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민 편집위원(문예춘추 서울특파원) |
그러나 이명박정부에서의 남북정상(頂上)회담은 재임시 업적을 위한 일회성회담이 아닌 정상적(正常的)인 회담이 되도록 시스템을 정착시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분단 상황하의 한국 대통령에게 남북문제는 '뜨거운 감자'일 수밖에 없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임 중 "남북관계만 잘 되면 다른 것은 깽판쳐도 된다"고 했는데, 발언의 타당성은 차치하고 그만큼 남북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이제까지 두 번의 남북정상회담이 열렸지만 단발성 일회성에 그쳤다. 그것은 정상적인 국가가 아닌 북한이라는 상대와의 회담이다 보니 불가피한 측면도 있을 것이고 진보정권에서 보수정권으로 교체된 점도 들 수 있을 것이다.
남북회담의 제도적 정착의 필요성은 대통령 임기 5년 단임의 한국과 1인 장기정권의 북한이라는 서로 다른 남북의 체제상 더욱 절실하다.
단임제인 남한의 대통령은 재임 중 민족문제에 대한 업적을 남기기 위한 남북정상회담 개최의 유혹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또한 대선이나 6월에 있는 지방선거와 같은 정치일정에 이용하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러다보면 무리수를 쓰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런 사정을 꿰뚫고 있는 김정일로서는 더 많은 회담 대가를 요구하게 되고, 결국 북한 주도의 남북회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점을 들어 보수층 일부에선 남북정상회담 불필요성을 제기하고 장소를 문제 삼아 평양 개최도 반대한다.
이런 주장은 어쩌면 타당한 점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것은 북한 정권이 무너지기를 기다리고 있으라는 말과 다름없다. 지난 해 11월 화폐개혁 단행 이후 북한 내부의 이상 징후 분위기가 감지된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김정일의 건강이 악화되지 않은 한 가까운 장래에 북한체제가 무너진다는 보장은 없다. 그것은 김일성 사망 이후 지금까지 존속하고 있는 것을 보아도 그렇지만, 북한은 반체제의 움직임이 아예 존재할 수 없는 세계에서도 유일무이한 체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남북회담은 필요한 것이며 평양에서는 안 된다는 장소에 집착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남북 최고 책임자의 상호방문 정상회담이 정상적인 모양새이겠지만, 어차피 김정일이 서울에 오려고 하지 않는 이상, 회담이 어디서 열리든, 문제는 어떤 의제를 가지고 어떤 성과를 내느냐가 더 중요한 것이다.
이명박대통령도 지적했듯이 회담을 위한 회담이 돼서는 안 된다. 회담이 그렇게 끝난다면 단지 세 번째 남북정상회담을 한 대통령으로 밖에 기록되지 않을 것이다. 국가지도자는 한반도를 위해 왜 남북정상회담이 필요한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제도적인 남북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선 현재 제기되고 있는 상설 남북기구(연락사무소)의 설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남북 최고책임자가 신뢰하는 측근을 서울과 평양에 파견해 상주하면서 수시로 상대방의 당국자와 대화할 수 있는 채널이 가동된다면, 통일부와 직접 관계없는 노동부장관이 외국에서 북한의 통전부장을 만나는 일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또한 최고 책임자의 의사는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될 것이고 서해안 해안포 사격과 같은 사태에도 본질을 파악하고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시스템을 남북 상호간에 설치할 수 있다면 대규모 식량지원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식량이나 의약품 지원 같은 것은 남북간에 어떤 것을 서로 주고받을 때 그 대가로 또는 수단으로 이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어디까지나 인도적인 차원에서 지원할 성격인 것이다.
남북의 평균 신장이 10센티나 차이가 난다는 것은 통일 후에도 심각한 문제이다. 또한 쌀 지원이 북한 군부의 군량미나 노동당 간부들에게 먼저 배급되고 주민들에게는 별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대신 밀가루나 옥수수를 지원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흔히 교육은 100년 대계라고 한다. 남북문제는 그 이상의 문제이다.
박승민 편집위원(日 문예춘추 서울특파원) yous111@hotmail.com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