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고전파 경제학자 아담 스미스(Adam Smith)는 <국부론>에서 모든 경제행위는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에 의해 궁극적으로 공공복지에 기여한다고 주장했다. 경제나 시장은 내버려두면 자연스런 경쟁에 의해 시장에서 가격과 질서가 형성되면서 잘 굴러간다는 것이다. 공급자와 수요자와의 관계(수요공급의 법칙) 즉,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가격이 형성되고 거래가 성립된다는 얘기다. 물론 이 같은 스미스의 논리는 완전경쟁이 보장돼야 하는 등 여러가지 전제를 조건으로 하다. 이후 많은 학자들에 의해 발전되고 수정되기는 했지만 오늘날까지도 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수도권에도 불 꺼진 아파트단지가 늘고 있다. 한 때 '로또 판교'로 불렸던 판교신도시(서판교)는 지난달이 입주마감일이었지만 입주율이 아직도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작년 12월부터 입주가 시작된 은평뉴타운(2지구) 역시 아직까지 입주율이 40% 정도밖에 안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입지가 좋다고 하는 곳이 이 정도이니 수도권 외곽은 더 말할 나위도 없다.
누구나 새 집으로 이사하고 싶은 욕망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입주율이 낮은 것은 무엇 때문일까. 미흡한 편의시설이 문제가 될 수 있고 자녀 교육나 직장 문제 등으로 쉽게 이사를 결정하지 못할 수도 있다. 또 이미 편히 살고 있는 집이 있는데 투자목적으로 취득했지만 아직 세입자를 구하지 못할 수도 있다.
문제는 입주 예정자의 상당수가 기존에 살던 집을 처분하지 못해 이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데 있다. 살던 집을 처분해야 그 돈으로 잔금을 치르고 새 집으로 이사를 가야 하는데 집이 안 팔리니 방법이 없는 것이다. 할 수 없이 돈을 빌려 잔금을 치르려고 해도 줄어든 은행 대출금으로는 감당이 안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사는 사람은 집값이 더 내릴 것을 기대해 매수 시기를 늦추고 파는 사람은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값을 내리지 않고 있는 것도 한 이유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가계 씀씀이는 더욱 쪼그라들고 미래 실물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어찌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는 것이문제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1월 신고분 전국 아파트 거래량은 3만3815건으로 지난해 12월 4만4944건에 비해 25%나 감소했다. 지난해 10월 5만5322건을 기록한 후 3개월째 감소세다. 거래가 이뤄지지 않다 보니 이사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부동산 시장의 '이상현상'은 분양시장에도 나타나고 있다. 양도소득세 감면 혜택이 종료되면서 신규 분양시장은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다. 줄어들던 미분양 아파트는도 다시 늘고 있다. 지역도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광범위하게 확산되는 양상이다.
아담 스미스의 주장처럼 완전경쟁이 가능하다면 시간이 흐르면서 문제도 해결되겠지만 정부의 개입이 이뤄지고 있는 수정자본주의시대에서는 그렇지도 못할 일이다. 그래서 정부의 역할(보이지 않는 손)이 중요하다. 그리고 시장(市場)은 '거래'를 먹고 산다. 거래가 없는 시장은 죽어 있는 생명에 불과하다.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는 시장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수정자본주의 시대에 '보이지 않는 손(정부)'의 역할이다.
아주경제= 김영배 기자 young@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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