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스템 개선에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서면서 국내 금융 인프라를 한 단계 격상시키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증권업계 안팎에선 한국예탁결제원이 금융시장의 요구를 한 발 앞서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과거의 ‘방만 경영’이란 오명을 씻어버리고 ‘앞장서서 일하는 회사’로 탈바꿈하고 있는 모습이다.
◆ 금융선진화 작업에 팔 걷어 부친 KSD
한국예탁결제원은 현재 차세대시스템 구축, 전자증권제도 도입, 전자투표 인프라 구축, 단기사채 인프라 구축 등 다양한 금융선진화 작업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향후 이들 시스템 선진화 작업이 만들어 낼 경제적 가치는 쉽게 셈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실제 한국예탁결제원이 작년 3월부터 1년간 분석·설계 작업을 거쳐 구축, 올 9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글로벌 펀드투자지원 시스템은 자산운용업계 전체적으로 약 100억원의 사무비용을 절감시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차세대 예탁결제시스템은 예탁결제원이 올 3월 개발에 착수해 2011년 2월 서비스 개시를 목표로 2년간 약 420억원을 투입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이원화된 시스템을 웹 환경으로 통합하고 처리용량을 2배 이상 늘려 실시간 통합보안관리체계를 구축하는 작업이다.
시스템이 개시되면 신종 금융 투자상품 출현에 대응은 물론 하이테크 금융 거래, 전자증권 제도 등을 수용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해 우리나라 예탁결제 인프라를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 |
||
서울 여의도에 있는 한국예탁결제원 본사 |
이와 더불어 예탁원은 종이증권을 대신할 ‘전자증권’ 인프라 구축에도 분주하다.
전자증권 제도는 유가증권을 실물 형태로 발행하는 대신 전자등록부에 등록해 발행·유통·권리를 행사하는 제도로 OECD 30개국 중 25개국이 이미 도입해 운영 중이다.
자본시장 인프라의 디지털화를 추진하는 전자증권 인프라는 정부의 단계적 추진 일정에 맞춰 단기 사채 인프라를 우선적으로 구축하고 이후 전자증권 인프라를 구축하는 2단계로 나눠 진행할 예정이다.
무기명 실물증권의 불법적 유통이 차단돼 금융시장이 더 투명해지는 것은 물론 연간 약 1000억원 이상 실물증권 발행비용을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게다가 증권의 위변조와 도난 및 분실위험이 없어져 투자자들의 권리와 편의성도 높일 수 있다.
또, 한국예탁결제원이 야심차게 진행하고 있는 전자투표시스템 구축은 소액 주주들의 권익 보호에 일대 변혁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내년 8월 경 전자투표시스템이 개시되면 인터넷으로 주주총회에 참석,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주총 결과 역시 인터넷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덕분에 으레 일부 주주들만의 잔치로 여겨졌던 주총이 바뀌면 주주들의 기업투자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 거래비용 절감 위해 합리적 수수료 체계 구축
합리적 수수료 체계를 마련하는 것 역시 한국예탁결제원이 정한 올해 주요 과제 중 하나다.
시장 참가자의 거래 비용 절감을 위해 단위 업무별 적정원가가 반영되고 수익자 부담 원칙이 적용되는 수수료 체계를 만들어 실질적인 수수료 인하 효과를 유도하겠다는 것.
현재 예탁결제원은 거래소와 함께 금융연구원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각 증권사에 의견을 수렴 중인 상황이며 금융위원회 등과 개편 방안을 논의 중이다.
방만 경영의 대표 기관이란 오명을 씻기 위한 내부 노력도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다.
임원 임금 30%와 직원 임금 7%를 삭감·반납하고 업무 추진비 25% 절감을 통해 지난해 전체 예산의 16%인 162억원을 절감했다. 또 수수료 인하·면제를 통해선 지난해만 330억원에 달하는 투자자의 증권거래 비용을 낮췄다.
감사원이 지적한 10여개 적자 사업을 통폐합하고 대구와 전주 등 2개 지원을 폐지했고 대 팀제 도입을 통해 조직을 13% 슬림화하는 노력도 이어졌다.
동북아 금융허브의 초석을 다지고 있는 한국예탁결제원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아주경제= 김용훈 기자 adonius@ajnews.co.kr
(아주경제=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