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외채가 사상 최대인 300조원에 육박하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장기외채가 우리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재로서는 해외투자자들의 채권 투매나 외채 만기 집중 가능성이 낮아 시장의 우려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하고 있다.
◆ 장기외채 2519억 달러로 사상최대치 경신
3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장기 대외채무는 2009년 말 기준 2519억6200만 달러로 전년의 2280억 달러 대비 10.5%(239억62000만 달러) 증가했다.
이를 연말 환율 종가로 적용하면 293조4097억원으로 사상 최대규모다.
장기외채가 늘어난 것은 국내 기관들이 지난해 하반기 해외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 조달에 나섰고, 외국인 투자자들이 통화안정채권과 국고채권 등을 대량 매입했기 때문이다.
기관별로 은행을 비롯한 예금취급기관의 장기외채가 657억4300만 달러로 전년의 590억4000만 달러보다 11.4% 늘었다.
일반정부의 장기외채는 211억4000만 달러에서 278억300만 달러로 31.5% 늘었고, 통화당국은 129억4600만 달러에서 268억1300만 달러로 107.1% 증가했다.
공기업은 128억3500만 달러로 1년 전의 94억5100만 달러에 비해 35.8% 확대됐다. 공기업 장기외채가 100억 달러를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면, 민간기업의 장기외채는 1052억6600만 달러에서 1009억8100만 달러로 4.1% 줄어 2001년(-3.4%) 이후 처음 감소세로 돌아섰다.
채무 성격별로는 △증권발행이 17.2% 증가한 1424억3500만 달러 △차입금이 10.6% 늘어난 427억9500만 달러 △무역신용이 10.1% 줄어든 542억2900만 달러 △투자기업 간 차입이 24.1% 증가한 56억2100만 달러였다.
한편 단기외채의 경우는 1499억6000만 달러로 전년의 1498억9400만 달러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 전문가 "장기외채 증가 문제없다"
이처럼 장기외채가 증가하자 시장 일각에서는 해외투자가들이 국내 채권을 투매하거나 채권의 만기가 집중될 경우 경제에 큰 부담이 될 수 있고 지적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자가 통안채나 국고채에 투자하면 장기외채로 분류되는 만큼, 장기외채라고 해서 반드시 장기적 성격을 갖는 것은 아니다"며 "만기와 상관없이 채권을 시장에서 대거 매도하면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1997년 외환위기도 한국의 대외 신인도가 급락하자 국가부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져 외국인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긴급회수하는 바람에 어려움이 가중됐다.
하지만 대부분 전문가들은 이 같은 우려에 대해 현실화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지적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 2706억 달러로 외채 규모보다 많고, 경기가 여타 선진국에 비해 안정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도건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장기외채가 급격히 빠지는 사태는 대비해야하지만 현재 경기 상황이 우려할 만큼 나쁘지 않다"며 "무역 흑자가 이어지고 있고 대기업들이 순조로운 실적을 올리고 있어 외환위기와 같은 상황이 올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한 국책연구기관 선임연구위원은 "잔존만기 1년 만기 미만의 외채라면 상환이 부담스러울 수 있으나 현재로서는 규모가 크지 않으며, 외국인들이 손실을 감수하고 국내 채권을 투매하는 일은 예상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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