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물을 살펴보던 중 갑자기 무너진 자루더미에 깔려 허리를 다치고 만다. 그를 치료하던 의원은 “저도 나리처럼 많은 재물에 깔려 다쳐보았으면 좋겠습니다요”라며 웃음 섞인 푸념을 한다. 언젠가 보았던 영화의 한 대목이다.
보통사람들이야 재산이 너무 많아 걱정을 해야 할 일이 별로 없지만 고액자산가에게는 위의 이야기처럼 재산 때문에 남다른 곤경에 처할 일이 생긴다. 바로 상속세다. 재산이 많든 적든 누구에게나 상속시점은 반드시 찾아온다.
그러나 상속재산이 10억원을 넘지 않으면 상속세의 납부의무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일괄공제, 배우자공제 등의 적용 때문이다. 보통사람들이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이유다.
문제는 공제를 받고도 고액의 재산(과세표준)이 있을 경우다. 상속세율은 1억원까지는 10%이나 액수에 따라 비율이 점차 증가해 30억원 초과시 50%에 이른다. 관할 세무서가 아닌 지방국세청의 조사로 넘어가 금융재산 일괄조회나 5년내 재조사를 받는 경우도 있다.
모든 일이 다 그렇지만 상속세도 미리 대비하면 그 부담이 현저히 낮아진다. 일반적으로는 사전증여를 활용한다. 증여세는 내야하지만 상속시점의 재산가액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그런데 사전증여는 한 가지 아킬레스건을 갖는다.
상속시점의 10년 이내에 증여한 재산은 다시 상속세를 부과하기 때문이다. 사전증여중에 갑작스런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한다.
상속세를 낼 현금이 충분히 있다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우리나라 부유층의 재산은 대부분 부동산이나 사업자산으로, 즉시 현금화하기 어려운 속성이 있다. 만약 가능하더라도 손실을 감수하거나 실거래가격이 노출돼 상속재산가액이 늘어나 오히려 상속세가 더 불어나는 결과가 생긴다.
대출도 한 방법이긴 하지만 담보대출시 해당 물건에 대한 감정평가로 역시 실거래가가 노출된다. 대출을 받아 상속세를 납부해도 이자부담은 여전히 남는다.
물납의 방법도 있다. 그러나 부동산을 물납하면 그 가치의 근거가 공시지가나 기준시가이기 때문에 실거래가의 가치를 손해볼 각오를 해야한다. 또한 비상장법인의 주식은 물납의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에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한다.
그렇다면 재산을 노출시키거나 그 가치를 잃지 않으면서도 갑작스런 상속까지 대비하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국세청이 쌍수를 들어 권장하는 방법이 하나 있다. 동청이 발간한 <세금절약 가이드>에는 ‘생명보험에 가입하여 상속세 납부재원을 마련해 주어라’고 소개돼있다. 여기서 말하는 생명보험은 사망사고에 대비하는 종신보험이다.
종신보험은 분할납입하는 보험료로 큰 보험금을 보장한다. 언젠가는 반드시 발생하는 상속시점에 고액의 현금을 일시에 지급하므로 적은 부담으로 갑작스런 발생의 상속세까지 해결할 훌륭한 대안이다. /손제민 삼성생명SA luckyyou@naver.com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