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병호 산업에디터겸 IT미디어부장. |
30대 그룹은 지난 15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한 투자와 고용촉진을 위한 간담회에서 지난해보다 16.3%가 늘어난 87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보고했다. 삼성그룹이 26조50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삼성은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이 이런 계획을 밝혔다.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은 9조3000억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했고 구본무 LG 회장은 15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SK가 8조원, 포스코 9조3000억원, KT 3조2000억원, STX 1조2000억원, 동부도 1조원 정도 투자를 보고했다.
기업의 이런 투자는 주로 시설투자와 연구개발 (R&D), 기업 인수합병 (M&A) 등에 투입된다. 시설분야는 첨단 자동화에 초점이 맞춰지며 R&D는 세계적인 흐름에 맞춰 녹색성장 쪽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IT와 자동차, 전자, 생명과학도 기업이 대량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분야다.
기업이 올 들어 투자를 강화하는 것은 아주 시기적절한 조치다. 세계 각국이 경기침체의 늪에서 벗어날 기미를 보이고 있는 시점에서 나온 대규모 투자 계획은 기업 활동에 활기를 불어넣고 국민에게도 큰 기대를 걸게 한다.
30대 그룹은 이날 공격적인 투자가 고용창출로 이어지도록 하겠다고 했다. 삼성은 올해 1만9000여명을 새로 뽑는다. 지난해 보다 2000명 늘어난 것이다. 삼성은 경제 여건을 보아가며 더 뽑을 수 있다고 말했다.
15조원을 투자하는 LG는 올해 1만명을 새로 뽑는다. 현대.기아차가 5000명, SK와 포스코가 각각 2000명, KT가 1000명 이상을 채용한다. 이들 기업 외에 50대, 100대 그룹과 여타 기업을 합치면 신규 채용은 이보다 훨씬 늘어난다.
고용은 우리 경제에서 가장 중요하다. 일자리가 없어서 하루하루 그냥 지내는 사실상 백수가 400만명이 넘는다는 통계를 보면 이 시점에서 가장 시급한 게 일자리를 만드는 것임을 알 수 있다. 기업은 최대한 채용을 늘려야 한다.
정부와 기업은 ‘고용 없는 성장’에 대한 해법을 일자리 창출에서 찾아야 한다. 최근 몇 년간 실업자가 늘고 많은 국민들이 고통 받고 있지만 대그룹의 매출은 크게 늘고 있다. 기업의 규모가 클수록 엄청난 성장을 하고 있다. 고용 없는 성장의 그늘이라고 할 수 있다.
직장이 없어 400만명이 백수 생활을 하고 있는데도 삼성, LG, 현대·기아차 등 대그룹은 지난해 최대의 성장과 이익을 얻었다. 고용 없는 성장으로 인해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기업은 이런 문제가 해소되도록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서야 한다.
따라서 각 그룹은 첨단 설비로 생산성 향상에만 주력하기보다 고용을 창출 할 수 있는 시설투자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1조원을 투자해도 전 공장을 무인 자동화하면 투자액만 많지 실제로 고용되는 인력은 몇 명 되지 않는다. 이런 시설은 고용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부에서는 이런 점을 개선하기 위해 인력을 많이 채용하는 기업에게 세금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참으로 잘하는 일이다.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1조원을 투자해 생색만 내고 고작 100명, 200명을 고용하는 것보다 1000억원을 투자하고 200명, 300명을 채용하는 기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2010년은 우리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는 해가 돼야 한다. 기업은 활동무대를 국내에서 국외로 옮겨야 한다. 그래야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다. 미국· 일본 등 다국적 기업이 국내에 들어오는 것 이상으로 우리 기업도 해외로 나가야 한다.
기업들이 올해 투자를 대폭 늘리고 고용창출에 적극 나서는 것도 결국은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직결된다. 투자 없는 글로벌 경쟁력은 없기 때문이다. 기업이 연초에 대통령에게 보고한 투자계획과 고용계획이 차질 없이 추진될 때 국가 경제는 성장할 수 있다.
중국이 이미 출구전략의 신호탄으로 금리를 약간 조정했고 다른 나라들도 출구전략에 대해 언급했다. 이렇게 되면 세계 경제가 또 한 번 소용돌이 칠 우려가 있다. 이런 위험에 대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기업이 투자를 늘리고 고용을 창출해 내수 기반을 다지는 것이다. 기업과 국민, 정부가 다 기분 좋은 2010년이 되도록 힘을 모으자.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