장에서도 선두 주자로 거듭났다. 배터리 대왕으로 불리던 왕 회장도 이젠 '전기차 대왕'으로 불린다. 그도 그럴 것이 비야디는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이 선점 경쟁을 펼치고 있는 전기차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비야디가 최근 선보인 전기자동차 'E6'는 일반 가정용 플러그를 이용해 7~9시간 충전하면 400km를 달릴 수 있다. 도요타와 제너럴모터스(GM) 등 대형 자동차 메이커도 온전히 전기로만 달릴 수 있는 전기차는 아직 내놓지 못했다.

◇2025년 글로벌 자동차시장 재패
왕 회장은 빈농의 아들로 태어나 일찍 부모를 여의고 형제들의 도움으로 간신히 대학을 졸업했다. 하지만 대학 졸업 후 연구원으로 일하게 된 베이징금속연구소가 흔들리자 1995년 비야디를 설립했다. 당시 29살이었던 왕 회장이 가진 창업 자금은 가까스로 빌린 250만 위안이 전부였다.

왕 회장은 그러나 2003년 파산 위기에 몰린 국영 자동차업체를 인수하고 자동차시장에 진출했다. 왕 회장은 배터리 분야에서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차세대 자동차인 전기차 개발에 몰두했다. 이 때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큰 힘이 됐다. 그 결과 비야디는 13만명의 직원을 거느린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고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최근 왕 회장을 중국 최고 갑부로 선정했다. 포브스가 추산한 그의 자산은 58억 달러에 달한다.

그러나 왕 회장에게 비야디의 성공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그는 2025년까지 비야디를 세계 최대 자동차기업으로 만들 계획이다. 최근 CNN과 가진 인터뷰에서는 "신재생에너지 자동차 분야에서는 중국이 다른 나라보다 더 높은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자신감도 나타냈다.

왕 회장은 우선 내년부터 전기차를 미국시장에 내다 팔 계획이다. 전기차 생산이 순조롭게 이뤄지면서 당초 계획보다 일년 앞당겨졌다. 그는 2025년까지 전 세계에 900만대의 자동차를 팔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비야디가 올 상반기 판매한 자동차는 17만6795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76% 늘었다.

워렌 버핏도 왕 회장의 야심에 응원을 보내고 있다. 그는 지난해 비야디 지분 10% 가량을 인수하며 2억3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버핏은 비야디가 벌이는 사업에 적극적인 지지를 표명했으며 비야디가 북미시장에 진출하는 데 힘을 실어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영국 투자은행 바클레이스캐피털도 최근 비야디에 25억 홍콩달러를 투자했다.

버핏의 투자 소식이 알려지면서 비야디 주가는 일년새 7배 가까이 폭등했다. 왕 회장이 중국 최대 갑부로 떠오른 것도 주가가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회의론도 나오고 있다. 올해 비야디의 자동차 판매 목표가 40만대에 불과하고, F3DM이 주로 관공서와 택시업체 등에 공급되고 있을 뿐 소비자들의 폭넓은 검증을 받지 않아 비야디가 과대평가된 측면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아주경제= 홍해연 기자 shjhai@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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